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 '얼만큼', '간만에'는 틀린 표현
이번에는 잘못 줄여 쓰거나 비표준어임에도 익숙해져 습관적으로 자주 틀리는 낱말을 알아보겠다.
글ㆍ사진 신정진(교정가)
202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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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에서 격주 화요일,
교정가 신정진이 '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연재합니다.


언스플래쉬 




① 날 얼만큼 좋아해? 하늘만큼 땅만큼?

② 코로나19 때문에 격조했던 친구들과 간만에 만나 즐겁게 놀았다.

③ 식당을 예약해야 하니 내일까지 참석 유무를 알려주세요.

④ 나이가 드니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웅큼씩 빠진다. 

⑤ 운동을 열심히 하더니 갈증이 심한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네.


* 위 예문은 맞춤법상 틀린 곳이 있음



지난 칼럼에서는 글자의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뜻이 전혀 달라서 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한 끗 차 낱말'들 중 '한참/한창', '금새/금세', '지그시/지긋이', '자처/자청', '반증/방증'에 대해 살펴보았다. 물론 이 밖에도 헷갈리는 '한 끗 차 낱말'이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한 번 더 쓰기로 하고, 이번에는 잘못 줄여 쓰거나 비표준어임에도 익숙해져 습관적으로 자주 틀리는 낱말을 알아보겠다.


얼마큼, 얼마만큼(O) / 얼만큼(X) 

'얼만큼'은 작가들의 원고를 처음 검토할 때 90% 이상 틀리게 써 오는 단어다. '얼마만큼'이 줄어든 말을 '얼만큼'으로 오해해서 실수하는 것인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얼마큼'만 올림말로 실려 있다. 여기서 하나 더. '얼마만큼'은 붙여 쓰지만 올림말이 아니라 '얼마'(정하지 아니한 수량이나 정도)라는 명사에 '만큼'(앞말과 비슷한 정도나 한도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이 결합된 구조다. 

한편 '만큼'은 조사뿐 아니라 의존 명사로도 쓰이는데, 이때는 띄어 써야 하므로 잘 구분해야 한다. '만큼'이 의존 명사일 때는 '「1」 앞의 내용에 상당한 수량이나 정도임을 나타내는 말, 「2」 뒤에 나오는 내용의 원인이나 근거가 됨을 나타내는 말'을 뜻한다. 이를 구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하늘만큼, 땅만큼'과 같이 명사 뒤의 만큼은 붙여 쓰고, '노력한 만큼, 노랫소리가 들릴 만큼, 상상도 못 하였던 만큼'과 같이 어미 '-은, -는, -을, -던' 뒤의 만큼은 띄어 쓴다.


오랜만에, 오래간만에(O) / 간만에(X) 

'오랜만'은 '어떤 일이 있은 때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뒤'를 뜻하는 '오래간만'의 준말로 하나의 단어이다. 그런데 '간만에'는 문법을 무시한 채 '오래간만에'를 무작정 줄여 쓴, 틀린 말이다. 지난 7월 호, <월간 채널예스> 7주년 특집 기사에서 이에 대해 살펴보았으나 여전히 잘못 쓰는 경우가 많아 다시 한번 언급한다. 어제 다른 원고를 보다가도 '간만에'를 발견했다. 

대개는 '간(間)+만+에'의 조합이라고 오해해 틀린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오래가다'+'만'이 조합한 '오래간만'에 앞말이 시간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에'가 붙은 것이다. 따라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오래가다'를 뺀 '간만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글자의 나열일 뿐이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쓰는, 입말에서는 용인한다고 하더라도 글을 쓰는 작가라면 '오래간만에' 또는 '오랜만에'라고 써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만난 지 두 시간 만에 헤어졌다'처럼 '만'이 '(시간이나 거리를 나타내는 말 뒤에서) 앞말이 가리키는 동안이나 거리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로 쓰일 때는 띄어 써야 하는데 왜 '오랜만, 오래간만'은 붙여 쓰지? 그 이유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림말로 실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만' 역시 어원적으로 '두 시간 만에'의 '만'과 마찬가지로 의존 명사이지만 '오랜만, 오래간만'이 한 단어로 굳어졌으므로 앞말과 붙여 쓰는 것이다.

한편 '오래가다, 오래다, 오래도록, 오래되다, 오래오래, 오래전, 오랫동안' 등과 같이 '오래'와 관련된 낱말이 많다 보니 '오래하다'로 붙여 쓰는 일도 잦은데, '오래 하다'는 띄어 써야 한다는 걸 기억하자. 마찬가지로 '따라가다, 따라나서다, 따라다니다, 따라붙다, 따라서다, 따라오다, 따라잡다, 따라잡히다'는 붙여 쓰고 '따라 하다'는 띄어 써야 한다.


참석 여부(O) / 참석 유무(X) 

유무(有無)는 '있음과 없음',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이란 뜻이다. 따라서 '참석 유무'라고 하면 '참석이 있거나 참석이 없다'는 뜻이니 말이 안 된다. 참석을 하거나 참석을 하지 않거나 해야 하므로 '참석 여부'라고 써야 한다. 그런데 일생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청첩장이나 초대장 같은 공식적인 글에도 '참석 유무'라고 버젓이 쓰는 경우가 많다. 낱말의 뜻을 생각하지 않고 입에 익숙한 대로 쓰기 때문이다. 이를 구분하는 방법이라면 해당 단어 뒤에 '있냐 없냐'나 '그러하냐 아니냐'를 붙여보는 것이다. 사실(事實)을 예로 들면 '사실이 있냐 없냐'보다 '사실이냐 아니냐'가 자연스러우므로 '사실 여부'로, 재산의 경우에는 '재산이 있냐 없냐'가 '재산이냐 아니냐'보다 자연스러우므로 '재산 유무'로 쓸 수 있다. 그렇다면 '가능'과 '가능성'은 어떨까? '가능이 있냐 없냐'와 '가능하냐 아니냐', '가능성이 있냐 없냐'와 '가능성이냐 아니냐'로 따져보면 가능 여부, 가능성 유무로 쓰는 게 적절하겠다. 


움큼(O) / 웅큼(X) 

'움큼'을 '웅큼'이라고 틀리게 쓰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움큼'이 '손으로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라는 뜻이란 걸 알아둔다면, '움켜쥐다, 움켜잡다'에서 나왔으니까 '움큼'이라고 기억한다면 앞으로 '웅큼'이라고 틀리게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을 들이켜다(O) / 물을 들이키다(X) 

입말에서 '들이켜다'라고 발음하는 것이 쉽지 않아 '들이키다'라고 말하다 보니 글에서도 틀리게 쓰는 경우가 많다. 방송을 보면 자막은 물론이고 아나운서들조차 '들이키다'로 발음하기 일쑤다. 

'들이켜다'는 '「1」 물이나 술 따위의 액체를 단숨에 마구 마시다. 「2」 공기나 숨 따위를 몹시 세차게 들이마시다'라는 뜻이며, '들이켜, 들이켜니'로 활용되어 '숲속을 거닐며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켜니 마음까지 상쾌해지는 듯하다'와 같이 쓰인다.

한편 '들이키다'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림말로 실려 있다.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라는 뜻이며, '들이키어(들이켜), 들이키니'로 활용되어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발을 들이켜라'와 같이 쓰인다. 하지만 요즘에는 일상생활에서 이 단어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들이켜다를 잘못 쓴 들이키다 외에 '들이키다'의 원래 뜻으로 쓴 문장을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따라서 '들이키다'는 머릿속에서 지우고 '들이켜다'만 기억하자.


<해답>------------------------------- 

이제 예문 ①~⑤을 맞춤법에 맞게 고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풀어보시라.


① 날 얼마큼 좋아해? 하늘만큼 땅만큼?

② 코로나19 때문에 격조했던 친구들과 오래간만에 만나 즐겁게 놀았다.

③ 식당을 예약해야 하니 내일까지 참석 여부를 알려주세요.

④ 나이가 드니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진다. 

⑤ 운동을 열심히 하더니 갈증이 심한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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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진(교정가)

한글학회에서 『우리말큰사전』을 만들었고, <한겨레>와 <여성중앙> 등에서 교열자로, 홍익미디어와 영진닷컴에서 기획/편집자로 다양한 책과 잡지를 만들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감수 전문가 특별 과정 수료, 현재는 <월간 채널예스> 등 여러 매체에서 교정가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