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스타트업을 ‘로켓’에 비유한다.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충격과 흔들림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추락하는 일도 흔하다. 유니콘이라 불리던 옐로모바일호 로켓에 올라타 높이 날아오르다, 추락의 쓴 경험을 맛본 최정우. 그가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 이후 2년 만에 스타트업 C레벨의 치열한 생존 분투기를 담은 신작 『로켓 패러독스』를 출간했다.
사전 연재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타트업에 대한 가장 날것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니콘 탄생 같은 성공신화가 인기를 끌었는데요. 현실에서는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이 꽤 낮아요. 창업 후 5년 내 ‘생존율’이 30% 밖에 되지 않거든요. 때문에 실제 그들의 이야기는 훨씬 더 내밀하고, 복잡할 수 밖에 없죠. 아름답게 각색된 이야기 뒤에 숨겨진 ‘현실적인 스타트업의 성장 이야기’를 기대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신 것 같습니다.
인생3막을 넘어 다막을 살고 있으시다고요. 큰 시련을 겪은 옐로모바일 퇴사 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옐로모바일 합류는 어쩌면 우연이었던 것 같아요. 원래는 회계사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대형 회계법인과 아모레퍼시픽에서 M&A에 대한 자문을 했습니다. 하던 일을 열심히 했다면 되려 더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험을 택한 건 스스로 결정하는 새로운 여정을 선택하고 싶어서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옐로모바일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간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하지만 그 결정은 결과적으로 많은 경험을 축적하게 해주었고, 그를 토대로 다시 창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창업 3년차가 되었고, 매출액 100억을 달성했으며, 계속 성장 하고 있어요. 그간의 경험을 정리한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를 책으로 낸 후 또 한번 인생이 달라졌고요. 현재는 스타트업 운영 외에도 다수의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고, 휴넷 벤처스와 같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회사와도 일하고 있습니다.
CEO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스타트업에서, CEO외의 C레벨(CFO)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게 흥미로워요. 독특한 소재, 설정을 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엄밀히 말하면 주인공인 정도훈은 우리가 흔히 아는 CFO의 역할에 맞는 사람은 아니에요. 어느 날 갑자기 밀려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도훈과 같은 여느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들이 겪는 예견된 갈등이죠. 창업 초기 멀티플레이어였던 창업자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맡았던 일을 바꾸기도 하고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하는데요. 공동창업자들은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고, 살아남기 위해 서로에게 칼을 겨누기도 합니다. 정도훈이 하루 아침에 CFO 지위를 박탈당하는 설정도 같은 맥락이고요.
이런 창업자들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내밀한 이야기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갈등의 점화와 해결과정을 통해 회사를 창업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성장해야 되는지를 말하고 싶었죠.
책 본문 중 "모두 꿈을 보고 달리라고 말하지만, 아무도 실패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꿈꾸는 것'과 '실패에 대한 대비' 둘 중 어떤 게 더 중요할까요?
둘 다요. 오른팔과 왼팔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창업가는 한 시간은 꿈에 취해있어야 하고, 한 시간은 두려움에 가득 차 있어야 해요.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이렇게 하면 큰일나겠네’ 하는 두려움을 가져야 하죠. 그래야 자신을 지킬 수 있어요.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달리는 게 미덕이에요. 낙오자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말합니다. “항상 큰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요. 옐로모바일이 유니콘이 되고, 더 큰 성장을 위해 달릴 때 그 누구도 주의하라고 말해주지 않았어요.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큰 실패를 겪었죠. 임금을 지불하지 못해서 고발당한 사람도 있어요. 저는 그들에게도 누군가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창업을 한 사람들은 긍정적일 수 밖에 없어요. 자신이 보기에 가능성이 100%에 가깝기 때문에 뛰어든 사람들이 바로 창업자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너무나 긍정적이라서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있기 때문이죠.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CEO,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창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잘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치까지 고려한다면,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고작 10% 정도 수준이에요. 10개 중 9개가 망한다는 의미죠. 당연히 엄청난 고난이 따르기 때문에 확신이 없다면 버텨낼 수 없어요. 확신을 갖고 창업했다면, 큰 실패를 겪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어떤 큰 실패는 인생에서 되돌릴 수 없는 정도의 수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 그 대가로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세요. 제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가장 좋았던 점은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죠. 이곳은 아무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거나, 정리된 기회를 주지 않아요. 만약 시키는 일만 잘하고 싶다면 절대로 스타트업에 오면 안 된다고 얘기해주고 싶네요.
냉정하지만 망한 건 망한 거죠.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창업)을 하실 건가요?
당연하죠. 창업은 약간 중독 같아서 한번 시작하면 절대로 돌아갈 수 없어요. 비슷한 질문을 꽤 많이 들었는데,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거에요.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신중하라’고 했지만, 결국 저도 좋아서 다시 창업을 한 거거든요.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고, 그것이 매출이 되고, 그 과정을 동료들과 함께 이뤄내는 일은 강한 성취감을 주거든요. 이 일은 한번 해보면 다시는 다른 길을 택할 수 없어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창업자가 그런 생각을 할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피상적으로 접했을 분들에게는 믿지 못할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지금도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하지만 너무 어둡게만 받아들이지 마시고, 소설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충돌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통해 스타트업에서 일어나는 진짜 이야기들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정우 스타트업 창업가이자, 합리적인 모험가. 회계사로 시작하여 대기업을 거쳐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되고 몰락하는 것을 경험했다. 혼란 속에서 본질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현재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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