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 주변인과 주변 사람은 다르다
이제부터는 주변인과 주변 사람을 꼭 구분해 써서 제발 나의 소중한 사람이 주변인이 되어 여기저기 떠돌게 하지 말자.
글ㆍ사진 신정진(교정가)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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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에서 격주 화요일,
교정가 신정진이 '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연재합니다.


언스플래쉬


① 그를 만난지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덧 해질녘이니 슬슬 일어나야 하는데,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 또 다시 만날지 알 수 없어 아쉬움에 미적거리고 있었다.
 
② 소뿔도 단 김에 빼랬다고 창업을 하기로 마음 먹은 김에 당장 사무실을 계약하고, 내친 김에 내일부터 출근하기로 했다.
 
③ 그는 오랜동안 당뇨병을 앓고 있었지만 주변인에게 알리지 않았다.
 
* 맞춤법상 틀린 곳이 있는 예문임(① 4개, ② 3개, ③ 2개)


지난 칼럼에서는 본말을 잘못 줄여 쓰거나 비표준어임에도 익숙해져 습관적으로 자주 틀리는 얼마큼·얼마만큼(O)/얼만큼(X), 오랜만에·오래간만에(O)/간만에(X), 참석 여부(O)/참석 유무(X), 움큼(O)/웅큼(X), 물을 들이켜다(O)/물을 들이키다(X)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부터는 예문마다 맞춤법 틀린 곳을 하나가 아니라 두세 개 이상 배치했다. 심화 과정이라고나 할까. 먼저 문제를 풀고 나서 설명을 읽기 바란다.


지 / –ㄴ지, -는지, -은지, -던지, -ㄹ지, -을지

'지'의 띄어쓰기를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은데, 먼저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내는 말'인 의존 명사 '지'는 '집을 떠나온 지 1년이 지났다', '잠든 지 10시간 만에 깨어났다', '그와 사귄 지 오래됐다'와 같이 띄어 쓴다. 그런데 눈치챘을지 모르지만 이들 예문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귀다, 떠나오다, 잠들다'와 같이 동사의 과거 관형사형[-(으)ㄴ]이 오고, 시간과 관련된 '1년, 10시간, 오래되다' 등의 단어가 뒤에 따라온다는 점이다. 참고로 의존 명사란 의미가 형식적이어서 다른 말 아래에 기대어 쓰이는 명사를 말하며, '것', '따름', '뿐', '데' 따위가 있다.

한편,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이나 판단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 어미'로 쓰일 때는 '얼마나 부지런한지'(-ㄴ지), '무엇이 틀렸는지'(-는지), '기분이 좋은지'(-은지), '영화가 재미있었던지'(던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ㄹ지), '날씨가 좋을지'와 같이 붙여 쓴다. 혹시 의존 명사 '지'와 다른 점을 찾아냈는가. 바로 동사(틀리다, 하다)뿐 아니라 형용사(부지런하다, 좋다, 재미있다)도 오고 그에 따라 활용형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만약 의존 명사 '지'의 예문을 연결 어미 '-ㄴ지' 등으로 바꾼다면 '집을 떠나온 지 1년이 지났다 → 집을 떠나왔는지도 모른다', '잠든 지 10시간 만에 깨어났다 → 잠들었는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와 사귄 지 오래됐다 → 그와 사귈지 알 수 없다'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이를 구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동사 과거 –(은) 의존 명사 '지' 시간 표현]에서만 띄어 쓰고, 나머지 '~지'는 붙여 쓴다고 외워두면 띄어 써야 할지 말지 헷갈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끗 차로 뜻이 달라지는 얼마간, 얼마나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라는 문장은 얼핏 보면 틀린 곳이 없는 듯하다. 오자도 탈자도 없고, 문장의 의미도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틀린 부분이 있다. 바로 '얼마간'이다. 

'얼마간(間)'은 '「1」 그리 많지 아니한 수량이나 정도'(예: 집을 사는 데에 아버지께서 얼마간을 보태 주셨다)나 '「2」 그리 길지 아니한 시간 동안'(예: 지금부터 얼마간이 가장 힘든 때이니 꾹 참자)의 뜻이다. 그런데 '얼마간의' 자리에 뜻풀이를 넣어보면 '그리 길지 아니한 시간 동안의 시간이 흘렀을까?'가 되니 같은 말을 반복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 문장에서는 '얼마'(잘 모르는 수량이나 정도)에 '나'(수량이나 정도를 어림잡는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를 결합한 '얼마나'를 써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라고 표현해야 자연스럽다. 또는 지난 칼럼에서 살펴본 '얼마큼'을 써도 된다.

참고로 '얼마나 추운지 강이 꽁꽁 얼었다'의 문장에서 '얼마나'는 '동작의 강도나 상태의 정도가 대단함'을 나타내는 부사이다.  


김 / 내친김 / 단김에

'어떤 일의 기회나 계기'를 뜻하는 의존 명사 '김'은 '술 한잔한 김에 노래방까지 갈까', '이왕 공부한 김에 박사 학위도 따자'처럼 '-은/는 김에' 구성으로 쓰인다. 그런데 '~하는 김에'라는 표현에 익숙하다 보니 '내친 김에'나 '단 김에'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특히, '내친 김에(X)'는 작가들의 원고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나 역시 수정 사항이 많은 1교 작업을 할 때는 놓치고 넘어갔다가 2교 때 바로잡기도 한다. 가끔은 머리와 눈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내친김'은 '「1」 이왕 길을 나선 때 「2」 이왕 일이나 이야기 따위를 시작한 때'를 뜻하는 명사이며, '내친김에 시내 구경까지 했다', '내친김에 한 가지 더 물어보았다'처럼 흔히 '내친김에' 꼴로 쓰인다. 참고로 '이왕 나선 걸음' 또는 '이왕에 시작한 일'을 뜻하는 명사 '내친걸음'도 국어사전에 실려 있는 표준어이나 최근의 언어 생활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듯하다.

'단김에'는 '「1」 열기가 아직 식지 아니하였을 적에 「2」 좋은 기회가 지나기 전에'를 뜻하는 부사이나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 말고는 '내친걸음'처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참고로 '음식물의 제맛이 되는 맛이나 김'(예: 단김이 빠진 맥주), 또는 '달아올라 뜨거운 김'(예: 단김을 내뿜다)을 뜻하는 명사 '단김'도 있다. 


주변인과 주변 사람은 다르다

우리 사회에는 주변인이 넘쳐나는 듯하다. 자신의 지인이나 친구 등을 모두 주변인으로 지칭하기 때문이다. 한데 주변인과 주변 사람은 전혀 다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주변인(周邊人)'이란 '[심리] 둘 이상의 이질적인 사회나 집단에 동시에 속하여 양쪽의 영향을 함께 받으면서도, 그 어느 쪽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아니하는 사람'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비슷한말로 '경계인', '한계인'이 있으니 우리가 흔히 지인이나 친구의 의미로 쓰는 주변인을 경계인 또는 한계인으로 바꿔보면 잘못된 표현이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영어로는 아웃사이더(outsider)인데, 래퍼 아웃사이더가 부른 곡 '주변인'의 '난 여기에도 저기에도 어디에도 섞이지 못해 / 너에게도 그녀에게도 누구에게도 속하지 못해 / 주위를 서성거리며 너의 곁을 맴돌아 / 변화가 두려워 섞이지 못하고 주위를 겉돌아 (…)' 가사를 곱씹어 보시길. 

한편, '주변(周邊)'은 '어떤 대상의 둘레'라는 뜻이며, '주변 정세, 주변 환경, 학교 주변'과 같이 쓰인다. 따라서 '나의 둘레에 있는 사람'을 표현할 때는 주변인이 아니라 '주변 사람'이라고 써야 한다. 또한, 이 경우에는 주변보다는 주위(周圍)라고 쓰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주위'의 뜻풀이를 보면 '「1」 어떤 곳의 바깥 둘레 「2」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것. 또는 그 환경 「3」 어떤 사람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중 세 번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와 같이 쓰인다.

이제부터는 주변인과 주변 사람을 꼭 구분해 써서 제발 나의 소중한 사람이 주변인이 되어 여기저기 떠돌게 하지 말자.

이제 예문 ①~③을 맞춤법에 맞게 고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풀어보시라. 단순한 띄어쓰기 부분은 따로 설명하지 않았으니 궁금하다면 국어사전을 찾아보시길.


<해답>-------------------------------

① 그를 만난 지 얼마나(얼마큼)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덧 해 질 녘이니 슬슬 일어나야 하는데,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 또다시 만날지 알 수 없어 아쉬움에 미적거리고 있었다.  

② 소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김에 당장 사무실을 계약하고, 내친김에 내일부터 출근하기로 했다. 

③ 그는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에게(주위에) 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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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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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bewithyou

2022.11.03

쇠뿔, 소뿔은 관계없습니까
예전엔 쇠고기, 요즘 소고기 쇠에서 소로 바뀐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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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진(교정가)

한글학회에서 『우리말큰사전』을 만들었고, <한겨레>와 <여성중앙> 등에서 교열자로, 홍익미디어와 영진닷컴에서 기획/편집자로 다양한 책과 잡지를 만들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감수 전문가 특별 과정 수료, 현재는 <월간 채널예스> 등 여러 매체에서 교정가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