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 2> 소리도 없는 공포에 맞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전편에서 누락됐던 괴수의 최초 출현을 오프닝에서부터 드러내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횟수로 괴수물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글ㆍ사진 허남웅(영화평론가)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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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플레이스2>의 한 장면

성공한 공포 영화는 속편으로 시리즈를 이어가기 마련이다. 개인이 품은 공포를 자양분 삼이 괴물처럼 몸을 불려가며 이 세계가 유지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집단의 심리를 반영하는 공포물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숨은 면모를 비추는 좋은 거울이 된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인한 경제 활동의 제약, 도시 기능의 마비, 국가 간 이동의 금지 등으로 극도의 공포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갈 ‘그날’을 기약하며 고군분투 중에 있다. 말하자면,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맞서 숨죽인 채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애보트 가족은 <콰이어트 플레이스>(2018)에서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괴수에 가장을 잃고, 사는 농장마저 파괴되었다. 은신의 기능을 상실, 더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엄마 에블린(에밀리 블런트)은 청각 장애가 있는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과 집 밖으로 나가길 주저하는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와 갓 태어난 아기까지 데리고 안전한 장소를 찾아 나선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겠다고 조심 또 조심했는데 누군가 설치한 트랩에 걸려 괴수의 표적이 된 이들 가족은 에멧(킬리언 머피)을 만나 겨우 목숨을 건진다. 

거대한 철강 공장의 지하에 은신처를 마련하고 생활했던 에멧은 에블린과 아이들을 구하기는 했어도 이곳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먹을 것도 마땅하지 않을뿐더러 이들 가족 때문에 자칫 위험에 빠질까 염려해서다. 하지만 에블린의 남편 애보트(존 크래신스키)와 친구 사이였던 에멧은 아기를 보고는 마음을 돌려 이들을 받아들인다. 겨우, 안정을 찾는가 했는데 레건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는 바다를 건너면 사람이 있다면서 홀로 떠나자 문제가 커진다. 에블린은 딸을 데려와 달라며 에멧을 설득하고 에멧은 이에 응했다가 죽을 위기에 처한다. 

오락의 측면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괴수의 전체 모습을 최대한 뒤로 미루면서 미지의 존재에 맞서는 애보트 가족의 전략을 주요하게 다뤘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전편에서 누락됐던 괴수의 최초 출현을 오프닝에서부터 드러내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횟수로 괴수물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흥미로운 건 주제의 측면이다. 전편이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애보트와 에블린 부부가 부모가 된다는 것의 콘셉트를 농장이라는 제한된 장소에서 ‘가족의 품’으로 은유하며 풀어갔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아이들의 세상 밖으로’를 주제로 삼는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연출하고 애보트 역으로도 출연한 존 크래신스키는 전편과 가장 큰 차이점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변했다. “애보트 가족은 안전한 농장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간다. 이는 일종의 ‘성장’을 의미한다. 실제 두 아이의 아빠로서 가장 두려운 것은 아이들을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누군가를 만나거나 믿어야 한다는 건 굉장히 두려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공동체와 신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레건은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 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 제공자라고 생각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터다. 이를 털어내려 엄마의 보호에만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생존자를 찾겠다며 더 넓은 세계로 나간다. 아이의 성장이 그렇듯 세상은 괴수가 불시에 출몰하듯 위험이 포진해 있어 혼자 힘으로 헤쳐나가기 역부족이지만, 무수한 실패 속에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이 붙으면 당당한 개인으로 홀로 서는 데 성공한다. 그건 마커스도 마찬가지여서 늘 부모 곁을 떠나지 않던 그는 이번에는 엄마가 맡긴 갓난아이를 괴수에게서 혼자 지켜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린다. 


<콰이어트 플레이스2> 공식 포스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위협과 위험을 느끼면서도 우리가 조심스럽게 세상 밖으로 모험을 감행하는 건 인간이란 고립해서는 절대 살 수 없는 존재인 까닭이다. 일상이 무너진 재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투쟁을 묘사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각자의 고립된 공간에서 갇혀 지내고 있는 현재의 팬데믹 상황과 공교롭게도 맞아떨어진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코로나 19 상황을 예측하고 만든 것은 아니지만, 공포물은 의도했든 아니든 동시대의 집단적인 불안을 비추기 마련이다. 그렇게 영화와 삶은 묘하게 연결된다.

존 크래신스키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공포물이어도 “희망의 빛을 주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의도를 전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코로나 19의 어둠 속에서 일상의 제약을 받았던 우리는 서서히 빛이 보이는 방향으로 상황을 역전 시키는 중이다. 공포는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의 삶을 좀 먹지만, 어떻게든 이를 감당하고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아서다. 그 희망의 동력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2>처럼 아이의 성장일 수도, 삶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 일상은 타인과 손 잡은 세상의 형태로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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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영화평론가)

영화에 대해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요즘에는 동생 허남준이 거기에 대해 그림도 그려준다. 영화를 영화에만 머물게 하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