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상 “익숙하지만 낯선 좀비물이 궁금하다면”
제 책에 등장하는 청소년은 진짜 청소년이 아니라 판타지적 인간입니다. 어른의 신체를 하고 있지만 생각은 자유로운 사람들이죠.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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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직접 그린 자화상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는 매우 친근하면서도 낯선 소설이다. 좀비 문학이라는 장르에 충실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이야기와 소재는 매우 낯설다. 무려 ‘정치’를 이야기하며 소설이 시작한다니. 시대적 배경도 1989년이고 배경은 안면도다. 이 배경에도 친근함과 낯섦이 뒤섞여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부터 겨우 1년 후 그래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이다. 낯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안면도는 서해에서 가장 큰 섬이고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1989년이라면? 이 또한 낯설다. 익숙함과 낯섦이 뒤섞여서 긴박함을 만들어 내는 이 소설의 작가 ‘은상’에게 익숙한 질문을 던져 낯선 답을 얻어내 보도록 하자.



안녕하세요,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스토리를 만드는 게 좋아서 영화사에서 잠깐 일하다가, 게임 관련 회사에서 일하다가, 이제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영화나 게임은 한 작품을 만드는 데 워낙 많은 사람이 관여하고 자본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반대급부로 한 사람의 온전한 생각을 다 담을 수 없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책도 물론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많은 사람들이 도와줘야 세상에 나올 수 있지만, 그 결과물에는 온전히 작가 한 사람의 생각이 투영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영화나 게임보다 더 만족감이 큰 매체죠. 저 역시 그 부분을 크게 만족하고 있는 부업(전업은 아니니까) 작가입니다.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의 줄거리를 말씀해 주세요.

시대는 1989년입니다. 안면도의 한 폐교에서 ‘청소년에게 올바른 정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정치 캠프’가 열립니다. 전국에서 1000명의 청소년이 모이는데 이 제한된 공간 안에서 작은 실험을 하다가 좀비 사태가 발발합니다. 그런데 이 캠프의 참가자들(정치캠프 주관자인 국회의장의 쌍둥이 남매, ‘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는 아빠 때문에 강제로 캠프에 참가한 소년, 충청도 싸움짱 그리고 좀비 사태를 일으킨 한 소년)은 좀비를 무찌르는 대신, 이들을 믿을 수 없는 어른으로부터 지켜주자는 다짐을 합니다. 그로부터 파생하는 사건들을 다룹니다.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를 읽어보면, 정치에 대한 담론이나 청소년의 성장, 세대간의 이해와 같은 주제 의식이 보이는데 왜 ‘좀비’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사용했나요?

일단 제가 좀비물을 꽤 좋아하기도 하고, 좀비라는 소재 자체가 제 주제를 다루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좀비를 ‘학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 같으면, 아니 일반적인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얼마 전까지 인간이었는데 그렇게 전기톱으로 썰고, 기관총으로 묵사발을 만들 수 있을까요? 어디까지를 인간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이 책에서는 세대 간의 반목과 좀비(감염된 아이들)와 인간(감염 안 된 아이들)의 반목이 나옵니다. 결국 우리를 나누는 세대라는 기준도 인간과 좀비를 구분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전작인 『너의 뒤에서』나 『짜장면』에 실린 단편 「원투」, 그리고 이번 작품까지 주인공으로 청소년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제 책에 등장하는 청소년은 진짜 청소년이 아니라 판타지적 인간입니다. 어른의 신체를 하고 있지만 생각은 자유로운 사람들이죠. 어디로 튈 줄 모르고, 아무 생각 없는 듯 잔인하다가도 어떤 면에서는 한없이 착하고, 중간에 변덕도 부릴 수 있고. 그래서 생각이 막혀 있는 어른을 다루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그리고 저 역시 그런 시절을 거쳐 온 사람이라 고증이 필요 없다는 장점도 있죠.

198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안면도라는 공간적 배경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제한적인 시간과 공간을 다루고 싶었어요. 특히 시대가 중요했는데, 지금처럼 모두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고 어디서나 SNS로 자기를 알릴 수 없는 시기가 배경이었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공간에 제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소통이 자유로우면 제한적 상황이 될 수 없거든요. 이 책에서는 제한된 공간에 갇힌 아이들이 어른의 도움을 받지 말자는 중요한 선택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이라면 그게 될까요? 분명 누군가 전화를 해서 안의 사정을 알리거나, SNS에 현장 사진을 올리겠죠. 그러면 아이들이 한 ‘중요한 선택’은 모두 쓸데없는 것이 돼버리고 맙니다. 안면도를 선택한 이유도 비슷합니다. 


등장인물 스케치

이 책을 쓰실 때 누가 독자가 되리라고 생각하셨나요?

이 책의 주인공들은 열여덟 청소년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청소년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1989년에 열여덟 살이었다면 이 책이 나온 2021년에는 딱 쉰이 되어 있을 겁니다. 그러면 열여덟 살 정도 되는 자녀가 있겠죠. 이분들도 이 책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또 이 책에는 주인공의 부모 세대가 등장합니다. 책 속의 부모들은 주인공을 보면서 그들의 열여덟 시절을 떠올리죠. 아마 그분들은 지금 칠순이 넘으셨을 겁니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 다른 시대를 산 열여덟 시절이 있습니다. 즉, 부모님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시기에 있거나, 이 시기를 거쳐온 분이라면 누구든지 독자입니다. 그런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결국 재미이니까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의 몇 장을 넘기니까 술술 읽힌다는 사전 평가를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었거든요.

스포일러가 될까 봐 전부 말씀을 드릴 수 없지만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는 여운을 남기고 끝나는데요, 앞으로 스토리가 이어지나요?

이 책이 많은 사랑을 받는다면 이후의 이야기가 계속 진행될 수 있겠죠. 그런데 만약 그렇다고 해도 같은 시대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이들의 이야기지만 다른 시대, 다른 주제로 이어질 겁니다. 만약 그 이야기도 궁금하시다면 먼저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부터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아주 눈에 띄는 이스터에그가 있어요. 그것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힌트는 제목과 1980년대입니다.



*은상

문학(文學)보다는 문락(文樂). 소설은 학문이 아니라 즐거운 것이다. 글과 나 사이에는 독자만이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노 수준의 지식으로 펩타 만큼 살고 싶은, 글 쓰는 사람이다. 영화계를 기웃거리다, 게임계를 기웃거리다가, 출판계에 자리 잡았다. 물리학과를 (겨우겨우) 졸업했음에도 한참 후에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보고 나서야 겨우 사이언스의 S가 무엇인지 눈을 뜨기 시작해, 소설에도 S를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집에서 직접 춘장을 볶고 노추와 굴소스로 맛을 낸 짜장면을 만드는 취미가 있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소설 『너의 뒤에서』가 있고, 앤솔로지 『기생감』에 단편 「4분」이 실려 있다. 에세이 『결국 소스 맛』이 있다. 또다른 앤솔로지 『짜장면』에 참여했다. 예스24의 시프트북스에 웹소설 『태리마리 흥신소』를 연재해 완결하기도 했다. 좀비장편소설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를 썼다.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
은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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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