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없이 달리는 STAYC(스테이씨) ‘YOUNG-LUV.COM’
‘김윤하의 전설이 될 거야’ 코너가 아닙니다.
글ㆍ사진 김상훈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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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이업엔터테인먼트

‘김윤하의 전설이 될 거야’ 코너가 아닙니다. 오해하신 분들이 있다면 죄송해요.

스테이씨가 드디어 컴백했다. 타이틀곡 ‘RUN2U'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디제이 디오씨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시작부터 뜀박질하는 듯 강렬한 비트로 정신을 못 차리게 하고, 갑자기 타령스러운 구간으로 긴장을 풀어 주는가 싶더니, 폭발하는 훅으로 멱살을 잡고 달린다. 그래, 이게 케이팝이지. 이게 틴프레쉬(teenfresh)지.

스테이씨를 처음 알려준 건 친구 ‘길'이다. 길 씨여서 길이라 불러왔다. 길은 노래도 랩도 없는 잔잔한 비트의 다운 템포 전자 음악을 만들며 몇 장의 앨범을 냈고, 현재는 자동차 부품 공장 관리자로 일한다. 작년 가을의 어느 토요일, 나는 오전 근무를 마친 길을 만나러 안산 단원구의 반월공단으로 향했다.

길의 앨범을 틀어둔 채 그를 기다렸다. 차문을 연 길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오이도로 향했다. 내가 좋아하는 트랙이 나와서 음악의 볼륨을 높였고, 길은 말이 없었다. 

“이 부분이 제일 좋더라.”

“난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워 형.”

선착장 앞에서 칼국수를 먹으며 2년여의 근황을 나눴다. 길은 오래 만난 연인과 혼인신고를 올리고 싶은데 함께 살 집을 구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조금씩 음악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노래나 랩을 얹을 수 있는 비트를 만들어 팔 생각을, 그전에는 왜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길은 나에게 음악 선생님 같은 존재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보내주곤 했다. 워낙 많은 음악을 들었고 특히 마이너한 취향의 전자 음악에 해박했다. 그가 보내 준 감성적인 비트들을 듣고 있으면 힙해진 기분이 들었다.

대부도로 향하는 길 위에서, 나는 길이 알려줘서 좋아하게 된 ‘Boards of Canada’의 앨범을 틀었다. 길은 또 말이 없었다. 잠시의 침묵 후 그는 입을 열었다. 

“형, 나 이제 이런 거 안 들어.”

“그래? 요즘 뭐 듣는데 그럼?”

“음악은 케이팝이지.”

내 핸드폰을 들어올린 길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검색하더니 무언가를 재생했다. 신나면서도 감각적인 비트가 흘러나왔다. “ASAP, 내 반쪽 아니 완전 카피.” 훅에서는 갑자기 멜로디가 빠지고 리듬이 꽉 채워졌다. 신선했다. 듣자마자 알아버렸던 것 같다. 앞으로 이들의 음악과 얽히게 될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집에 가서 마저 알게 되었다. 그 리듬 구간에서 일명 꾹꾹이 춤의 향연이 베풀어진다는 것을.

대부황금로를 달리며, 우리는 ASAP과 색안경과 SO BAD를 크게 들었다. 길은 요즘 음악 잘하는 사람들은 힙합 비트 메이커나 케이팝 작곡가가 된다고 했다. 그리고 케이팝 부흥으로 자기 같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열렸다고 했다. 길에게 잘된 일이라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스테이씨를 더 좋아하기로 마음 먹었다. 길을 내려주고 집으로 오는 길에도 나는 계속 스테이씨를 반복 재생했다.

“타 버리고 파 너의 사랑은 So sunny yeah / 사라져도 사라져도 / 다 버리고 파 너만 있다면 No worry yeah / 다쳐도 괜찮아 I'LL RUN TO YOU / 괜찮아 아플 거래도 / 상관없어 멋대로 생각해도 돼 / 막지 못해 널 사랑하기 때문에 / So I'LL RUN TO YOU”

이 얼마나 찬란하고 무모한 청춘의 질주인가. 스테이씨의 새 노래를 들으며 저런 마음으로 달리던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나에게도 길에게도 타 버려도, 다 버려도 괜찮을 정도로 무언가를 쫓아 달리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고 못 달릴 건 또 무엇인가. 이전에 꿈꾸었던 길과 달라진 길이라고 해도 어쨌든 눈 앞에 길이 있고 봄이 또 오고 있다. 스테이씨도, 길도, 나도 두려움없이 계속 자신의 길을 달리는 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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