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치킨을 주문할 때 어떻게 하는가?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와 같은 배달음식 앱을 키고 치킨을 검색한다. 그리고 ‘주문이 많은 순’이나 ‘리뷰가 많은 순’ 등 원하는 조건에서 맨 위에 있는, 제일 먼저 보이는 곳을 선택한다. 판매자가 누구인지 어떤 브랜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땠을까? 예전에는 브랜드를 먼저 떠올렸다. 어떤 브랜드의 치킨을 먹고 싶은지 결정한 다음 그 매장에 직접 주문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왜 문제인지 모를 수 있다. 모든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두고 한꺼번에 비교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브랜드도 자체 채널을 만들 필요가 없고, 거대 플랫폼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아서 모이기 때문에 고객 모으기에 열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거대 플랫폼의 탄생이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에게 이익일까?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것은 결코 소비자와 브랜드에 이롭지 않다.
이는 배달의민족과 카카오택시의 수수료 논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무료 서비스를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를 자신들의 플랫폼 안으로 끌어모으고, 이를 통해 플랫폼의 몸집이 커지면 그때서야 본색을 드러낸다. 초기 혜택만 보고 플랫폼 안으로 들어왔지만, 이런 선심성 서비스가 끝나는 순간, 플랫폼의 권력에 브랜드는 힘을 잃게 된다. 결국 플랫폼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는 이런 거대 플랫폼이 가진 힘과 위험성에 관해 설명하고 이들에 대항할 수 있는 브랜드 전략을 소개한다. 브랜드가 플랫폼 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브랜드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다른 무엇과도 대체되지 않는,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
최근 ‘플랫폼 규제’ 이슈로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러한 문제가 터질 거라고 예상하셨을까요?
예상하기는 했지만, 제 생각보다 더 빠르고 갑작스럽게 일어났습니다. 언젠가는 플랫폼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논의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던 것인데,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 정치권에서 먼저 움직이다 보니 갑작스러운 면이 있고 시장에 가해진 충격도 컸던 것 같습니다.
사실 법적인 규제보다는 자발적 자정 작용이 이뤄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속에서, 그리고 언론을 통해서 거대 플랫폼이 가진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여론이 형성되고, 그 결과로 플랫폼들이 자발적으로 공정한 규칙을 만들게 되면 좋은데, 현재 진행되는 모습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기 전에 규제안부터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움이 있습니다.
플랫폼 규제가 불가피해진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모두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기업이 성장하는 원동력은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대 기업이 끊임없이 경쟁과 위험에 노출되어야 혁신이 이뤄지고 소비자에 대한 혜택도 늘어나겠죠. 거대 플랫폼이 가진 문제점은 테크 산업의 특성상 구조적으로 경쟁과 위험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업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지켜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규제가 이뤄지기 전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규제가 시장과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로 규제 법안들이 급하게 만들어지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학계와 언론, 시민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거대 플랫폼을 무조건적으로 규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을 어떻게 규제하는 것이 모두에게 최선인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브랜드에는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는데,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점은 무엇일까요?
빅테크 기업이 성장할수록 기존 브랜드의 경쟁력은 낮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기업의 마케팅 또는 영업 담당자들 중에는 빅테크 기업을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빅테크 기업과 협력하면 당장은 매출이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의 자생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 책을 통해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이 점입니다. 지금 많은 브랜드의 모습을 보면 침몰하는 배 위에서 서로 싸우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빅테크 기업은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브랜드에 위기를 가져오는 위험한 존재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 D2C 전략이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많은 브랜드가 자신이 만든 제품은 자신이 직접 판다를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국내 브랜드 중에 자사 채널을 잘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있을까요? 이들에게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요?
몇몇 사례를 꼭 집어서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국내 신생 브랜드들 중에는 D2C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당장의 매출보다도 고객과의 관계 구축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혹은 즐길만한 콘텐츠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브랜드의 디지털 채널을 매장이 아니라 쌍방향적 미디어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신생 브랜드들의 경우에는 기존 브랜드들의 틈바구니를 뚫고 들어가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환경에서 가장 효과적인 브랜드 전략을 찾아내고 실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사실 기존의 브랜드들이죠. 기존 브랜드의 마케팅과 영업 담당자들은 줄어든 매출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실행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당장의 매출을 높이려고 하게 됩니다. 기존 브랜드들이 오히려 국내의 새로운 D2C 브랜드들의 모습에서 브랜드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과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이키나 무신사 등은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키우고 있는데요, 브랜드가 오프라인을 포기하지 않고 끌고 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점이 주목해야 할까요?
제가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브랜드의 ‘대체 가능성’입니다.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로 쉽게 대체되지 못하면 온라인 매장도, 오프라인 매장도 성공시킬 수가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가진 문제점은 다른 브랜드로 쉽게 대체되는 존재, 즉 더미 브랜드라는 점이죠. 이런 브랜드는 아무리 오프라인 매장의 인테리어를 멋지게 바꿔도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활성화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제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미국에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투자와 브랜드의 매출 변화 관계를 연구했는데 이들 사이에 분명한 관련성을 찾지 못했습니다.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고 있으면 아무리 매장을 멋지게 탈바꿈시켜도 오프라인 매장을 활성화시키기 어려운 것이죠. 오프라인 매장을 살리기 위한 최고의 전략은 매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그리고 이번 책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를 보면 언제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제를 한발 앞서 다루고 있는데요, 최근 관심 갖고 있는 이슈가 있으실까요?
한발 앞선다고 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잘 모르는 편이에요. 순전히 이론적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장 변화에 대해서 원고를 집필하는데요, 그래서 원고가 완성된 시점에서는 제 원고와 사회적 이슈가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제 원고를 가지고 있다가 시기에 맞게 내주고 있습니다(웃음).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과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는 2019년에 집필한 것이고, 이번 책도 2019년부터 집필을 시작해서 2020년 중반에 써 놓은 것입니다. 이 정도면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제가 감이 너무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스스로 생각이 들기도 하죠. 최근 관심을 가지고 집필하고 있는 책들이 있기는 한데요, 이 원고들도 언제 책으로 나올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네요. 책이 나오면 책으로 만나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거대 플랫폼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브랜드(종사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마케팅과 브랜딩이라는 것은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꿈과 행복감을 안겨주는 일입니다. 지루하거나 괴로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위안, 행복을 주는 것이 마케터와 브랜드 관리자의 역할이죠. 그런데 최근 마케팅과 브랜딩이 너무 매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보람이나 자부심도 느끼기 어렵게 만들죠. 마케팅과 브랜딩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위로와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 대체되지 않는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병규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경영학 석사 /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 마케팅 박사 (전) USC마셜경영대학 교수 / (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경영학자이며, 마케팅, 심리학, 뇌과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마케팅 분야의 최고권위지인 Journal of Marketing,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심리학 분야의 최고귄위지인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등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하였고, 뇌과학 분야 저널인 Journal of Neuroscience에도 논문을 게재하였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마케팅협회에서 부여하는 최우수 논문상인 Paul E. Green Award를 수상하였으며, 역시 한국인 최초로 미국 마케팅협회에서 지난 5년간 마케팅 이론, 방법론, 실무에 가장 중요하고 오랜 공헌을 한 논문에 수요하는 상인 William F. O’Dell Award를 수상하였다. 이 밖에 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서 박사논문에 기초한 논문 가운데 최우수 논문에 수여하는 상인 Robert Ferber Award의 한국인 최초 수상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감각을 디자인하라』,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이 있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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