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 오늘 주제는 ‘‘광부님들을 떠올리며 고른 책”입니다. 뭔가 희망적인 책, 광부님들이 읽었을 때 좋다, 재밌다, 할 수 있는 책을 찾아봤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다라 매커널티 저 / 김인경 역 | 뜨인돌
저자는 15살 소년이고요. 아일랜드에서 살아요. 망가지고 있는 자연을 살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새들도 우리 가족이라고 말하는, 그래서 창밖에 새 모이통을 두고 모이를 살뜰하게 챙기는 사람이에요. 다라는 부모님, 두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데요. 아빠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폐 스펙트럼이 있어요. 그래서 자폐인의 시선으로 보는, 남다르고 탁월한 장면들이 굉장히 많이 담겨 있어요. 이런 표현이 있어요.
“대개 내 머릿속은 매우 정신없이 돌아간다. 물벼룩, 물방개, 소금쟁이, 잠자리 유충을 관찰하는 것은 과민한 나의 뇌를 위한 처방이기도 하다.”
책은 3월 21일부터 다음 해 3월 21일까지의 일기가 담겨 있거든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이에요. 저자의 시선으로 자연을 관찰하는데요. 읽으면서 내가 엄청나게 많은 걸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됐어요.
나는 그 자리에 남아서 등을 대고 누워 하늘을 봤다. 검은 잠자리 떼가 내 머리 위로 원을 그리며 날았다. 마치 저녁에 불어오는 바람 조각처럼 재빨리 움직였다. 나는 몸을 뒤집어 땅에 배를 깔고 물방개가 뱅글뱅글 돌며 만드는 잔물결을 바라봤다.
그렇지만 단지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는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저자가 자연주의자로서 갖는, 자연이 인간 때문에 주변부로 밀려나는 장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가 있어요. 하다 못해 초록 들판이 쭉 뻗은 장면을 볼 때도 그러는데요. 저는 도시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그런 장면을 생각하거나 보기만 해도 자연이라고 느끼거든요. 근데 저자의 시선에는 이 장면이 특정 작물을 재배하려고 품종을 단일화시킨, 그러니까 다양한 식물군이 사라진 세계인 거예요. 산업화가 진행된 모습이고요. 저자는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지를 계속 고민하죠.
책 첫 부분에 한국 독자들에게 쓴 서문이 있어요. 저자가 이런 말을 하는데 정말 중요하게 느껴졌어요.
“제가 경험한 괴롭힘은 우리가 자연 세계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종의 소멸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너무 놀라운 문장이었는데요. 다양성을 불편해 하고, 평균의 모습만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주류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니까 다라는 괴롭힘을 당하고요. 그런 사회니까 자연은 획일화되는 거잖아요. 이 다양하고, 그래서 소중한 존재들을 정말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고요. 한 권의 경이로움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광부님들께 선물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우은빈 저 | 애플북스
일단 이 책을 쓰신 오은빈 작가님께서 광부님 중 한 분입니다. 책에는 만화도 있는데요. 만화를 그리실 때 저희 <어떤,책임>을 특히 많이 들으셨다고 해요. 작가님은 현재 스튜어디스는 그만두신 상태라고 하거든요. 코로나19 이후 항공사들이 어려워졌잖아요. 그래서 물류팀 말고는 해외에 나갈 일이 별로 없어서 스튜어디스나 스튜어드들이 많이 그만두게 됐다고 해요. 작가님도 그때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되었다고 하시고요. 지금은 그때의 경험들을 나누는 강사 역할을 많이 하시면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지에서 강연을 하신다고 합니다.
책을 쓰게 된 계기도 인상적이에요. 작가님이 책을 좋아해서 어느 날 서점에 갔대요. 서점 에세이 매대를 보는데 특정 직업인들이 쓴 에세이들이 즐비한 거예요. 그런 책들을 사서 읽으면서 자극을 받았던 거죠. 나도 어떤 것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때부터 비행을 할 때마다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 일지에서 인상적인 것들을 모아 낸 책이 바로 이 책이에요. 사실 비행기는 다른 어딘가로 넘어갈 때 이용하는 교통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사연들이 있겠더라고요.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아는 것도 좋았지만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비행기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잊지 않기 위해 매일 기록한 우은빈 작가님의 성실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는데요. 가령 이런 거였어요. 비행공포증이 있는 분들 있잖아요. 그러면 사실 비행기를 타시면 안 되는데 어떤 승객이 어떻게 타신 거예요. 그분한테 가서 우리 비행기 안전하다고 이야기를 해야 되잖아요. 그럴 때 약간의 과장이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우은빈 작가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오늘 비행은 무서워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비행기는 여행 거리상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통하잖아요. 게다가 이 항공기는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하게 설계된 항공기입니다.”
더불어 기장님은 한 번도 사고를 내지 않은 분이다, 여기 승무원들의 역량이 얼마나 출중한지 아느냐 등의 말씀을 드려가서 진정을 시켰다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물론 지금이야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비행기 탈 일이 요원해지긴 했죠.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로 간다는 그 설렘을 품으시라는 의미에서 광부님들에게 권하고 싶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갔던 여행지를 떠올리고,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헤아려보면 어떨까 싶어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정혜선 저 | 민음사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제목 아래 있는 카피 때문이었어요. 카피가 ‘불안과 우울의 시대에 서로 의지하는 법 배우기’거든요. 이 카피를 읽는데 너무 궁금해지더라고요. 지금 <책읽아웃> 광부님들 중에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분들도 계실 거고요. 불안, 우울과 같은 키워드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가지고 왔어요. 우선 저자 소개를 해볼게요. 책에 작가님 소개를 이렇게 했어요.
“불안과 우울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이십 대를 보냈다. 삼십 대의 마지막 해에 덴마크 세계시민학교에서 공부하면서 긴장을 풀고 쉬는 법, 덜 열심히 사는 법을 배웠다. 지리산 실상사 작은학교에서 세계시민 교육을 주제로 수업하며, 먹거리와 꽃이 자라는 자그마한 숲밭을 가꾸고 있다. 지금은 특별히 소속된 곳이 없는데 불안하지 않다.”
이 책은 작가님이 덴마크의 세계시민학교에 가서 느낀 점과 배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대안학교 영어 강사로 일하셨던 분이 왜 갑자기 덴마크로 떠나게 됐는지에 관한 내용이 프롤로그에 나와 있는데요. 작가님은 학생들이 부러웠던 거죠. 그래서 학생들을 부러워하는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도 괜찮을까, 이런 생각도 하셨고요. 중학생이 교사에게 분노를 발산할 때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이런 마음을 품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면서 교사를 계속 해도 되는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하자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덴마크의 세계시민학교를 알게 됐어요. 이 학교의 지원 자격이 독특해요. 만 17.5세가 넘은 사람이라면 특별한 선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입학을 할 수 있거든요.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생이지만 작가님처럼 나이가 많은 학생도 있고요. 유럽, 아시아 등 각국에서 학생들이 오는 거죠.
처음엔 조금 실망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파티도 하고요. 수업을 빼먹는 친구도 있었거든요. 정말 큰 결심을 하고 덴마크까지 왔는데 과연 내가 잘 온 걸까 싶은 거죠. 그러다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이 무척 많아졌어요. 그렇게 차츰 학교에서의 시간을 잘 활용해 보자고 생각하면서 조교 생활도 시작하고요. 점차 생활을 잘 이어가게 됩니다.
이 학교에서는 가끔 출석 일수가 부족하거나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졸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나오는데요. 그럴 때 학교에서는 그 학생에게 ‘행정적인 절차에 의해 너는 졸업을 못 하지만 네가 실패한 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고 해요. 어떤 경우가 있어도 학생의 실패라고 표현하지 않는다는 게 너무 인상적었어요. 이 책을 읽고 불안이 없어지거나 우울이 없어진 건 사실 아니었지만요. 책을 읽으니까 반드시 항상 열심히 살아야 되는 건 아니다, 타인에게 민폐 끼치지 않는 선에서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도 하면서 자극이 많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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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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