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유담 "두 번째 소설집 『돌보는 마음』을 쓰며"
김유담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돌봄 노동의 현장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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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담 저자 (ⓒ김준연)

김유담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돌보는 마음』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신동엽문학상 수상 당시 “당대의 실제적인 삶을 직시하면서 고유의 리듬과 정동을 담아냈다.”는 평을 받은 김유담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돌봄 노동의 현장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돌봄 노동의 고단함을 끌어안고 홀로 분투하는 인물들에게서 우리들 바로 옆, 묵묵히 누군가를 돌보았던 사람의 얼굴이 스친다.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이야기 사이로 김유담 작가가 건네려 했던 마음을 서면을 통해 들어 보았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소설집으로 2년 만에 만나 뵙게 되었네요. 무척 반갑습니다. 쓰는 사람이자 돌보는 사람으로, 팬데믹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대체 이 팬데믹의 끝은 어디일까, 끝이 있기는 한 걸까. 매일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일상을 이어 나가고 있어요. 컨디션이나 스케줄에 따라 소설을 쓰지 못하는 날도 더러 있습니다만, 식구들의 끼니를 챙기는 등 돌보는 일을 건너뛰는 건 불가능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돌보는 마음』은 가정과 사회에서 홀로 돌봄을 감내하는 각계각층의 여성에 주목하고 있는 소설집인데요. 돌봄에 관한 소설들을 쓰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돌봄이라는 테마를 따로 잡아 놓고, 소설집에 실을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구상하고 쓴 건 아니에요. 그때그때 저에게 절박한 이야기들, 그 순간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곤 했는데 열 편의 소설을 모아보니 돌봄에 관한 소설로 묶을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책 제목도 ‘돌보는 마음’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소설집에는 저의 실생활에서 영감을 얻은 이야기들이 여러 편 있는데요, 특히 육아 경험이 소설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여러 가지 감정적 파고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돌봄 노동에 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거든요. 한 인간이 태어나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기까지는 그를 돌봐주는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이 결코 녹록지 않은 과정이라는 걸 몸소 느끼기도 했고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돌봄의 손길을 거쳐 자란 존재라는 걸 소설 속에서 구체적으로 담아보고 싶었어요. 

이번 소설집에는 김유정작가상을 수상한 「안(安)」이 수록되었습니다.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큰엄마와 여성의 능력을 강조하는 엄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란 ‘나’의 고민을 통해 ‘집 안 여자’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소설인데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목을 안(安)으로 정하게 된 데에도 히스토리가 있을까요?  

「안(安)」이라는 제목이 독자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거예요. 그다지 흡입력 있지도, 친화적이지도 않은 제목이지만 한자 ‘安’이라는 글자를 한번 사유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소설이었기 때문에 제목을 「안(安)」이라고 지을 수밖에 없었어요. ‘집’에 ‘여자’(女)가 있으면 편안하다는 이 글자의 보수적 의미가 답답하고 부당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무시무시한 진실의 단면을 보여 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집 안에 머무르며 희생하는 여성이 있다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런 체제를 옹호하는 게 절대 아니고요, 당신이 집에 들어와 편안함을 누리고 있다면 그 편안을 지탱하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을 자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돌봄의 의무와 책임이 오로지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모습이 지극히 현실을 닮아 있기 때문인지 소설을 읽으며 한 명 한 명의 인물에게 더욱 이입이 되었습니다. 저는 모든 작품 중에서도 특히 「연주의 절반」의 ‘연주’를 앞으로도 오래 응원할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도 여러 작품 중 유달리 마음이 많이 쓰이는 인물의 이야기가 있다면요?

저는 「특별재난지역」의 가영에게 마음이 많이 쓰여요. 소설 속 인물이지만 어린 가영을 너무 가혹한 상황에 몰아넣은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계속 남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에 가혹한 현실을 어느 정도는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일남 부부와 상진이 보호자로서 가영을 잘 지켜 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가영이 아픔을 딛고 잘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을 품고 있어요. 주변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이 있다면 가영의 삶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하고요. 

복직을 앞둔 워킹맘 ‘미연’의 베이비시터에 관한 고민(「돌보는 마음」), 젖 잘 나오는 엄마가 되기 위해 몰두하는 산후 조리원의 풍경(「조리원 천국」), 코로나로 아버지의 임종마저 지키지 못하게 된 가족(「특별재난지역」) 등 경험담일지도 모른다고 느낄 만큼 모든 소설이 매우 생생하게 느껴졌는데요. 글을 쓰실 때 현실을 담아내기 위해서 특별히 공을 들이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소설을 쓸 때 인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을 들이는 편입니다. 독자들이 소설 속 인물의 상황에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사건과 줄거리를 미리 생각하기보다는 인물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구축하는 작업을 먼저 시도할 때가 많은데, 손에 잡힐 듯한 인물들이 탄생하면 그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서사가 진행되어 버릴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엄청난 쾌감을 느끼는데요, (대부분의 날은 소설이 잘 써지지 않기 때문에) 아주 드물게 느낄 수 있는 기쁨이기도 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돌보는 마음’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고, 때로는 삶의 모양을 바꾸고, 무언가를 포기하면서 누군가를 ‘돌보는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돌보는 행위는 분명 고되지만 그 안에 사랑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가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을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더 아름답고 충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저처럼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내가 돌보는 존재가 반려동물이 될 수도 있고, 반려식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연인이나 다른 가족이 될 수도 있지요. 또한 ‘돌보는 마음’이 일방에게만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 

끝으로 이번 소설집을 통해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을까요? 앞으로는 또 어떤 소설로 만날 수 있을지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돌보는 사람, 쓰는 사람으로 사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한편으로 소설을 쓰는 행위 자체에서 큰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도 자주 받아요. 글쓰기가 저를 돌봐준다고 해야 할까요, 독자분들도 힘든 일상에서 위안이 될 만할 일을 꼭 찾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차기작은 아마 장편소설이 될 거 같아요. 하반기에 『커튼콜은 사양할게요』라는 장편소설로 인사드릴 계획입니다. 사회 초년생의 직장 생활에 관한 소설입니다.     



*김유담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 밀양에서 성장했다.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핀 캐리」로 등단했다. 신동엽문학상, 김유정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집 『탬버린』, 소설 『이완의 자세』 등이 있다.




돌보는 마음
돌보는 마음
김유담 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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