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 지난주부터 탈서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오늘은 실제 로컬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어떨까 해요. 오랜만에 통계자료를 들고 왔습니다. 올해 1월 통계청이 발표한 따끈따끈한 통계자료가 있는데요. 2021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전체적인 인구 이동은 고령화로 인해 감소 추세인데, 그 와중에도 서울 인구 유출은 계속 되고 있다고 해요. 전년 대비 4만 1천 명이 증가해서 1990년부터 32년째 탈서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탈서울 이유로 32%가 집 문제를 꼽았다고 해요. 서울을 빠져나간 10명 중 6명은 경기도로 갔고, 그 다음이 인천이에요. 수도권으로 간 사람들이 전체 중 70%이고요. 그 다음 강원도로 간 사람들이 3.7% 정도라고 하네요. 제가 알기로 상훈님은 실제로 탈서울을 실행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김상훈 : 저도 작년 여름에 탈서울 했지요. 사실 저는 서울에서 부모님이랑 오래 살았고 서른 넘은 늦은 나이까지 독립을 못했어요. 서울에서 내 돈으로 독립해서 산다는 엄두 자체를 오랫동안 못 낸 거죠. 5년 전쯤 겨우 첫 독립을 했는데 그때부터 6평 정도의 원룸, 투룸 생활을 했어요. 마포구와 은평구에 살았는데 사실상 거의 잠만 자는 방 수준으로 비좁았어요. 작년 여름에 이사 가야할 상황이 됐는데 회사인 여의도에서 9호선으로 출퇴근 가능한 동네에서 제가 가진 예산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원룸 밖에 없더라고요. 그런데 코로나19의 영향이 확실히 있는 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재택 근무도 늘었잖아요. 도저히 원룸 생활을 하기가 이제는 싫더라고요.
그때 제 지인 중 한 명이 인천 계양구 쪽에서 산다는 것이 생각나서 그쪽으로 눈을 돌렸더니 집값은 내려가고 면적은 넓어지더라고요. 결국 공항철도 검암역 근처 인천 서구의 쓰리룸 빌라로 이사를 갔어요. 물론 회사도 그렇고 사람들이랑 만날 때도 서울로 가야하는 불편은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취향 있는 공간이나 숍 역시 서울에 몰려 있다 보니 마음 먹고 놀려고 하면 서울로 나와야 하고요. 세상의 기준이 서울이란 걸 새삼 체감하고 있어요. 저도 탈서울은 원했지만 탈도시는 못하는 사람이란 걸 깨닫기도 했어요. 인프라에 대한 욕구를 포기 못하겠더라고요. 인천은 우리나라 제3의 도시인데도 서울에 비하면 가까운 거리에 내가 원하는 모든 게 다 갖춰져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내가 그런 편함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것도 깨닫게 됐어요.
이혜민 : 저는 탈서울, 로컬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작년 여름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전까지 그냥 막연하게 낭만적인 시골살이에 대한 로망이 있긴 했는데,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되진 않았거든요. 그러다 작년에 노마드워크 프로젝트를 하면서 강원도 여러 도시를 이동하면서 일해보는 여행을 했었는데 그때 그곳으로 이주한 우리 또래들, 이주해서 창업을 하거나 어쨌든 자신만의 먹고 살 방식을 찾은 분들을 만났어요. 몇몇 분들은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굉장히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구나,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었죠. 무작정 올라와서 강릉 바닷가 앞 집을 구해 사는 부부, 로컬 문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청년 창업가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그 장소가 명소가 되어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 등을 만났어요. 물론 주거 때문에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하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곳에서는 편의점에서 일을 해도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기도 했어요. 오늘은 각자 탈서울, 로컬살이와 관련해서 관심 있는 부분을 해소해준 책을 소개해 볼까요?
김상훈 : 저는 『로컬로 턴!』이라는 책을 소개해 볼게요. 우리보다 먼저 지방 소멸, 인구고령화 등의 위기를 겪기 시작했고 한편으로는 뜻있는 청년들이 다시 로컬로 이동하는 현상도 먼저 시작된 일본의 이야기예요. 저자인 우치다 타츠루는 일본의 철학자이자 저술가인데 거리의 사상가로 불려요. 장벽 낮으면서도 호쾌한 글쓰기로 유명하죠. 이 책에서는 일본 청년들의 지역 이주와 지방 재생을 근본적이고 사상적인 시각으로 다루는데요. 자본주의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진단으로 시작해요. 자본주의는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을 전제로 하는데 지금은 저성장 시대이고 인구도 오히려 감소세가 예상되는 상황이죠.
그런데 아직도 국가나 기성세대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치려 하고,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로 경제가 움직이고, 경쟁 심화로 고용은 불안해지고, 여전히 모든 걸 도시에 집중시키려 하면서 지방은 소멸하고 있어요. 게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은 기존의 성장 논리, 개발 논리 등이 거대한 위기에 봉착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청년들의 지역 이주를 우치다 타츠루는 엑소더스, 즉 대탈출에 비유하는데요. 위기감을 온몸으로 체감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탈출하고 있다는 거예요. 우치다 타츠루가 대안으로서 강조하는 건 지역 이주와 재생 과정에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인데요. 저희의 지난 주제와 이어지죠? 단순히 개인적인 활로를 찾는 걸 넘어서 지속가능한 순환 경제와 상호 부조의 시스템 등을 새로운 지역 커뮤니티, 공동체를 통해 찾아 보자는 거예요.
이혜민 : 저는 크리에이터로서 지방에 가더라도 취직하기보다는 그곳만의 자원으로 우리만의 일거리를 만들어서 먹고 살 수 있을까가 가장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슬기로운 뉴 로컬생활』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시작한 책이에요. 윤찬영 센터장이 우연히 강화도에서 활동하는 청년단체 ‘청풍 협동조합'을 만나 로컬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고 사람들을 모아 책을 쓰게 되었어요. 다양한 지역에서 하고 싶었던 것을 일로 만들어 살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예요. 로컬 창업가, 소셜 벤처 등의 이야기도 있지만 로컬 사회운동가, 이주 가족, 청년 농사꾼까지 창업과 크리에이터 영역의 중간 지점에 있는 느낌이에요. 이 책에서는 이들을 ‘로컬 개척자'라고 표현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청풍 협동조합은 다섯 명의 청년들이 강화도에서 7년째 만들어가고 있는 공동체인데 이들의 이야기부터 시작돼요.
구백킬로미터의 책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에도 나오는 강화도 ‘책방 시점’의 이야기도 등장하고요. 이들은 한 쌍의 부부와 친구 한명이 함께 땅을 사고 집을 지어 사는데 1층에서 책방을 하며 새로운 가족을 이뤄 살아가고 있어요. 그 밖에도 광주에서 무등산브루어리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한국의 포틀랜드를 꿈꾸는 사람의 이야기, 속초 칠성조선소에서 역사와 자연의 가치를 지키면서 가업을 잇고 있는 예술가 부부의 이야기, 순창에서 방랑싸롱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는 가족의 이야기, 목포에서 청년들에게 숨쉴 틈을 선물하는 문화 기획을 하는 ‘괜찮아마을’의 이야기 등이 나와요. 지역에 인프라가 없고 일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곳에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서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존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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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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