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년 특집] 역대 명칼럼 - <김현의 더 멀리>
에세이를 만들다 보니 좋은 에세이란 무엇일까 종종 생각한다. 정답 따윈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3인칭의 세계를 품은 에세이를 만나면 자주 마음을 빼앗긴다.
글ㆍ사진 김태형(제철소 편집자)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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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 <월간 채널예스>에 실린 연재 칼럼은 총 80여 개. 
그중에서도 출판 편집자들이 가슴 두근대며 읽은 칼럼은 무엇일까? 


<김현의 더 멀리>

한 권의 시집을 시인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글쓴이 : 김현(시인) 

연재 기간 :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읽기 : 채널예스 웹진(ch.yes24.com) ▶ 칼럼 ▶ 불후의 칼럼 ▶ 김현의 더 멀리


에세이의 옆자리

에세이를 만들다 보니 좋은 에세이란 무엇일까 종종 생각한다. 정답 따윈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3인칭의 세계를 품은 에세이를 만나면 자주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니까 ‘나는’이 아닌 ‘그는’ 혹은 ‘그것은’으로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에세이. 그런 글은 작가를 보게 하지 않고, 작가가 가리키는 곳을 보게 한다. 신기한 건 그럴수록 작가가 더욱 또렷이 보인다는 것이다.

<월간 채널예스>의 많은 칼럼이 근사하지만, ‘김현의 더 멀리’를 특히 좋아했다. 잡지를 받으면 가장 먼저 챙겨 읽고, 모든 글을 읽은 다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읽었다. 김현의 칼럼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밥과 물과 김치만으로 차려진 밥상”, “볕이 드는 책상에 엎드려 잠시 눈을 붙이는 쪽잠”(「여름에는 저녁을 산책을 허밍을」) 같았다. 매달 한 권의 시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그것에 기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글은 일상에서 마주친 대상을 풍경 삼아 쓴 또 한 편의 시에 가까웠다. 간밤 꿈에 나온 이모, 시력이 점점 더 나빠지는 동료 시인, 바닷가 모래밭을 걷다 발견한 하트 그림 속 이름 '병훈'과 '승희'가 그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 서 있었다. 어느 회에는 직장 동료가 손에 쥐여준 귤 한 알이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김현의 더 멀리’를 읽을 때면, 작가가 내어준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타자를 풍경처럼 오래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좋은 에세이를 읽는다는 건 “나에게서 떨어진 타인을 관찰하며 나를, 나의 생활을, 나의 감정을, 나의 생각을, 나의 언어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일”(「나도 모르는 사이에」)일지도 모른다고.

이것이 에세이가 논픽션의 영역이면서도 끝내 문학일 수밖에 없는 이유 아닐까. 그가 독자의 시선을 여기에서 저기로 ‘더 멀리’ 데려다 놓는 에세이를 오래오래 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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