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드릭 라마의 불안은 우리의 불안이다. 성공한 아티스트로서의 특별한 그늘 대신 보통의 지질한 걱정으로 내면을 표현했기에 그와 우리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진 까닭이다. 그의 흔들림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그가 사회적 혼란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책임과 자유, 종교적 교리와 자아, 절제와 욕망 등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받는 사회 속에 사는 모두는 이 사회처럼 그리고
앨범의 난해함을 뚫고 들어오는 공감의 정서는 우리가 이 다사다난한 인간 군상을 구성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돌아보게 한다. 우악스러운 사랑 싸움으로 그려낸 'We cry together'의 후반부가 현대의 젠더 갈등을 암시한다. 욕설로 점철된 대화 끝에 서로를 향한 아쉬움을 집단 간의 대결 논리로 확산하다가 욕망으로 모든 분노를 삼킨 위태로운 관계를 지속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이 곡은 함께 울기 때문에 씁쓸한 지금의 초상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목소리와 선을 그으면서도 그들의 주장과 비슷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끌어내는 모습이 흥미롭다. 뿌리 깊게 박힌 혐오 정서와 싸우는 내용의 'Auntie diaries'와 어머니에 관한 슬픈 이야기를 담은 'Mother I sober'는 켄드릭 라마의 개인적 트라우마를 발판 삼아 차별에 대한 입장 선회를 드러낸다. 사회 정의를 구축해야 한다는 당위보다 개인적 선택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주장을 설하는 보통의 입장과 다소 구분된다.
그는 구원자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정치적 올바름, 표현의 자유 같은 큰 담론과 트라우마, 불안 등의 개인적 서사 사이에서 줄을 타다 비교적 소소한 결론으로 모두를 바라본다. 흑인 커뮤니티의 영웅으로 불리든, 문제 많은 친구와 어울리는 그냥 랩 잘하는 랩퍼로 불리든 남들이 씌운 정체성과 상관없이 신념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의지다. 그가 블랙 메시아가 아니었다는 선언을 넘어 메시아는 원래 없다는 다소 오만한 주장을 넌지시 드러내는 모습에 눈이 간다. 켄드릭 라마의 개인주의자 선언이 갈등에 지친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될지, 고도로 꼬인 심리적 회피로 불릴지는 시간이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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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