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교양서 <10대에게 권하는 시리즈>의 8권. 부산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전제철 교수가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법이란 무엇이고, 전문가가 아닌 청소년도 왜 법을 알아야 하는지 소개한다. 법은 판사나 검사, 변호사처럼 전문가들만 아는 어려운 지식처럼 느껴지지만, 시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하는 지식이다. 『10대에게 권하는 법학』은 가정과 학교, 지역 사회, 더 나아가 국가까지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의 모든 영역이 법에 의해 규율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10대에게 권하는 법학』을 집필하신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중고등학교의 사회과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참여하면서, 학생들이 법학과 관련된 내용을 배울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의 경우 수능 선택 과목으로 '법과 정치'라는 과목이 있는데, '법과 정치'보다는 쉬운 생활윤리나 사회문화 같은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아 중고등학교에서 법학 관련 내용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학에 대한 소양이 부족한 대학생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10대의 어린 학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법학 교양서를 집필하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법학이 어렵고 딱딱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도움이 되고,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법학이란 어떤 학문이고, 법학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세상에 법학과 관련되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습니다. 법은 곧 인간 사회의 질서이며, 법을 연구하는 법학은 인간 사회의 질서를 연구하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법률가는 상류층으로 분류되어, 사회적으로 출세하고자 법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은 있어도 노벨 법학상은 없는 이유가, 법학이 출세를 위한 기술 정도로 이해되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법학을 '빵을 위한 학문'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법학이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0대가 법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법학을 공부해야 하는지요.
10대의 가장 큰 고민은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할 것인지, 장차 어떤 직업을 가질지에 대한 것일 것입니다.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하든 법학과 관련되지 않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경영학과에 진학하면 상법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약학과에 진학하면 약사법이, 의예과의 경우 의료법, 경찰행정학과의 경우 형법, 형사소송법이 중요합니다.
심지어 예술이나 문학 계통에 진학해도 저작권법이 중요하게 관련됩니다. 직업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보험회사나 증권회사, 은행 같은 금융기관은 법학과 수학이 맞물려 돌아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청이나 구청 같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도 행정법의 규율에 따라 일을 하게 되지요. 10대들이 장차 어떤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할 것인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 이런 모든 것이 법학과 관련되지 않은 부분이 없습니다. 10대부터 법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법이 궁금합니다.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정해진 법에 따라 출생 신고를 하고, 죽은 뒤에 사망 신고를 하지요.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법과 함께 합니다. 아침에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는 경우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뿐, 버스 회사와 내가 돈을 내고 운송 계약을 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법(私法)의 영역 중 상법에 해당합니다. 아버지 차를 타고 등교를 하던 중 아버지가 신호 위반을 하는 바람에 범칙금을 물게 되었다면, 이는 공법(公法) 중 행정법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초중고등학교에는 여러 수업 과목이 있죠. 학교는 수업을 개설해야 하고 학생은 그 수업을 듣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초·중등교육법이라는 공법(公法)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중고등학생이 학교 폭력에 연루되어 정학 등의 징계를 받게 되면 이러한 징계가 타당한가를 다투는 것은 공법 중 행정법의 영역이고, 친구끼리 돈을 빌려주었는데, 돈을 갚지 않는 경우 돈을 갚도록 하는 것은 민법이라는 사법(私法)의 영역에 해당합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법학의 매력, 법학의 즐거움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법은 곧 인간 사회의 질서입니다. 그래서 법을 연구하는 법학은, 곧 인간 사회의 질서를 연구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인간 사회를 알게 된다는 것이 법학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학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해 주는 '법'에 대한 해석을 연구하기도 하지만, 세상이 변화함에 따라 법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연구합니다.
예를 들어 과학 기술로 인간 복제가 가능하게 되었는데, 법이 인간 복제를 규제하지 않아 무제한 인간 복제가 허용된다면 세상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요? 윤리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인간 복제나 유전자 조작을 어디까지 허용하여야 할지를 연구하는 것도 법학의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지요. 법은 사회의 갈등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지요. 이러한 법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법학'이고요. 이처럼 인간 사회를 알게 된다는 것이 법학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학'하면 좀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에요. 어떻게 하면 법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실생활과 접목해 흥미 있는 사례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다루는 사례로 '대형 마트의 24시간 전일 영업을 금지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유 시장 경제 질서와 그에 대한 제한 원리로 사회적 시장 경제 질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실수로 남의 물건을 파손한 경우와 실수로 남의 몸을 다치게 경우는 법적으로 어떻게 달리 취급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도 있겠죠. 실수로 남의 물건을 파손한 경우는 손해 배상을 하면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수로 남의 몸을 다치게 하는 경우는 민사적으로 손해 배상을 해주어야 할 뿐 아니라, 형사적으로도 과실 치상죄라는 범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이처럼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를 법학을 적용해 본다면 더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대에게 권하는 법학』을 접하게 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결로 많은 것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다수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정의로운 것이 아닙니다. 다수가 지지한다고 해서 옳고 그름이 뒤바뀌는 것도 아니지요. 인류는 역사를 통해서 다수결로도 바꿀 수 없는 핵심적인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그것을 헌법, 법률로 정했습니다.
결국, 법치주의라는 것은 다수결로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핵심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에 따라 보완될 때 더욱더 완전해집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해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법학에 대해 좀 더 흥미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전제철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를 다니며 법학을 부전공하였고, 같은 대학원에서 법교육을 주제로 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는 헌법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UC 어바인 로스쿨에서 방문학자로 지냈다. 현재 부산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법학과 교육학의 학제적 분야를 연구한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