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불안하다. ‘종일 게임하는 아이, 이렇게 둬도 괜찮은 걸까?’ 부모는 궁금하다. ‘아이에게 게임은 어떤 의미일까?’ 그래서 묻는다. ‘지혜로운 부모라면 아이와 어떻게 소통할까?’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은 게임 좋아하는 아이의 속마음이 궁금한 부모, 아이의 미래를 염려하는 부모를 위한 책이다. 저자 이장주 박사는 게임문화를 연구하는 문화심리학자이자 게임 좋아하는 세 아이의 아빠. 그는 종일 게임하는 아이 앞에서 어떻게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심리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주로 게임과 e스포츠를 연구하는 문화심리학자입니다. 아이 셋을 둔 아빠이기도 하지요. 게임 때문에 아이들과 실랑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와 아내는 아이들을 비교적 자유롭게 놔두는 편이에요. 그런데 게임문화 강연자로 나서 보니 게임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 진로를 걱정하는 부모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게임을 둘러싼 갈등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당연히 연구도 충분치 않지요. 저도 모르는 것이 많아 관련 연구와 현상들을 찾아보고, 나름 체험한 것들을 종합해 효율적인 의사소통법을 찾아봤어요. 새로운 관계를 이끌어 내보자는 취지가 있었죠.
요즘 아이들을 ‘게임세대’라고 지칭하셨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게임세대’는 ‘포노사피엔스’와 비슷한 뜻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에 익숙하고, 게임을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세대를 의미하죠. 지금 게임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자 문화예요. 게임을 즐기는 아이와 게임을 만드는 사람, 게임산업을 이끄는 사람 모두 게임세대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게임은 시대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산업이에요. 자연히 문화를 선도하는 키워드가 되고 있죠. 이 기술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 세대와 다른 세상에서 태어났음을 인정해야 한다, 부모가 자라던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키워야 한다, 이런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게임세대’라는 말을 썼습니다.
그래도 게임하는 아이 앞에서 불안한 게 부모 마음일 텐데요. 제일 먼저 부모에게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불안은 낯선 환경에서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예요. 불안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작동하는가, 파괴적인 방향으로 작동하는가가 몹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게임을 하면서 불안을 느낀다면 아이와 함께 불안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죠. 아이로 하여금 ‘내가 인정과 존중을 받고 있구나’ 느낌이 들 수 있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물어보는 태도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자주 하는 게임 이름이나 캐릭터 이름을 아세요?” 물으면 대부분의 부모님이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내가 아이와 게임을 어느 정도는 안다, 이런 착각이 불안을 비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죠. 그래서 주의해야 합니다. 게임하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어떤 성장단계를 지나고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게 오롯이 게임의 문제는 아니구나, 아이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구나 알아챌 수 있죠. 그다음에는 좀 더 관대하고 성숙한 해결이 가능하게 됩니다.
게임이 정말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궁금해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게임이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은 ‘아이에게 놀이가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으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놀이터에서 놀던 경험이 지금은 온라인으로 장소가 바뀌었을 뿐이에요. 자유로운 사고가 기술을 만나고 자기가치를 확인하는 곳이죠. 게다가 지금은 세대 불문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놉니다. 같이 놀고, 사귀고, 정보를 나눕니다. 그 공간이 게임입니다.
게임에는 첨단 기술과 장비가 동원되지요. 게임을 하는 동안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세계인과 교류하면서 정서를 공유하죠. 전 세계의 MZ세대들이 한국인을 ‘게임종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게임이 마치 태권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글로벌 인재에게 요구되는 세계인과의 친밀감, 관계 형성이 지금 온라인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책에서 ‘게임이 스펙이 되는 시대’임을 강조하기도 하셨는데요?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장비가 보급되면서 자연스럽게 게임하는 시간과 게임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급증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들은 게임만 하는 게 아니에요. 특정 제품과 서비스의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반도체, IT기업, 패션, 자동차, 식품 등 거의 모든 회사들이 게임과 협업합니다. 아이들의 미래에 진출할 회사들은 지금 모두 게임으로 모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부모가 먼저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지금의 게임 경험이 네 진로와 연결될 수 있음을 아이에게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지금 네 게임 실력, 자소서에도 쓸 수 있는 거야!” 이렇게 말이죠. 그러면 갈등은 자연히 줄어들고, 미래에 대한 아이의 적응력은 더욱 커집니다. 일종의 시너지 효과죠.
아이와 대화를 시도하지만 자꾸 반대로만 흘러간다고 호소하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내가 낳아 기른 아이니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그런 착각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냥 익숙한 것뿐인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지식착각’이라고 합니다. 잘 안다고 생각하니 질문을 안 하게 되죠. 일방적인 지시나 비판을 대화로 착각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대화가 뭔가요? 마음을 전달하는 일입니다. 전달받을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먼저여야겠죠.
내가 옳은 말을 하면 아이가 받아들일 거라는 착각도 버려야 합니다. 사람은 옳은 말이 아니라 내 편에서 공감해주는 말에 움직입니다. 부모가 정작 자기 마음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시험을 앞두고 게임하는 아이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나요, 화가 먼저 나나요? 사실은 안타까움이 먼저여야 하는데, 화가 먼저인 경우가 많죠. 부모 자신의 마음과 아이의 마음을 동시에 알아차리는 단계가 있어야 대화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흘러 갑니다.
게임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
‘정신 못 차리고!’ 이런 말 대신 게임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함께 찾아보세요. 글로벌 규모의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나 게임시장 뉴스를 같이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는 거에요. 그런 점을 부각시켜주면 부모 자녀 관계도 좋아지고, 아이의 잠재력도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부모보다 더 잘 아는 것, 새로운 것을 아이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해보세요. 이런 대화를 통해 아이는 더욱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확실하게 인식하기도 하고요. 이런 경험은 아이 스스로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부모가 먼저 단단한 철학을 갖고 있으면, 그리고 자신감 있게 기다려주면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인재로 커갑니다. 단단한 철학과 자신감을 꾸려나가는 데 아무쪼록 제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이장주 초연결사회의 변화에 대응하는 심리학적 솔루션을 찾아가는 심리학자. 특히 게임을 하는 이들과 게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메타버스 관련 현상을 흥미롭게 관찰하며 글쓰기와 강연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2003년 중앙대에서 문화사회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명지대와 중앙대, 서울디지털대에서 비전임교수를 역임했다. SBS, TBN, 경인방송 라디오에 고정 출연, 게임과 IT 문화 주제로 〈주간경향〉 <아시아경제> <디스커버G> 등에 정기 기고 경력이 있다. 현재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게임문화재단 이사, 한국문화 및 사회문제심리학회 이사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여자와 남자는 왜 늘 평행선인 걸까?』 『사회심리학』(공저) 『청소년에게 게임을 허하라』(공저) 『십 대를 위한 미래과학 콘서트』(공저) 『퇴근길 인문학 수업: 관계』(공저) 등이 있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