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아주 멀리하지는 않았지만 실컷 읽지 못하고 다른 것들에 시간과 기운을 빼앗겨 거의 읽지 못하는 시간을 꽤 오래 보냈다. 중년의 나이를 만나서 다시 책을 만났다. 그리고 바로 그 시기에 책읽아웃이 시작되었다. 두둥! <책읽아웃>과 함께 한 내 인생 5년은 읽기의 폭풍 시기이다.
<책읽아웃>에서 소개하는 책은 모두 읽고 싶은데 한정된 시간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이 양질의 방송을 만들어주시는 예스24 측에 송구하지만 금전적 한계 때문에 모든 책을 살 수는 없었다.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도 많이 하고, 도서관에 갈 때마다 최대 대출 권수를 꼭 채워서 빌려온다.
생활비가 빠듯하고 책장이 좁아도 갖고 싶은 책은 사야 한다. 그렇게 총알같이 책을 받고 흐뭇한 마음으로 문지르고 펼치고 귀중히 '내려놓는다'. 먼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어야 한다. 반납일 전에 다 읽어야 하니까. 빌린 책을 읽는 건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가 있는 느낌이다. 멈출 수 없다. 반납하러 갔다가 또다른 책을 꽉 채워 빌려왔으니까.
그럼 산 책은 언제 읽나. 간직하고 싶은 책,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을 샀는데 읽을 시간이 없다. 어쩔 수 없다. 한 달에 한 번은 '산 책 읽기 집중 주간'을 가져야 한다. (몇 번 실행해봤지만 그리 효과적이진 않다) 빌려서 다 읽었지만 아무래도 가져야만 하는 책들도 있다. 주문한 책을 받으면 이미 읽었기에 살짝 열어만 보고 그대로 꽂아둔다. 언젠가 다시 읽을 거니까.(그럴 수 있을까?) 지금도 저쪽 책꽂이에서 광선검 같은 에너지를 내게 보내고 있다!)
두꺼운 책, 얇은 책, 후루룩 읽히고 여운이 긴 책, 공책에 주요 내용을 정리하거나 화살표를 그려가며 읽어야 하는 책. 이래저래 한 달에 10권 읽는 사람이 되었다. 많이 읽는 편이다. 그래도 감질난다. 왜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는 걸까.
지금은 실컷 읽지 못했던 내 인생의 어느 시기를 채우는 다독의 시간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에너지 총량의 법칙처럼, 인생에서 독서 총량의 법칙이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지금 많이 읽으면 나중에 많이 안 읽을 거라는 말이 아니다. 나는 계속 많이 읽을 거다. 그러기 위해 눈을 잘 관리할 거다.(갑분 눈 관리!)
<책읽아웃> 덕분에 섬세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품위 있는 대화를, 책 이야기를 실컷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전의 삶과는 다른 세계에 발을 딛고 다른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마음속에 깊고 반짝이는 우주와 커다란 나무, 식지 않는 온기, 흐려지지 않는 돋보기를 갖게 되었다.
<책읽아웃> 제작진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중년으로 시작해 갑분 눈 관리, 그리고 돋보기 이야기까지.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읽아웃>은 현재 수,목,금 주 3일 방송합니다. 한 주에 소개한 책만 다섯 권이고 한 달 4주 기준으로는 스무 권이죠. 세상에! 한 달에 열 권을 읽으신다고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 어떤 제작진보다 깊은 독서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예스24에 송구하시다니요. 전혀 그런 말씀 마시고요. 저희 방송은 대한민국 출판의 부흥을 위해 만들어지는 개념도 있으니까요. 두루두루 잘 살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from. <책읽아웃> 제작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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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책읽아웃 청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