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는 나를 사랑함으로써 아이도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자신을 너무나도 싫어하고 쓸모없는 사람이라 여겼던 저자에게 아이가 생겼다. 아이만큼은 누구보다 행복 속에서 자라길 바랐다. 그러나 처음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심어준 소중한 아이에게서 자꾸만 저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 봐.” 나를 사랑하지 않은 채 아이를 사랑하려 한 부작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 연예인만 걸리는 병인 줄로만 알았던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죽음의 위기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을 마주해야 했다. 극복하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공황장애라는 위기 속에서 만난 ‘내면 아이’를 통해 나를 알고 사랑할 수 있게 됐다. 내면 아이란 우리의 정신 속에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처럼 존재하는 또 하나의 나를 말한다. 저자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치유한 후 비로소 자신과 아이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내면 아이를 만나 감정의 뿌리를 알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전한다. 이 책으로 하여금 공황장애를 비롯해 고통 받는 모든 엄마들이 아픔을 이겨내고 행복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허경심 작가님 안녕하세요. 먼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어느 날, 나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를 집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언제나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바뀌지 않을 과거의 한 장면으로 돌아가 괴로워하는 날들이 많았죠. 이런 저와 이제는 이별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때의 저에게 더 이상 후회하지 말라고 이제 그만 ‘지금’, ‘여기’로 오자고 토닥이고 위로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글을 쓸 때 타깃 독자는 바로 과거의 저 혼자였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저와 같이 깊은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는 이들의 손을 잡고 밝은 빛으로 함께 걸어 나가고 싶어졌어요. 이 책은 그렇게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나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독자분들에게 강조하시는 명제는 ‘나를 사랑하는 엄마가 아이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일 것 같은데요. 왜 자신을 사랑해야만 아이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가요?
어느 날 제가 아직 어린 저희 아이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는데 안전벨트를 맨 저의 모습을 보며 승무원이 저를 나무란 적이 있어요. 저는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아이와 함께 싸잡아서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안전벨트를 그렇게 착용하면 아이는 저의 충격완화장치로 작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한 행동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었더라고요. 그제야 비행기 좌석에 있는 비상 상황 시 대처 요령을 자세히 보았어요. 그중 저의 눈길을 끄는 곳이 있었는데 비상시 산소마스크 착용 순서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저는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먼저 산소마스크를 씌워 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반대였습니다. 어른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라고 쓰여 있었어요. 비행기는 보통 고도 3만 5천~4만 피트 내외를 비행합니다. 만약 이 고도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람은 30초 이내에 정신을 잃는다고 해요. 압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급격하다면 10초 만에도 정신을 잃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먼저 구하려다가 어른이 정신을 잃는다면 어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성적인 판단이 부족한 아이가 상황을 대처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거예요. 그러니 어른이 먼저 신속히 산소마스크를 쓴 뒤 아이에게 씌워 줘야 합니다.
저는 어른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부분을 보며 자신을 사랑해야 아이를 온전히 사랑 할 수 있다는 상징을 보았습니다. 만약 나를 사랑하지 않은 채, 즉 산소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아이에게만 산소마스크를 씌워주려 한다면 아이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습니다. 산소가 부족한 엄마는 끊임없이 산소를 찾아 헤맬 거예요. 그 산소란 자신에게 채워지지 않은 결핍, 욕구, 욕망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끊임없이 아이에게 그것들을 채우려 합니다. 그래서 엄마는 사랑을 준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고 독단일 수 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는 자신의 부족한 것들을 아이를 통해 채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해서 한다고 생각하는 행동(훈육 방식 등) 중 도리어 아이에게 상처가 되거나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이 있을까요?
아이를 존중해 준다고 모든 걸 아이 중심에 맞추는 육아 방식은 아이에게 오히려 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저는 강압적이고 화를 잘 내던 부모 밑에서 늘 주눅 들어 있었습니다. 사소한 말도 굉장히 용기를 내야 할 수 있었죠. 저의 이런 면이 살면서 굉장히 많은 불편을 주었기에 우리 아이만은 그렇게 키우지 말자 다짐했어요. 그 일환으로 아이의 의사를 무조건 존중해 주었어요. 아이가 말할 때는 만사를 제치고 귀 기울였고요. 저의 이런 태도는 아이로 하여금 좌절의 기회를 조금도 주지 않는 거였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안 되는 상황이 될 때 아이의 징징거림과 떼쓰기는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희는 ‘욱하는 엄마와 못 참는 아이’가 되어 버렸죠.
제가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데 아이를 데리고 오는 엄마 중에 종종 저와 비슷한 엄마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어떤 결정사항들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가 결정하고 아이를 이끌어야 할 부분에서조차 아이를 존중해 준답시고 아이에게 그 결정을 물어요. 그럼 대게 아이들은 징징댑니다. 자신이 어찌할지 모르는 벅찬 질문을 엄마가 자꾸만 하니까요. 모든 것을 아이 중심에 맞추는 건 아이에게 안 되는 상황에 대한 면역력을 주지 않는 것이고 불안감만 심어줍니다.
내면 아이란 무엇이고, 내면 아이를 치유하려면 어떤 방법과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내면 아이란, 우리의 정신 속에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처럼 존재하는 또 하나의 나를 말합니다. 그 아이는 어린 시절 충족했어야 할 욕구들을 충족하지 못한 채 우리의 무의식에 자리를 잡습니다. 사람에겐 보편적인 발달 과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돌 즈음에는 낯을 가리기 시작하고, 18~36개월에는 뭐든 자신 스스로 하려는 제1 반항기가 옵니다. 흔히 ‘미운 네 살’이라고 부르는 시절이지요.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는 사춘기도 오고요. 이러한 각 발달 단계에서 충족되어야 할 욕구들이 충족되지 못한 채 어른이 되면 내면 아이는 끊임없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타인의 인정과 칭찬에 집착한다거나 욕구를 채우려다 중독이나 강박증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죠.
내면 아이를 치유하려면 먼저 자신의 초 감정을 알아내면 좋습니다. 초 감정이란, 세계적인 가족 치료 전문가 존 가트맨이 1996년에 정의한 개념인데요. 감정 뒤에 있는 감정, 감정을 넘어선 감정, 감정에 대한 생각과 태도, 관점, 가치관 등을 말합니다. 초 감정은 감정이 형성되는 유아기의 경험에서 비롯하며, 무의식적으로 형성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아빠가 술에 취했을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사 와 가족들과 화기애애하게 먹은 기억이 있는 사람과 아빠가 술에 취했을 때마다 부부싸움을 하는 걸 목격한 기억이 있는 사람 둘이 있다고 한다면 이 훗날 자신의 남편이 술에 취해 들어왔을 때 이 둘의 반응은 완전 다를 거예요. 전자는 화가 안 나지만 후자는 술 취한 남편의 모습만으로도 화가 치밀어 오를 수 있어요.
바로 초 감정 때문입니다. 그 초 감정이 건드려지면 자신도 모르게 욱하고 분노합니다. 그 분노지점을 찾아야 해요. 내면 아이는 분노 혹은 슬픔으로 표출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있지 않나요? 내가 왜 그렇게까지 화를 냈지? 하고 돌아볼 때요. 그 지점을 잘 짚어 봐야 합니다. 그 안에는 내가 미처 몰랐던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자리 잡고 있을 수 있거든요. 그곳엔 어떤 사건이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곳엔 분명 울고 있는 내면 아이가 있을 거예요. 그 아이에게 다가가 이야기해야 합니다. 당시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지금의 내가 해 주어야 해요. 내가 나를 위로해주고 안아 주어야 합니다. 나의 부모나 남편, 자식이 해 줄 거라 생각하면 안 돼요. 내 안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할 사람은 오직 나 자신입니다. 그것이 바로 내면 아이 치유입니다.
작가님의 내면 아이를 처음 마주하셨을 때와 치유한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어떤 점인가요?
제가 내면 아이를 치유한 후 가장 달라진 점은 ‘욱’이 없어졌다는 거예요. 어린 시절 자주 ‘욱’하며 화를 내던 저의 부모님의 모습이 저에게는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나의 아이에게는 보이지 말아야지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저는 더욱 화내는 엄마가 되어갔어요. ‘욱’하지 않으려 화를 꾹꾹 참다가 결국 용수철처럼 분노가 튀어나왔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그러하듯 낮에 버럭하고 밤에 후회하는 일을 반복했었죠. 그런데 이제는 정말 ‘욱’이 사라졌습니다. 의식적으로 화를 참으려 노력해야 할 일도 없고요. 굉장히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이 치유의 기적을 많은 분들이 함께 경험하면 좋겠어요.
내면 아이를 치유하고 공황장애를 극복하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이셨을 것 같습니다. 공황장애를 비롯하여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엄마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이것을 꼭 상기하시면 좋겠어요.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영원하지 않다고요. 사실 불안감과 우울감에 압도될 때면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 감정에서 헤어나올 어떤 노력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아예 잘 보이는 곳에 써 놓았습니다. ‘지금 힘든 감정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명심할 것!’이라고요. 감정이 휘몰아칠 때 그 글귀를 보고 감정이 바로 좋아지는 건 물론 아니에요. 하지만 알아차릴 수 있어요. ‘아, 내가 지금 힘들구나’하고요. 그럼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여러분도 이 글귀를 써서 붙여 놓으시면 좋겠어요. 감정이 우리를 압도할 때 스스로 생각해내기는 정말 힘드니까요. 명심하세요. 지금 이 감정 영원하지 않아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앞으로도 저의 감정을 더 파헤치고 싶습니다. 저의 내면 아이를 더 만나고 싶거든요. 그리고 다른 분들이 내면 아이를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인간 심리에 대해 공부하려고 합니다. 제가 물리치료사로 십수 년간 일하면서 많은 환자를 접한 결과 굉장히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치료를 오랜 기간 열심히 받아도 잘 낫지 않는 환자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그분들은 심리적으로도 불안하거나 우울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은 몸뿐만 아니라 심리도 함께 치료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훗날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료해 주는 사람이 되는 걸 소망하고 있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저의 책을 읽으신 분들과 그분들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 치유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치유의 끝에는 언제나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허경심 한 아이의 엄마이자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불안감이 많은 아이였고, 나를 믿지 못한 채 성장했다. 그러고 아이를 낳아 산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었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하며 삶이 달라지고, 글을 쓰며 성장했다. 이 책은 나를 사랑하고 아이를 사랑하게 된 여정을 담은 글이다. 아이를 키우며 충만해진 삶과 공황장애를 겪고 더욱 강해진 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과의 관계가 최악이었던 나는 내면 아이 치유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려 노력한다. 그것이 내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 믿는다. 단편 동화 『돌고 돈다』가 2014 샘터상 동화 부문 가작으로 꼽힌 바 있으며, 공저로 『좌충우돌 유쾌한 소설 쓰기』가 있다. 이 책이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들에게, 깊은 어둠에 허우적대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를 사랑하는 엄마가 온전히 아이를 사랑할 수 있다’라는 명제를 온몸으로 깨닫는 과정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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