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구디 얀다르크』로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변화된 한국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강렬하고 도발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던 염기원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전작 『구디 얀다르크』를 통해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일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현장감 있게 풀어냈던 작가는, 『인생 마치 비트코인』에서도 그만의 역동적인 청춘 서사를 이어나가며 성공한 ‘서울 사람’이 되고 싶었던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을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하고 한심해하는 사람들. 들으려 하지 않는 귀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입. 나아가 ‘다름’을 ‘틀림’으로 속단해버리는 일 또한 우리 주변에서 자주 벌어진다. 과연 우리가 그들을 성숙한 ‘어른’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나이와는 무관하게, 아직 채 성장하지 못한 ‘어른아이’인 것은 아닐까. 『인생 마치 비트코인』은 그런 서툴고 방어적인 주인공이 고독사로 세상을 떠난 이의 일기장을 우연히 접하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세상과 화해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치열한 도시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에게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축하드립니다! 두 번째 장편소설 『인생 마치 비트코인』을 출간하셨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일단 후련합니다. 이번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재작년 5월이었어요. 한 달 만에 초고를 마쳤으니 꽤 빨리 쓴 편일 겁니다. 그때부터 고생문이 열렸는데, 주인공의 정서에 이입된 상태를 유지하며 퇴고해야 했기 때문이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듬기를 반복하며 고된 노동을 했습니다. 문학 언어를 주인공이 쓸 만한 일상 언어로 바꾸고, 술술 읽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어요. 공들인 녀석을 기어이 세상에 내보내니 설레기도 합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어요. 제목과 함께 어떤 소설인지 독자분들께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목의 비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사람은 많지요. 하지만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철저한 분석을 한다고 해도, 지나고 봤을 때 등락을 결정했던 건 수많은 변인이 뒤섞여서입니다. 기댈 곳 없는 서울에서 고립된 주인공은 늘 절박했고, 지나치게 비장했기에 위태롭고 위험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동갑내기 여자가 남긴 마지막 흔적을 마주한 것을 계기로 자신과 그녀 삶의 변인을 탐색하는 이야기입니다.
전작 『구디 얀다르크』에 이어 또 다른 청춘 소설이라 볼 수 있을 듯한데요. 청춘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청춘은 그 시대의 현재이자 미래겠지요.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청춘을 마냥 예찬할 수 없습니다. 미래는 불안전하고, 숨소리마저 죽인 채 생존을 위해 삽니다. 어른이 되었지만 이게 어른의 삶인가 싶죠. 물론 좋은 조건에 사는 이들도 많지만, 소설가의 시선이 주목하는 건 진보한 세상 뒤편에 그림자처럼 남은 존재들에게 향합니다. 연대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우리 청춘들의 얘기를 담습니다.
'작가의 말'에서도 이야기하셨지만, 이 소설은 화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잔뜩 날이 선 인물이고, 그 인물을 둘러싼 관계들이 여럿 등장해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진정한 '화해'란 무엇일까요?
타인의 슬픔과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첫째입니다. 쉬운 것 같아도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그런 작은 공간마저 허락하지 않으려 합니다. 갈등을 조장하고 공포를 부추기죠. 누군가에게는 그런 것들마저 돈벌이 수단이 됩니다. 저항해야 합니다. 나만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이라는 유혹을 떨쳐내야 합니다.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대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이 화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고독사에 대한 생각도 깊이 할 수 있었습니다. 고독사한 인물을 소설에 등장시키신 이유가 있을까요?
403호에게 벌어진 비극은 그녀를 자꾸 구석진 곳으로 밀어내 고립시키고 말았습니다. 세상은 실패한 이들에게 관대하지 않아요. 능력이, 의지가 부족했다며 그들의 인생 자체를 부정하기도 하고, 절망의 끝까지 내몰기도 하죠. 마지막 기댈 곳도 사라진 이의 고독사는 공동체 해체의 결과물이고, 이를 미시적 관점에서 관찰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싸우고 있는 건, 어쩌면 타인이 아닌 우리 자신일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게 작가님께서 해주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남과 비교하는 관성에 길들여졌습니다. 버스정류장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자리부터 잡고 보는 식이죠. 타고 보니 우리 집 가는 버스가 아니네요? 낯선 곳에 내렸고, 서투른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청춘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조급해질 것도, 남과 비교하는 개미지옥에 다시 빠질 것도 없습니다. 밖에 나가 걷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들꽃과 풀 한 포기, 달과 별을 쳐다보며 천천히 호흡을 고릅니다. 나는 소중한 존재라고 되뇝니다. 이제부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깊이 생각하기로 합니다. 어제를 두고 자책하지 않으며, 내일을 비관하지 않습니다. 오늘을 충실히 살기 위해 제가 매일 반복하는 루틴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루틴을 지키며 더 좋은 소설을 쓰는 것이 유일한 계획입니다. 열심히 고민하며 살고, 치열하고 꾸준하게 소설을 쓰겠습니다.
*염기원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오랜 기간 IT 업계에서 일하다가 2014년 봄, 소설을 쓰기 위해 스타트업을 정리했다. 2014년 제1회 융합스토리 단편소설 공모전에서 「15 minutes」로 최우수상을, 2015년 단편소설 「지옥에 사는 남자」로 <문학의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현재 일산에서 소설을 쓰며 강의와 컨설팅을 한다. 2019년 『구디 얀다르크』로 제5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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