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하던 아이 앞에 나타난 알록달록 이불. 아이는 이불을 보자마자 재미있는 생각을 떠올린다. 커다란 이불을 어깨에 두르면 슈퍼맨의 망토가 되고, 허리에 묶고 빙그르르 돌면 우주 비행선이 되고, 귀신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가장 멋진 놀잇감은 ‘상상력’. 상상력으로 만들어 내는 아이들의 ‘놀이’는 무궁무진하다. 아이들은 지치지 않고 새로운 놀이를 발명할 수 있는 ‘놀이 발명가’다. 『놀이 발명가』는 어른들 눈엔 그저 평범한 이불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만나면 얼마나 다양하고 즐거운 놀이가 발명되는지 알려 주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은 작가님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어떻게 그림책 작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의 그림에 매료되었어요. 삐뚤빼뚤한 선 안에 자유로운 상상이 담겨 있었고 그림 안에 담긴 이야기를 직접 들을 때면 기발함에 저절로 웃음이 났어요. 저도 제 그림과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게 그림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인 거 같아요.
첫 작품으로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상을 받으셨습니다. 우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기성 작가들도 받기 어려운 상인데요. 어떤 생각으로 응모하셨는지, 또 당선을 기대하셨는지요?
당선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때 당시 작업을 계속 이어 나가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많았었고 자신감도 결여되어 있는 상태였어요. 볼로냐는 저에게 꿈과도 같았기에 당연히 안 될 거란 생각이 컸던 거 같아요. 멍하니 TV를 보다 마감을 한 시간 남기고 갑자기 용기를 냈어요. 안 되더라도 일단 내 보자는 마음으로 부랴부랴 지원을 했습니다. 후에 당선 소식을 접하고 눈물이 많이 났는데요. 그동안 제 안의 멈추지 않는 불안에 ‘작업을 계속해 볼 거야.’라는 답변을 줬기 때문인 거 같아요.
한 친구가 무료한 표정으로 ‘아, 심심해’라며 시작하는 이야기가 마음을 끌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심심해’ 이니까요. 빙그레 웃음이 번지면서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동생들과 놀던 기억을 떠올리며 작업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기억들이 작품 안에 녹아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부모님이 맞벌이 부부이셔서 어릴 때 남동생과 둘이 있을 때가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불 하나로 정글 놀이, 바다 탐험 놀이, 유령 놀이 등 재미있게 놀고 나면 배가 고팠는데요. 그땐 또 요리사 놀이를 하며 밥을 챙겨 먹고 심심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우리만의 세상이라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모든 상황이 놀이가 됐던 거 같아요.
집이 아닌 밖에 나가서도 동네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놀았어요. 그때의 즐거움과 상쾌함을 잊을 수가 없어요. 땀범벅이 되도록 지치게 놀아도 해가 어둑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때면 늘 아쉬웠거든요. 고민이나 걱정이 많아질 때면 이상하게 떠오르는 행복한 기억입니다.
아이가 길을 걷다 커다란 천 조각(이불)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불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죠.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다른 아이들과 ‘같이’ ‘논다’’라는 것도 중요한 주제로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같이’ ‘논다’가 귀한 시대라는 생각도 듭니다. 언제부터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제가 어렸을 때와는 다른 현재를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많았어요. 동네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졌음을 느꼈거든요. 아이들이 함께 노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했습니다. 작업을 처음 기획한 건 코로나 전이었는데 어느새 팬데믹 시대가 왔고 그 상태가 지속됐어요. 더 이상 여럿이 모일 수 없게 됐고 혼자 고립된 시간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함께’라는 주제에 대해 더 갈망하게 된 거 같습니다.
야채와 과일로 표현한 아이들의 모습이 아주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익숙한 사람이나 동물이 아니라 야채, 과일을 캐릭터화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야채와 과일을 좋아하는 것도 이유이긴 한데요.(웃음) 그것보단 먼저 캐릭터에 인종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리고 야채가 아이들에게 친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사람이나 동물이 아닌 야채와 과일에서 캐릭터를 가져오게 됐어요.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데 수채화 물감, 아크릴, 오일 파스텔, 색연필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재료와 기법이 그림에 녹아들어 환상적인 느낌을 줍니다.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작업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놀이 발명가』는 사실 두 번째 더미입니다. 첫 번째 더미를 완성하고 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이야기의 틀은 유지하되 그림을 다시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그림이 다소 경직되고 정형화된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두 번째 더미에선 밝고 자유로운 에너지를 담으려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시도가 필요했는데요. 재료의 순서를 바꿔 보기도 하고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재료를 사용하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복합적인 지금의 기법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첫 출발을 아주 멋지게 시작하셨는데요,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날 생각이신가요? 새롭게 구상 중인 작품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새롭게 구상 중인 작품은 저희 엄마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저희 엄마는 오지랖이 넓으신데요.(웃음) 오지랖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전 그 안에서 다른 의미를 발견했어요. 남 일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고 다가가는 엄마를 보며 따스함을 느꼈거든요. 오지랖 안에 담긴 타인의 관심과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주인공 아이가 처음에는 엄마를 이해 못 하지만, 점점 변화되는 모습을 유쾌하게 풀어내 보려 합니다.
*진은영 어릴 때 동생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주 놀았어요. 땀 흘리며 신나게 놀 때, 몸도 마음도 충전되었던 것 같아요. 『놀이 발명가』는 그 추억에서 시작한 첫 창작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으로 2021년 볼로냐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이야기의 씨앗을 발견하고 지극히 작은 것에 관심이 많아요. 앞으로 그림책을 통해 세상에 따스한 온기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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