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건축』에는 세상의 건축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담겨있다. 건축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했는지, 누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는지, 건축의 재료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언제, 어느 곳에 지어졌는지 살펴본다. 피라미드, 대성당, 사원 등 고대, 중세 시대의 건축물부터 빌딩, 공공 건물에 이르는 현대 건축물을 통해 건축의 역사를 더욱 쉽게 이해하며 건축의 세계를 좀 더 흥미롭게 경험한다.
『세상의 건축』은 어떤 책인가요?
『세상의 건축』은 전 세계의 유명한 건축 랜드마크를 역사와 소재로 서로 면밀하게 연결해 어려워 보이는 건축을 이해하기 쉽게 만든 책입니다. 이 책은 건축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건축에서 알아야 할 부분을 모자람 없이 서술하고 있어 건축 입문서로 좋은 책입니다.
건축 드로잉 아티스트이세요. 아무래도 건축물을 세밀하게 바라봐야할 것 같아요. 주변을 스케치하면서 어떤 점을 특히 보시나요?
건축물을 볼 때 우선 이야기가 보이는지 살펴봐요. 이야기가 보이는 건축은 마치 사람 같아서요. 추억을 담고 있을 것 같단 말이죠. 나중에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글을 쓰고 있으면 건축물을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뭔가 더 친해진 느낌이랄까. 그러면서 건축물에 정이 들더라고요. 이야기가 보이지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혼자 잘난 건축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리고 전 그리기 쉬운 건축물을 주로 선택해요. 제가 그리기 쉬운 건축물은 단순한 건축물보다 오히려 복잡한 건축물이에요.
단순한 건축물은 멋있게 그려내는 건 선 몇 개로 완벽한 그림을 만들어야 해서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에요. 그래서 오히려 그림을 그릴 때 선이 복잡하게 들어간 건축물을 종종 고르긴 해요. 건축가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단순한 형태의 건축물이 부담이 될 겁니다. 여백을 복잡하게 채워 넣으면 촌스럽고 여백을 비워놓으면 미완성 같아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마크 로스코나 칸딘스키의 그림이 참 대단해 보여요. 비어있는데 가득 찬 그림이기 때문이죠.
'도시의 랜드마크'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도시를 대표할 만큼 건축물별로 특색이 다른데요. 각 국가별로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나라별은 물론, 문화와 지리적인 특징에 따라 모두 건축물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죠. 미국처럼 땅이 넓은 나라는 대체로 집이 낮고 넓으며, 홍콩이나 우리나라처럼 땅이 좁은 나라는 아파트와 같은 고층 건물이 많은 것과 같이요. 또, 물의 도시 베니스에서는 수상 가옥을 짓고, 날씨가 더운 나라는 집을 진흙으로 지어 실내를 시원하게 하고 통풍이 잘되게 만들죠. 한·중·일만 살펴보더라도 기와 모양이 모두 다른데, 이유는 해의 높이가 모두 달라 그늘을 만들 처마의 기울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연 환경에 따라 인류의 모습이 모두 다르듯이 건축도 사람을 닮아 꼭 그렇습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축가와 건축물이 있을까요?
루이스 칸의 소크 연구소입니다. 소크 연구소는 시간의 흐름과 날씨에 따라 건축물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건축물은 마치 인상파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인상파 화가였던 모네는 한 곳에 앉아 똑같은 장면을 다른 시간대에서 다른 빛으로 그려내죠. 모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루앙 대성당과 포플러 그리고 건초더미 연작에서 알 수 있듯이 소크 연구소가 그렇습니다. 매시간마다 달라지는 대서양의 빛을 품은 그 모습은 정말 장관이죠.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을 정도로 이곳은 창의적인 공간인 이곳은 온갖 색을 품은, 자연이 그려내는 캔버스가 되죠. 그래서 전 소크 연구소처럼 고요하게 비어있는 건축을 좋아합니다.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건축 역시 예외는 아닌데요. 『세상의 건축』에 지속 가능한 재료 등에 대해서도 언급되고요. 건축물들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으세요?
건축은 과거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건축물이 포화 상태라 빈 땅에 새로 짓는 일보다 기존에 있던 건축을 다른 용도로 재건축하는 일이 더 많아졌죠. 예를 들면 주택이나 목욕탕을 개조해 카페를 한다거나 사무실이나 아파트 또는 공장을 개조해 미술관을 하는 일도 종종 생기죠. 건축계에서도 음악 산업에서 자주 일어나는 매시업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사람들은 오히려 좋아하고 있어요. 기존에 있던 것들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 합쳐지면서 오히려 시너지를 갖게 되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건축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있겠지만 우선 튼튼하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있던 건축을 허물지 않고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거죠. 부동산 투기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건축물은 최대한 오래 서 있어야 제대로 가치가 발휘되죠. 일부에서는 자연에서 가져와서 짓는다거나 자연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 건축을 지어 친환경 건축이라고 둘러대는데, 이러한 방식은 결국 자연을 훼손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있는 원래 있던 건축물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게 지속 가능한 건축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건축』에는 건축물뿐만 아니라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건축물에는 건축가의 가치가 담길 텐데요. 특별히 깊게 살펴보면 좋은 건축가가 있을까요?
인상적인 건축가가 있는데요. 이탈리아 건축가 '필리포 부르넬레스키'는 다들 짓기 불가능할 줄로만 알았던 거대한 돔을 지었죠. 그 당시에 그는 건축가가 아니었습니다. 디자인 조형 예술이나 조각에 관심이 많아서 금세공 기술사가 된 것이죠. 그리고 현대 건축을 이끌어간 르 코르뷔지에는 원래 화가였습니다. 그는 모든 건축에 자신의 그림을 적용했었죠. 그리고 건축가 루이스 칸 역시 그림을 그리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어요. 이렇듯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미술과 건축을 하나로 생각했어요. 많은 유럽의 건축가가 프랑스의 명문 미술 학교 '에콜 데 보자르'에서 공부하고 싶어 했던 걸 보면, 건축과 미술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건축을 하려면 미적인 가치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거죠. 미술은 아름답게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화가들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와 그들이 갖고 있는 철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예술이거든요. 그 가치를 제대로 실현해낸 사람이 '바우하우스'를 만든 '발터 그로피우스'고요. 그는 미술과 공예 그리고 무용과 사진도 모두 건축과 하나로 생각했습니다. 시그램 빌딩을 지은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는 한 때 니체에 빠져 건축에 철학을 적용하기도 했죠. 서양에서 건축은 예술 영역에 포함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건축이 기술 영역에 포함된 이유에서 그런지 건축의 기능적인 면에 초점을 두는 것 같아요. 이처럼 건축은 외형적인 모양을 멋있게 만들 수도 있지만, 건축가의 가치를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양만 그럴듯한 건축보다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건축은, 한번쯤은 들여다보고 싶거든요.
1주제 2페이지로 구성되어 이제 막 건축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들이 읽기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을 보고 나면 건축,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바뀔까요?
이 책은 건축에 대해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이 곳곳에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건축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잘 담아놓고 있죠. 그림에 대해 상식을 가지고, 미술관을 가게 된다면 그림을 보는 눈이 달라져 관람하는 재미가 있는 것처럼 이 책도 그렇습니다. 건축이 왜, 어떻게 지어졌는지 보고 있다 보면 마지막 장을 넘길 때 이미 건축을 보는 눈이 달라져 있을 거예요.
*김홍철 건축 드로잉 아티스트이자 작가. 건축에 담긴 이야기를 건축가의 삶과 철학으로 풀어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보았던 건축물과 역사를 일간지 <중부매일>과 기업 사보에 연재했으며, TBS에서 <空間사람>을 진행하면서 건축상을 받은 국내의 우수한 건축물을 두루 소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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