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은 꾹 참고 불공정은 못 참는
박권일 저 | 이데아
“능력 있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보상을”. 자연스러운 주장이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과 옳은 것은 다르다. 이 책은 능력주의를 ‘정의를 가장한 부정의’로 규정한다. 개인의 능력이라는 것은 순수한 개인의 힘만으로 구축되지 않아서, 공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것. 특히나 시험 점수 정도로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은 공정을 가장할 뿐이다. 저자는 상속이나 세습만큼 능력에 따른 차등 보상 역시 불공정하고 부정의하다고 단언한다. 더구나 능력주의는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려서, 불평등으로 다뤄질 사안을 모두 불공정 논란으로 만들어 버린다.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처럼.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보고서. (김성광 MD)
마음을 위한 나침반
김재원 저 | 책밥상
누군가와 헤어진 뒤 곱씹어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자신 있다고 어필하고 싶었는데 자만심으로 들린 거 아냐?’, ‘그 말은 공감이야, 아니면 동정한 거야?’ 등. 감정은 혈압이나 혈당처럼 측정할 수 없지만, 나의 정신 건강과 성숙한 대인 관계를 위해 넘으면 안되는 선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헷갈리는 마음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 바로 『밥보다 진심』이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52가지 감정을 2개씩 비교하며 설명해주고, 성숙한 정신을 가꾸는 방법도 알려준다. 복잡한 마음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양찬 MD)
이렇게 우리는 함께 다음 계절로 간다
강진아 저 | 민음사
스물일곱의 여름, 다니던 직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아엽’. 설상가상 에어컨은 고장나고, 사랑하는 고양이 ‘치니’는 사라지고, 날씨처럼 후텁지근해진 속마음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다. 『미러볼 아래서』는 가을을 맞으며 읽는, 뜨겁고 어지러운 한여름의 이야기다. 소설의 앞부분에서 전부 내보이지 않는 아엽의 말과 행동은 장을 넘길수록, 그의 조각이 하나 둘 모일수록 천천히 공감의 범위에 들어온다. 현실에서 누군가와 새롭게 관계맺기 하듯 소설의 등장인물과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책. 이렇게 우리는 함께 다음 계절로 간다. (박형욱 MD)
자연의 기쁨을 삶에 들이는 시간
존 번스 저 / 오경아 역 | 윌북(willbook)
“우리는 식물을 돌보고 식물은 우리를 돌본다. 작은 식물에겐 특별한 웅장함이 있다. 마치 한 구절의 시처럼.”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킨포크』의 가든 에세이. 14개국 23개 도시를 돌며 식물만큼 단순하고 우아하게,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 킨포크의 철학을 완성했다. 각자의 취향과 역사가 자연의 아름다움에 녹아 들어가 탄생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와 감각적인 사진은 읽는 것 만으로도 초록빛 자연이 우리의 삶에 스민 듯한 편안함과 위안을 선사한다. (김현주 MD)
사라진 것들이 남겨놓은 울림에 관한 소설
유미리 저 / 강방화 역 | 소미미디어
재일한국인 작가 유미리가 우에노역에서 생활하는 노숙자의 눈과 귀가 되어 쓴 소설이다. 1960년대 도쿄 올림픽 경기장 건설을 위해 집단 노동에 참여한 노숙자 가즈는 2020 도쿄 올림픽 개최 전 깨끗한 거리를 명목으로 '특별 청소'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우에노역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대화 중간중간 가즈의 삶이 불쑥 등장한다. 한 가족의 역사와 일본의 현대사가 파편처럼 튀어 오르며 죽는 순간까지 도쿄를 떠날 수 없었던 한 인물의 고단한 생애가 펼쳐진다. 소설은 가혹할 정도로 근면해도 가난은 영영 피하지 못하는 기형적인 사회 구조를 꼬집는다. 우리가 딛고 있고 생활하고 있는 이 땅이 수 많은 청년들의 노동력과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생각하면 내 미래를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된다. (김소정 MD)
나도 색을 나누고 싶어
박송이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2년 전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어 캔버스화 클래스를 신청했다. 고군분투 끝에 바다 앞에 서 있는 나의 뒷모습을 완성했는데, 10대 이후 처음 그린 그림이라 손을 움직이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 책을 보면 그림을 그리겠다는 강한 끌림이 생기는데, 못 그려도 괜찮다는 격려까지 해주는 저자 덕분에 종이 위에 색을 자꾸만 얹게 된다. 강박을 없애고, 그리고 싶어지는 환경을 만들고, 색감 있는 시선을 가지는 일. 좋아하는 예술가를 공부하는 일. 이 모든 게 그림의 시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무색의 일상에 색감을 더하고 싶게 만드는 색연필 그림의 매력. 사랑하는 것들을 종이 위에 담아낼 내 손을 기대하게 만든다. 내가 바라본 색을 함께 나누고 싶어지는 책. (이나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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