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도서관을 통해 보는 복지국가의 비밀
도서관 활동가이자 시민운동가인 저자가 10여 차례에 걸쳐 80여 곳의 현장을 답사해 완성한 북유럽 도서관 견문록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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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송현 저자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는 도서관 활동가이자 시민운동가인 저자가 10여 차례에 걸쳐 북유럽 80여 곳의 도서관 현장을 답사해 완성한 북유럽 도서관 견문록이다. 그러나 이 책은 선진 도서관의 면면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러한 도서관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 시스템, 도서관이 가져온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변화에 더 주목한다. 유럽의 변방이던 북유럽이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었던 동력은 바로 도서관에 있었다. 북유럽 도서관 이야기를 도서관 영역에서 사회 전체의 영역으로 확장시킴으로써 도서관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도서관이 어떻게 복지국가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를 찬찬히 짚어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북유럽을 오래도록 다니셨는데, 특별한 사연이 있나요?

처음에는 “북유럽은 어떻게 복지국가가 되었는가?” 그것이 너무 궁금했어요. 2013년에 처음 스톡홀름에 발을 디딘 이후로 그 답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10여 차례 북유럽을 다녀왔어요. 도서관 활동가들과 함께 도서관을 둘러보기도 했고, 사회복지 활동가들과 함께 복지시설을 둘러보기도 했죠. 스웨덴 정치인을 만나고, 덴마크 교육행정가를 만나고, 교민들도 만났어요. 그리고 꼬리를 무는 의문을 풀기 위해 자료들을 구해 봤죠. 그리고 1900년대 근대화 시기 스웨덴 도서관 역사를 읽으며 그 의문의 실마리를 찾았어요. 

북유럽이 복지국가가 된 비밀이 도서관에 있다는 것인데요. 그동안 발간된 북유럽 관련 책에는 그런 이야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그동안 북유럽, 특히 스웨덴에 관한 관심은 대부분 정치경제학적인 시각이었거나 잘 만들어진 복지정책에 대한 것이었어요. 정치경제학적 시각을 갖는 학자들은 스웨덴 사회민주당의 정책들, 노동정책, 경제 정책에 대해 관심을 집중했죠. 최근에는 교육정책 등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늘어났고요. 저는 그런 점에서 머무르지 않고, 그것들이 “어떻게 가능했는가?”에 의문을 계속 가졌어요. 100여 년 전만 해도 유럽의 변방이고, 가난한 농업 국가였던 북유럽에서 어떻게 그런 혁신적이고 앞서가는 정책들이 자리잡을 수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었죠. 

일례를 들어 북유럽 사회민주당은 모태였던 독일 사민당과 다른 노선의 정책을 펴나갑니다. 소련의 볼셰비키 혁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그리고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여 오래도록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북유럽 정치를 주도합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그 자체를 특성화하고 논의를 전개하였는데요. 저는 그것이 어떤 뿌리에서 가능했는가에 관심을 가졌고, 그들이 근대화 시기에 전개하였던 민중도서관 운동에서 찾은 것입니다.

흥미롭군요. 북유럽 사회에 대한 관심과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융합된 것이군요. 일단 북유럽 도서관을 많이 다니셨어요. 어떤 점이 제일 인상적인가요?

처음에는 다른 관심사로 북유럽을 돌아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좋은 도서관이 있어서 신기했어요. 도서관 활동가들과 함께 도서관을 탐방할 때는 도서관만 찾아다니는데도 새롭고 재미있어서 다음에 방문할 도서관이 기대가 되더라구요. 유럽 여행에서는 보통 성당이나 미술관을 많이 방문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도서관만 다녀도 못지않게 새롭고 재미있더라고요. 

그동안 다닌 북유럽 도서관을 헤아려보니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에서 80여 곳이 되더군요. 그 중에는 여러 번 가 본 곳이 많은데요. 스톡홀름중앙도서관은 스톡홀름에 갈 때마다 들렀으니까 10번은 가 본 것 같습니다. 제일 인상적인 것은 어쨌든 도서관이 마을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고요.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 열람실을 오가며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안내하는 사서들의 활발한 모습들이 늘 좋았어요. 도서관이 무척 활발하구나, 살아 있구나 하는 느낌이 강했죠. 

도서관을 다니면서 북유럽에서는 왜 그렇게 도서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북유럽 사람들은 왜 그렇게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가? 하는 문제를 파고 들었군요.

그렇죠. 북유럽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좀 알려진 것인데요. 보통 겨울에 ‘밤이 길어서 그렇지, 뭐.’ 하고 덮어 버리기 쉽거든요. 독서를 그냥 좋아서 하는 취미생활로만 생각하면 그럴 수 있어요. 책이라고 하면 우리나라는 결코 뒤지지 않죠. 우리 조상들은 신라시대부터 목판인쇄를 했고, 금속활자를 세계에서 처음 만들었을 만큼 일찍부터 책을 만들어 읽었죠. 병인양요때 강화도를 약탈해간 프랑스 장교가 뒤에 “조선에는 시골집에도 집집마다 책이 있었다”라며 놀라워했다고 할 정도였죠. 북유럽은 어땠는지, 언제부터 사람들이 책을 읽었고,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 책 읽는 문화, 도서관을 이용하는 문화가 뿌리내렸는지가 매우 궁금했죠. 그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북유럽은 서유럽에 비해 근대화가 늦었고, 도서관도 늦게 만들어 졌을 것 같은데요. 북유럽 사람들이 언제부터 바뀌었나요?

제일 큰 변화의 계기는 종교개혁이었어요. 북유럽 국가들은 루터가 종교개혁을 외친 직후부터 루터교를 지지했고, 국교로 받아들였어요. 그것이 어떻게 북유럽의 책 읽기에 영향을 미쳤는가는 책에 자세히 소개해 놓았고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북유럽에는 중세 시대에도 농노가 없었다는 거예요. 대부분 농민들은 소작농이었죠. 지배층이나 귀족에 의한 수탈이 심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평등에 대한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었어요. 근대화 과정에서 선각자들은 도서관을 통한 시민계몽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사람들이 차별없이 누구나 필요한 정보를 얻어서 스스로 생활의 개선을 위해 나설 수 있게 하려고 한 것이죠. 스웨덴의 근대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계몽운동과 보통선거 실현 운동이 도서관과 성인학습의 확대와 결합되는 지점이 있어요. 도서관은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 속에서 강조된 것이죠.

교육 개혁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셨던데요. 북유럽은 교육 개혁을 통해 책 읽는 문화가 달라졌다는 것이죠?

북유럽도 예전에는 주입식 교육, 성적에 따른 상급 학교 선발제도가 있었어요. 스웨덴은 오랜 논의를 거친 뒤에 1962년에야 지금의 교육제도 틀을 만들었어요. 중학교까지 성적에 따른 선발을 하지 않고 종합학교 제도를 의무교육으로 하는 개혁을 한 것이죠. 이후 70년대에는 학교 교육도 바뀌어서 주입식 교육이 사라지고, 시험 평가와 성적 관리가 사라졌어요. 학교 수업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프로젝트형 발표식으로 진행됐어요. 학생들은 그룹별로 도서관에 가서 제시된 과제와 관련한 자료를 찾고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찾는 교육을 받는 거죠. 그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사회인이 된 뒤에도 떠오르는 의문을 풀기 위해 도서관으로 달려가 필요한 책을 찾아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된 것이죠.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금방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비밀이 도서관이라는 점을 강조하셨는데, 도서관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복지국가의 필수적인 요소는 민주주의이죠. 이때 민주주의의 요체는 평등과 다양성 존중입니다. 즉, 평등과 다양성 존중에 대한 사회의 인식 정도에 따라 복지정책이 제대로 수립되고, 지지되고, 확대될 수 있어요. 차별을 받아들이는 만큼 복지정책에 대한 벽이 높아지겠죠. 

그런데 민주주의는 구성원의 문해력, 현안에 대한 올바른 이해 정도가 중요합니다. 서로가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를 해야 비판도 하고 존중도 할 테니까요. 그런 문해력의 핵심적인 기반이 학교와 도서관입니다. 높은 문해력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합의에 기반했을 때 구성원의 고부담이 가능한 것이고, 고부담에 의한 사회적 안전망, 고복지가 가능한 것이죠. 

단편적인 아이디어 위주의 복지정책, 땜질식 복지정책은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지속 가능한 복지정책 정착을 가로막게 됩니다. 우리나라가 그렇죠. 경제가 좋아지면 해결될 문제가 아닌 거죠.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책을 읽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 독서문화의 진흥을 위한 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북유럽 사회를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개인적인 취미 이상의 것입니다. 책 읽는 문화는 건강한 사회, 복지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반인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책읽기의 소중함과 사회적 가치를 깊이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도서관 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더욱 그런 소명감과 자부심을 갖기를 바랍니다. 복지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보다 지속가능한 복지사회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 해보길 바랍니다. 우리는 도서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윤송현

1962년 청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청주에서 아내와 함께 초롱이네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청주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복지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13년 처음 스웨덴을 방문한 이후 북유럽 복지국가 이행에 관한 다양한 저서와 자료를 섭렵해왔다. 2015년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회원들과 함께 북유럽 도서관을 둘러본 이후 2019년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북유럽 국가들의 도서관, 의회, 복지 시설, 교육 기관을 둘러보는 탐방단을 이끌었다. 오랜 시간 복지와 민주주의 관점에서 도서관을 바라보고 고민해왔으며, 도서관은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정책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윤송현 저
학교도서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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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