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이 잘 사셨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이 결혼으로부터 탈출하는 과정을 쓴 에세이 『결혼 탈출』을 읽고, 독자들은 맹장미 작가의 안부를 궁금해했다. 행복의 필터를 씌운 결혼 이야기는 많지만, 이혼 후 나답게 일상을 이어가는 이야기는 흔치 않기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작가는 두 마리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며, 주말에는 친구들과 ‘소맥’을 마시는 지극히 ‘맹장미스러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유쾌함 속에서 우리는 ‘결혼 탈출기’를 이야기했다.
톡톡 튀는 표지, 솔직한 작가의 입담. 독자는 그간 어둡기만 했던 ‘이혼’의 이미지를 깨고 이야기에 빠져든다. ‘결혼 탈출’이라는 호쾌한 이름이 붙은 기획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처음부터 탈혼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에요. 이혼한 여성의 이야기가 드물고, ‘이혼녀’의 딱지가 붙은 사연이 많잖아요. 그보다는 자신의 선택으로서 뚜벅뚜벅 걸어 나왔기 때문에 해방감마저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또, 이혼이 겪어 보니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탈출’했다는 뜻도 있죠.”
작가는 스스로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롭다고 믿었다. 부케 대신 돈다발을 던지는 독특한 결혼식을 했고, 아내와 며느리 역할에 얽매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결혼 후,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왔다. “견고한 거푸집에 몸이 싸인 느낌이 드는 거예요. 아무도 제게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는데도, 기대에 맞춰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끼고요. 주변에서도 조금 지나면 괜찮아져 하니까 자책을 했어요. 근데 우린 모두 불완전함 속에서 살아가잖아요. 왜 결혼만은 늘 같은 모습으로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의문이 들었죠.”
‘결혼은 여자를 최하층 자리로 내몬다’ 그는 결혼 후 이 말을 실감했다. 며느리의 역할을 강요하지 않는 ‘쿨한’ 시어머니를 만났지만, 역할 기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얼른 숟가락을 놓고 부엌으로 가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었고, 남 앞에서만큼은 좋은 며느리처럼 행동하게 됐다. “머리로는 얽매이지 않겠어 하면서도 그렇게 행동하는 자기모순이 있었어요. 시어머니에게는 늘 복합적인 마음이 있죠. 원래 소주 한잔 하면서 고민도 나누는 사이였는데 결혼 생활에 진입하면서 어려워졌거든요. 이혼 후 찾아오셔서 미안하다고 하신 걸 끝으로 못 보는 사이가 됐는데요. 멋진 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혼 생활 동안 큰 상처를 남긴 건, 전남편이 가해자가 되고, 친구가 피해자가 되는 일이었다. 그 사이에서 그는 한동안 떳떳하지 않은 마음과 자기혐오에 시달리기도 했다. “한옥집에서 일어난 사건을 겪고 나서 뉴스를 못 보겠더라고요. 뉴스에는 항상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비슷한 처지가 되니까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주변 사람들이 굉장히 아팠겠다’ 그걸 처음 깨달았어요. 너무 가까운 사람이 가해자가 되면, 분리가 안 돼서 내가 저지른 일처럼 느껴지거든요. 죄인처럼 입을 닫고 고개를 숙이게 되고요. ‘그럴 필요 없다, 그런 사람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결혼의 불합리는, 입구는 화려하지만 출구는 감춰져 있고 낙인이 기다린다는 것.’ 이혼이 진정한 ‘탈출’이 되기까지 그는 이 생각에 오래 머물렀다. 면접에서 결혼 유무를 묻는 회사, 아직까지는 이혼이 ‘흠’이 되는 분위기에서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친구들 덕분에 과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결혼식 축사를 부탁받았을 때, 그는 친구의 뜻을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기꺼이 축사를 맡았다.
인터뷰에 앞서 작가는 두 사람의 기획으로 책이 출발했음을 밝혔다. 같은 시기에 ‘탈혼’한 친구와 번갈아 가며 글을 쓰다가, 사정상 혼자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개인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결국 다른 버전의 ‘탈출 경험담’이 무수히 존재하는 셈이다. 맹장미 작가는 용기를 내어 본인만의 색깔로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한 사람의 용기는 다음 사람의 용기가 될 것이다. 다채로운 ‘탈출 경험담’이 터져나올 때까지.
*맹장미 1983년생. 탈혼 5년 차. 2013년 결혼, 2017년 이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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