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일상의 대부분을 변화시켰다. 단지 마주치는 모든 이가 마스크를 착용한 거리의 모습이나 자영업장의 운영시간 단축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일상의 변화 속에서 사람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만든 분야는 프레젠테이션, 수업과 회의뿐만 아니라 취업을 위한 면접이나 각종 행사까지, 온라인 환경에서의 진행으로 변화되었다는 사실이다.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준비 없이 부딪힌 많은 이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왕좌왕해야 했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여러 차례의 경험을 통해 안정화되고 있는 과정이다. 하지만 온라인 환경에서 성공적인 말하기, 듣기를 해내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연습과 기술이 필요하다. 크게 두 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이 책은 교육과 행정, 복지 등 다양한 사례를 예로 들어 실전에서 바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업무나 수업 등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비대면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말하기와 듣기 노하우가 담겨 있는데요. 이러한 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비대면 소통 상황을 두루 겪었습니다. 온라인 실시간 강의, 온라인 생중계 행사 진행, 기관의 온라인 프레젠테이션 발표 평가, 비대면·온라인 회의 등에서 저는 화자가 되기도 하고, 사회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청중과 패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과 결과를 마주하며 가장 먼저 저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사실 방송도 오래했고, 강의도 꾸준히 해 왔기에 말하기와 듣기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단지 소통의 방법이 바뀌었을 뿐인데 얼굴을 마주할 때와는 다른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전공이 커뮤니케이션이다보니 비대면 소통과 관련한 논문을 먼저 찾아보았는데요.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19 시국이라 관련 논문은 한정적이었고, 논문의 내용도 대부분 ‘모두가 힘들어 한다.’라는 결과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이 책에는 제가 겪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여러 기관과 기업, 개인의 비대면 소통에 대한 성공담과 실패담이 들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부족함의 연대에서 발견한 방법론입니다. ‘나만, 우리 회사만, 우리 학교만 힘들었던 것이 아니었구나.’ 하고 공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 소개한 방법들이 정답은 될 수 없지만, 독자 여러분이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의 해결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행정, 복지, 교육 등 사회 전반적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되었는데요. 이로 인한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요?
네. 말씀대로 비대면이 ‘일상화’ 되었습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일상화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빨리 온 미래’를 겪다 보니 준비도 부족하고, 적응도 잘 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의 파도에서 자유롭게 서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허우적거리는 사람도 있지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장점은 무엇보다 ‘시간과 공간의 절약’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역마다 계열사나 지점이 있는 기업의 경우, 직접 출장을 가서 회의하던 업무 패턴이 온라인 회의로 대체되었고, 먼 거리를 통학하던 대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이동 시간을 줄이게 되었지요. 실제로 이 책에 사례를 제공해 주신 많은 분이 불필요한 시간을 없앨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아 주셨습니다.
단점은 아직도 비대면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낯설다는 점입니다. 비대면 소통을 위해 또 다른 비대면 수단인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야 한다거나, 온라인 화상 회의 후 다시 전화 통화를 해 내용을 재확인하고, 최소한의 인원이 모여 2차 회의를 해야 하지요. 특히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비대면이 낯설뿐더러, 비대면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디지털이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사실 일상이 바뀔 정도의 큰 변화에는 반드시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가속도가 붙어 버린 ‘비대면 일상화’로 일 년을 달렸습니다. 이제는 엔진이 과열되지는 않았는지, 내 운전 습관은 괜찮은지, 함께 탄 사람들이 이 속도를 힘들어하지 않는지 점검해야 할 시기입니다. 이 책을 통해 원활한 비대면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점검해 보셨으면 합니다.
기존에 출간된 비대면 관련 책들과 이 책의 차별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 책은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책과 달리, 실제 사례를 실어 독자분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교육과 복지, 행정 등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싣고, 꼼꼼한 자료 조사와 공신력 있는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또한 실제 비대면 소통 현장에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든지, 가장 시급하게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뒤,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더불어, 제가 운영하는 ‘새봄 커뮤니케이션’에서 연간 프로젝트와 기업과 기관의 스피치 코칭을 위해 개발한 ‘스피치 진단 분석 사례’를 담았습니다. 비대면 소통 상황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유형 위주로 엄선해서 집필했으므로,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과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사람마다 상황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말하는 이의 ‘말이 빨라지는 것’입니다. 대면 상황보다 비대면 상황일 때 많은 분들의 말 속도가 빨라지는 걸 봅니다. 자세히 말씀드리면, ‘점점 빨라진다’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실시간 스트리밍이나 청중 또는 온라인 참석자의 반응을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덜하지만, 일방적인 말하기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 온라인 강의나 온라인 연설, 온라인 발표에서는 말의 속도가 빨라져 후회하는 분이 많습니다. 두 번째는 말하는 이가 화면과 카메라를 보며 말하기를 쑥스러워하는 것입니다. 기기 앞에서 혼자 말하는 것인데도 긴장되고 떠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시더라고요. 혼잣말을 대화하듯이 해야 하다 보니, 시선이 불안정해지고 목소리가 떨리는 현상이 화면에 고스란히 노출되지요. 이러한 문제로 아예 카메라를 끄고 진행하는 것으로 바꾸는 분도 종종 보았습니다.
그러나 카메라를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방송인도 적절히 시선을 맞추고, 그때그때 해야 할 말을 하며 카메라와 호흡을 맞추려 노력합니다. 최근 음성 플랫폼인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끄는 것만 보아도, 비대면 상황에서 가장 부담되는 게 카메라 보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비대면으로 접속한 사람 모두가 접속에 사용하는 기기와 플랫폼이 다르고 네트워크 환경에도 차이가 납니다. 진행 방식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졌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것부터 소거하는 방식으로 적응해 보세요. 본문에 ‘비대면 소통을 위한 노하우’를 실었으니, 꼭 배워서 적용해 보셨으면 합니다.
여전히 비대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은데요. 지금 이 시기에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이미 일상 속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고, 그 장점에 익숙해지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보조 수단일 수 있지만, 앞으로는 우선 수단일 수 있지요. 저는 펜팔을 하는 사춘기 시절을 보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무선 호출기 ‘삐삐’를, 대학생 때는 핸드폰을 사용했지요. 그리고 2G, 3G를 거쳐 지금은 정말 눈 깜짝 하는 사이에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 하는 5G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에나 비대면 소통 방식은 존재했습니다. 코로나19 직전에도 전화와 메일을 수시로 주고받으며 소통했으니까요. 언제나 기술의 발달이 먼저였고, 우리는 그 기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새로운 비대면 소통 방식을 선택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 된 것이죠. 누구도 소통하지 않고 혼자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앞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과 조금 더 쉬운 기술 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용자들은 비대면 소통도 대면 소통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으로 출발점에 서 주시면 좋겠습니다. 원활한 소통이 100미터 달리기라면, 이제 출발선을 지나 50미터쯤 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즐기며 건강하게 완주할지 함께 고민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업무나 수업뿐만 아니라 취업을 위한 면접마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면접이 더 떨릴 취업 준비생을 위한 팁을 부탁드립니다.
꼭 한 가지 당부하고 싶습니다. 연습하세요. 비대면 면접을 제대로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이 많지 않습니다.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이미 온라인 수업 등으로 비대면 소통이 익숙한 세대여서인지 가끔 비대면 면접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 대학교에서 면접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강의하는 사람입니다. 해마다 느끼는 점은 ‘조리 있게 말하는 학생의 비율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교수와 강사를 만나도 모두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유튜브나 인터넷 강의 등 너무 많은 온라인 화면을 접하며 공부하다 보니, 듣기 능력은 발달하는데 말하는 기회는 줄어들어서이지 않을까 합니다. 실제로 모의 면접을 보거나 취업 캠프에서 “제가 연습이 부족했네요, 생각보다 잘 안 되네요, 준비한 것을 잘 말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취업 준비생을 정말 많이 봅니다.
저는 이들에게 늘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번 연습하라’는 조언을합니다. 어떻게 연습하는지 그 방법이 중요하겠지요? 구체적으로는 반드시 면접 당일에 사용할 온라인 기기와 툴을 다루는 연습을 하세요. 줌과 구글밋을 많이 사용하는데, 원리는 같아도 막상 사용해 보면 발표 자료를 공유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다양한 툴로 연습해 두면 전문적으로 보이겠지요.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분이 카메라를 보며 말하는 걸 어려워합니다. 말을 하면서 동시에 면접관의 반응을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연습하면 됩니다! 서너 명이 접속한 환경에서 말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화면과 노트북 앞에서 말하는 자신의 모습을 모두 녹화하세요. 두 가지를 녹화해 비교해 보면 여러분이 불편해 하는 부분이 구체적으로 어느 지점인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작가님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비대면 소통과 관련한 연구를 더 하고 싶고요. 올해는 기업에서 진행하는 비대면·온라인 교육도 예정되어 있고,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강의 콘텐츠도 열심히 제작하고 있습니다. 또, 정부 기관과 디지털 문해력 소외 계층을 위한 콘텐츠 제작도 예정 중에 있습니다. 제가 연구한 자료들이 다양한 소통 상황에 튼튼한 징검다리가 되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독자분들과도 비대면으로 뵙고 싶네요. 물론,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대면할 수 있으면 더없이 기쁠 것입니다.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날까지 모두 건강하시고요. 이 책을 통해 비대면 커뮤니케이션과 조금 더 친해지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강은하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일에 진심인 편이다. 사람들의 말하기와 듣기에 특히 관심이 많다. 경희대학교언론정보대학원 전략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사 졸업했으며, KBS에서 취재 리포터와 라디오 진행을, CBS에서 아나운서를, SBS에서 성우로 활동한 20년 차 방송인이다. 더불어 2008년부터는 스피치커뮤니케이션 진단 분석 교육기업인 ‘새봄 커뮤니케이션’ 대표로 기관과 기업, 대학교에 출강하며 말의 결을 다듬는 컨설팅과 코칭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강의를 들은 누적 교육생 10만 명이 넘었고, 배워서 바로 쓸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할 때 보람을 느낀다. 코로나 시기, 비대면 교육, 온라인 행사 등을 경험하며 새로운 소통 방법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비대면 온라인 환경에서 소통할 때 고려할 쓸 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달으며 변화하는 기술 속에서 소통의 양과 질을 더 고민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 카카오톡 채널 ‘새봄커뮤니케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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