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의 20대 삶을 그려낸 짧은 소설
현재 20대에게는 위로를, 앞으로 20대를 맞이할 이들에게는 힘든 순간을 극복할 수 있도록 조언이 되어줄 음반이다.
글ㆍ사진 이즘
20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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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프로그램 <더 팬>의 준우승자이자 펭수와 타이거JK가 함께한 '펭수로 하겠습니다'로 이름을 알린 싱어송라이터 비비가 2019년 공개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이후 2년 만에 발매한 음반이다. 앨범 단위로는 2년 만이지만 그간 독특한 소재를 자신만의 색깔로 재치 있게 풀어내며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 '사랑의 묘약' 등 싱글을 거의 매달 발표해 왔다. 우울함이 기저에 깔린 몽롱한 음악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이야기했던 전작들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왔고 이번 작품도 그 연장선에 있다. 깊게 팬 볼, 멍이 든 눈을 표현한 메이크업, 흐르는 눈물로 고난과 역경을 표현한 앨범 커버가 이를 잘 나타낸다.

수록곡마다 배경이 되는 단편 소설이 존재하는 콘셉트 앨범이라는 점이 신선하다. 20대로 살아가며 느낀 감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냈고 이 짧은 소설들은 음악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살면서 다양한 삶의 굴곡과 마주한 주인공은 '인생은 다 똑같다'는 말로 우울함을 극복하고 이 모든 것은 '인생이 나쁜X'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자신은 가고 싶은 길을 갈 거라는 다짐과 함께 마무리한다.

동시에 앨범 전체가 일관된 편곡을 선보이며 첫 곡 'Umm…life'부터 마지막 노래 '인생은 나쁜X'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듯한 음악적 서사를 연출한다. 자신이 겪은 정신적 괴로움과 극복 과정을 순차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다. 최소한의 악기구성은 수록곡 사이에 유기성을 더하지만 노래마다 세부적인 사운드 소스를 추가하여 차별점을 부각한다. 'Birthday cake'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로 슬픈 감정을 표현하고 '인생은 나쁜X'은 현악기를 적절히 배치하여 자신이 힘든 건 인생 때문이라며 감정을 고조시키며 앨범에 무게감을 준다.

1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여운은 길다. 비비는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내 듣는 이의 공감을 끌어내려 노력한다. 현재 20대에게는 위로를, 앞으로 20대를 맞이할 이들에게는 힘든 순간을 극복할 수 있도록 조언이 되어줄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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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