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4년 차를 맞아 제이 콜의 힙합 신 내 위상은 절정에 달했다. 다섯 장의 넘버원 앨범에 이어 신작
음악적으로도 트렌드세터의 이미지가 강한 카니예 웨스트나 드레이크의 경우와 달리 그는 자기 성찰적 메시지를 주무기로 흑인 사회에 긴밀한 공감대의 뿌리를 내리는 것이 특징이다. 붐뱁 프로덕션 위 자신의 인생사를 끄집어낸 <2014 Forest Hills Drive>의 서사는 리릭시스트로서 그의 정체성을 각인한 수작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직한 음악적 지향점에 '지루한 래퍼'라는 비판을 내리며 그의 한계를 결부하기도 했는데, 비슷한 위상의 여타 힙합 뮤지션과 비교해 뱅어의 성질을 띠지 않는 느긋한 템포와 깔끔하지만 정석 이상에 도달하지 않는 단조로운 프로덕션 탓이었을 것이다.
그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
랩도 그에 맞춰 보다 활달한 에너지로 갑절의 듣는 맛을 안긴다. 2분 남짓의 짧은 길이에 일률적인 라이밍을 구사한 'Applying pressure'와 'Punchin' the clock'의 간소화가 안정적이다. 흡사 정규 앨범 수록곡보다 잘 짜인 프리스타일을 연상시키기도 해 얼핏 심심한 인상이 남지만, 다른 곡들에서는 또 하나의 호착(好着)이 뒤를 받치고 있다. 강화된 피쳐링진이 그것이다.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줄 수 있는 젊고 트렌디한 래퍼를 끌어와 'Pride is the devil'의 침잠하는 기타 위 제이 콜의 속도감에 릴 베이비의 웅얼거림을, 'My life'의 강렬한 3연음 래핑에 21 새비지의 나른한 톤을 자연스럽게 배합했다.
중반부를 지나 더욱 깊어지는 메시지의 잔향도 변함없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제이 콜 면모를 확인시키는 지점. 삶과 죽음, 자기반성 등 아티스트가 직접 피부로 느끼는 내용이 이번에도 텍스트를 차지한다. 히트곡 'Middle child'가 겹쳐가는 플로우에 변절하지 않는 자신을 멜로디로 표현한 '100 Mil'', '누구에게 죽임 당하지 않고 30대를 무사히 보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사멸에 대한 걱정과 한탄을 엮은 'Pride is the devil'의 메시지가 쌉싸름하다. 'Interlude'에서 관조한 총성과 마약의 참상은 날 선 시선으로 새겨지고, 살해된 친구를 연민하는 'Close'의 엄중한 문장도 감흥이 짙은 대목이다.
바스(Bas)와 블랙(6lack)의 코러스로 차분한 분위기를 머금은 'Let go my hand'를 음반의 베스트 트랙으로 꼽고 싶다. 커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과거의 회상 속 자신과 연결 지은 이야기 전개가 과연 제이 콜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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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