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
단지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 어딘가에 있는 세계와 존재로 믿어 주는 분들과의 작업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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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송미경이 글을 쓰고 일러스트레이터 김종민이 그림을 그린 『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는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이다. ‘가족’, ‘소유’라는 견고한 틀로 묶이지 않은 두 존재가 서로를 소중하게 기억하는 순간을 섬세하게 그렸다. 작고 연약하지만 온전한 세계에 대한 믿음은 독자에게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게 한다.



『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는 오래전 작업하신 원고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어떤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썼는지 기억하시나요? 

송미경 :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사소하고 작고 연약한 것들이 한 존재에겐 전부인 것에 대해 생각하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이 원고를 쓸 때 심정적 크기보다 물리적 크기인 ‘작은 개’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붙잡고 진행했어요.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그림 작가님에게로 가서 털이 많고 큰 개가 되었습니다. 저의 첫 의도와는 다르지만 정성을 가득 담아 그려 주신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원고를 쓴 당시의 생각이나 느낌이 달라진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송미경 : 처음 이 이야기를 쓸 때는 좀 더 비현실적인 이야기였어요. 개의 주인과 작은 개가 이사를 간 뒤 세월이 많이 흐르고 영하는 자라서 엄마가 돼요. 어느 날 작은 개의 원래 주인으로부터 유품이 택배로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되지요. 

저는 아직도 그 결말을 가끔 떠올리곤 해요. 그 결말 때문에 이야기를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이 책을 만들게 되면서 저는 좀 더 따뜻한 결말을 원했고, 그것을 너무 드러나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어린이들과 함께 읽을 때 각자 떠오르는 결말을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2010년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출간 후 작가님의 개성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선보이셨는데요, 이 책 『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를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송미경 : 이 책의 작업을 시작할 때 그림 작가님과 편집자님이 원고에 담긴 뜻을 마음으로 품어 주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우리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영하, 작은 개, 그리고 소년들의 웅성거림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단지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 어딘가에 있는 세계와 존재로 믿어 주는 분들과의 작업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스케치 등 그림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공유받으면서 그림 작가님이 작업에 몰입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편집자님 또한 그러한 걸 느꼈어요. 그런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조율해 가는 과정이 기억에 남고 의미 있었습니다.



작가님이 쓰고 그리는 책을 작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쓴 글에 다른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것과 글과 그림을 함께 진행하는 것은 차이가 있잖아요. 각각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송미경 : 저는 글을 쓸 때 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고 쓰는 편이라서 제가 쓴 글에 직접 그림을 그린다면 의도의 충돌이 적은 게 장점인 것 같아요. 그림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의외성과 확장성, 전문성이 확보된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고요. 

만약 제가 이 책의 클라이맥스 장면을 그렸다면 개를 품에 안았을 때 보이지 않을 만큼 작게 그렸을 것 같아요. 남들 눈에 작고 힘없는 존재가 한 아이에겐 전부인 것을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그림 작가님의 생각이 제 생각과 다를 수 있고, 그것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만드는 것이 그림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는 둘만의 내밀하고 소중한 관계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작가님의 삶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작은 개'와 같은 존재가 있는지, 그림 작업을 하실 때 염두에 둔 모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종민 : 어렸을 때 ‘복실이’라는 개와 함께 산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내내 이 강아지와 함께 크고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 형편상 개를 팔아야 해서 아버지가 트럭에 태우고 갔습니다. 당시 저는 그 사실을 몰랐고요. 한 시간 뒤쯤 아버지가 돌아오셔서 “개가 없어졌다”고 했는데, 잠시 후 복실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의 감정이 이번 작업에 어느 정도 스민 것 같습니다. 지금은 ‘모네’라는 고양이와 함께하고 있는데, 털이 긴 아이라 이 작품의 주인공도 털이 긴 아이로 풀어 보았습니다.



『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에서 기존에 해오던 방식과 다른 방식을 시도하셨는데요, 이 작업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일러스트레이터로 오래 활동해 오셨는데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김종민 : 기존에는 그림 작업을 디지털 작업에 의존하지 않고 대부분 수작업으로 구성해 왔습니다. 디지털 작업은 연출의 확장성이나 수정의 편리함, 기법의 변화성 등을 장면 안에 다양하게 풀어내는 장점이 있습니다. 10년 가까이 장면에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장면 비중을 조금씩 높였고 지금은 60% 가까이 디지털을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스타일 변화가 이루어진 것 같네요. 

요즘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변화를 감지하면서 작업의 결들을 재구성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도들을 하게 됩니다.



이번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홍대 땡스북스에서 원화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작가로서 원화 전시회는 어떤 의미인지,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요?

김종민 : 이번 전시회에서 고민한 지점은 ‘책의 메시지를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할까’였습니다. 책의 주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을 선택하고, 캐릭터와 소재들의 호흡을 통해 감정선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영하와 작은 개의 감정은 복합적인데, 그러한 감정을 어떤 장치를 통해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조형요소의 비현실적 장치 구성으로 구현하려 했습니다.



*홍대 땡스북스에서 진행되는 『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 원화 전시는 11월 30일까지 진행됩니다. 


북 트레일러




*송미경 (글)

2008년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웅진주니어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돌 씹어 먹는 아이』로 제5회 창원아동문학상, 『어떤 아이가』로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다. 그 밖에 지은 책으로 『봄날의 곰』, 『가정 통신문 소동』, 『통조림 학원』, 『나의 진주 드레스』, 『복수의 여신』,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어쩌다 부회장』 등의 동화와 청소년소설 『나는 새를 봅니까?』, 『광인 수술 보고서』, 『불안의 주파수』(공저), 『중독의 농도』(공저), 『콤플렉스의 밀도』(공저) 등이 있다.



*김종민 (그림)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와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아내 사랑하는 놈에게 죄를 물으신다면 - 국어시간에 고전 읽기 윤지경전』, 『소 찾는 아이』, 『구운몽』, 『주목나무 공주』, 『출동 119! 우리가 간다』, 『큰 기와집의 오래된 소원』, 『섬집 아기』, 『워낭소리』, 『사탕이 녹을 때까지』 등을 작업했습니다. 시의 문장처럼 사유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
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
송미경 글 | 김종민 그림
모래알(키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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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