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은 건축가의 '얇은 집' 탐사기
집의 만듦새와 모양새, 구조는 물론 도시의 변화에 휩쓸려 부침(浮沈)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땅의 내력 등을 저자 특유의 호기심과 관찰력으로 분석한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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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재 저자

『땅은 잘못 없다』는 어느 날 걸려 온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땅에도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요?"

땅의 폭이 너무 좁아 집을 지어도 사람이 살 만한 집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아 보이는 땅이었다. '사용할 만한 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어느새 계단과 실 구성을 어떻게 할지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신민재 건축가는 어떤 집을 지을 수 있을지 여러 궁리를 하는 중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이처럼 『땅은 잘못 없다』는 60여 개의 얇은 집이 품고 있는 사연을 이야기한다. 집의 만듦새와 모양새, 구조는 물론 도시의 변화에 휩쓸려 부침(浮沈)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땅의 내력 등을 저자 특유의 호기심과 관찰력으로 분석한다.



얇은 집 탐사를 시작하게 한 잠원동 '얇디얇은 집'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좁은 쪽의 땅 폭이 주차구역 1칸 폭 정도라고 하셨는데 집주인과 소통하면서, 집 짓는 과정에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얇디얇은 집'의 토지가 도로에 접한 폭은 2.3미터입니다. 2미터가 넘어 집을 지을 수 있는 조건은 되지만, 주차장 출입구 최소너비 3.5미터에는 못 미칩니다. 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는 땅의 조건 때문에 오히려 1층을 주차장 없이 넓게 사용할 수 있어 전화위복이 되었죠. 집이 워낙 좁다보니, 공사 중에 현장을 방문하면, 작업하는 분들이 모두 나오셔야 건축가와 건물주가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방문하면 그 시간은 작업하시는 분들의 휴식 시간이 되었습니다.

땅은 잘못 없다라는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흔히 작은 땅밖에 가지지 못해서, 땅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아서 원하는 집을 짓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런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제목입니다. 부제로 '얇은 집'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는데, 이 책에서 처음 붙인 이름이죠? 대개 협소주택, 미니건축, 스몰 하우스, 펫 아키텍처(Pet Architecture) 등이라고 하지 않나요?

'얇디얇은 집'은 지하 1층, 지상 4층의 규모이고, 한 층의 면적은 작지만 전체 면적은 작지 않습니다. 협소, 미니, 스몰 등의 표현은 면적과 크기가 작다는 의미가 커서 '얇디얇은 집'과 같은 경우에 적절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책에 소개된 건물 중에서는 대규모 주상 복합이나 복합 건물도 있어서 면적과 크기가 작은 것과 구분해서 형태와 비례의 특징에 맞는 '얇은 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뉴욕에서 사선의 브로드웨이가 직교하는 애비뉴와 만나면서 생긴 원타임스스퀘어 빌딩이 대표적인 얇은 집일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얇은 집 아닐까요?

60여 개의 얇은 집 사연을 들려주셨는데, 이 많은 얇은 집은 어떻게 찾으셨나요? 앞으로도 얇은 집 탐사는 계속하실 건가요?

처음에는 눈에 띄는 한두 개를 호기심에 기록했는데, 얇은 집의 패턴을 이해하게 되면서 어느 지역이나 어느 도시에 가도 얇은 집을 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SNS에서 동료 건축가와 친구들이 각자 찾은 얇은 집을 제보해 주시면서 제가 안 가본 곳이나 도시의 얇은 집 리스트도 많아졌습니다. 함께 찾고 함께 즐기는 얇은 집 탐사 놀이가 되었으니 즐겁게 계속하려고요.

땅은 잘못 없다에 소개한 60여 집의 사연 모두 소중하시겠지만, 가장 관심 있게 들여다본 집이 있는지요?

책을 읽으신 분 중 많은 분이 살고 있거나 살았던 동네의 얇은 집 이야기에 큰 관심을 가지시더군요. 중고등학교 시절 스케이드보드와 자전거를 타던 영동대로의 개통 시점과 은마아파트 입주 시점 사이에 끼어 있는 얇은 집 이야기처럼 저도 제가 살았던 동네의 얇은 집 사연에 애착이 갑니다. 할아버지 댁이 있던 미아 삼거리 월곡천의 흔적을 가지고 있는 얇은 집 사연을 찾다가 항공 사진에서 지붕을 덮기 전 방과 주방, 화장실이 보이는 공사 중인 할아버지 집을 발견했을 때는 눈물이 났습니다.



그림과 사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둥 하나가 우뚝 서 있는 것 같은 얇은 집 이미지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이런 각도로 사진 촬영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사진 촬영 노하우가 있는지요? 건물 스케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사실 건축가니까 건물 스케치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는 거 아냐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건축 전공하신 분들은 잘 압니다. 책에 들어간 건물 스케치 한 장 그리는데 몇 시간 정도 걸리나요? 

얇은 집 촬영은 건물의 측면이 최대한 보이지 않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강조되는 위치에서 촬영하는 것이 노하우입니다. 얇은 모서리의 좁은 폭이 비교되어 두드러져 보이도록 전신주나 가로수 또는 사람이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도 좋습니다. 얇은 집의 전체 모습을 사진 한 장에 담기 어려워서 건물의 모습이 한번에 이해되는 스케치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각도의 사진을 참고해서 등각투상도로 그린 스케치는 간단한 것은 1시간, 복잡한 것은 2~3시간 정도 걸렸답니다. 정밀 묘사보다는 건물의 전체적인 상황을 전달하고자 생략하며 그린 부분도 많습니다.

땅은 잘못 없다』 재미있게 읽는 방법 내지는 책을 어떤 순서로 보면 좋다든지 하는 저자로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독서 방법이 있을까요?

읽으면서 책에 언급된 옛 지도와 사건들을 검색하며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책에는 미처 담지 못한 지도와 사진이 박물관과 공공 기관에서 무료로 제공되거든요. 책 속 건물들이 표시된 온라인 지도를 함께 보면 주변의 길이 어디로 이어지고 주변의 시설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옛 지도나 옛 항공사진을 보면 시간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여러분도 함께 시간 여행에 합승해보세요.

끝으로 신민재 건축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건축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는지, 어떤 건축을 지향하는지 등 '건축가로서 신민재'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만들기를 좋아하던 소년이 건축과를 지원하면서 건축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침에는 전원주택 설계를 고민하고, 오후에는 도심 주택 설계를 고민합니다. 절대적인 가치와 이상향을 고집하기보다는 공간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듣고 필요한 공간을 균형 있게 제안해주는 조력자 같은 건축가가 되고 싶습니다. 다양하고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온전히 담아주는 그릇 같은 건축을 지향합니다.



*신민재

2016년 젊은건축가상(문화체육관광부)과 2019년 서울시건축상 수상을 비롯 경기도건축문화상, 충남건축상, 인천시건축상 등 지역건축상과 목조건축대전, 리모델링 건축대전 수상 등으로 건축가로서 활동을 인정받았다. 점·선·면 건축수업 및 흙·돌·나무 건축수업으로 어린이 건축교육을 기획,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건축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축과 사회의 연관성을 독특한 관찰력과 스케치로 표현하며 다양한 연재와 SNS 포스팅으로 건축문화를 함께 참여하는 놀이와 여정으로 즐기고 있다.




땅은 잘못 없다
땅은 잘못 없다
신민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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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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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gbong

2022.10.28

여러사진들과 맛깔나는 글귀로 도시와 건축에 대해 재밌게 풀어놓은 책이네요.
동네들의 구석구석 모습들이 담겨있어 정겹기도하고, 그냥 스쳐지나가기만한 건물들에 대해 좀더 자세히 관찰하고 들여다볼수 있게 되었습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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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jaeho123

2022.10.26

대다수의 설계자들이 한정된 공간의 핑계로 사용성의 한계를 두었다면 신민재 건축가님은 동일한 한정된 공간에서 숨어있는 공간을 보시는눈이 높으신것 같습니다. 실력도 있으시고 잘생기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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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77

2022.10.26

우리 동네 옛 이야기에 대해서 알게되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네요^^
건축에서 시작했지만 도시에 대해 흥미롭게 풀어내서 쑥쑥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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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