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의 첫 장편소설 『황 노인 실종사건』
중요한 것은 사실과 거짓의 지분이 아니다. 소설의 핵심은 황 노인의 실종이 대체 어떤 '진실'을 가리키고 있는가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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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저자

지금껏 최현숙의 글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라면 질문할 수밖에 없을 테다. 노인들을 마주하는 생활관리사이자 구술생애사 작가이며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미경은 최현숙 작가 본인인가?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자전 소설로 읽혀야 하는가? 소설이 한국 사회에서 노인이 어떻게 살아내고 죽는지 묘사할 때면 이런 질문들은 더 확고해진다. 소설 속 인물들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문학적 세계관을 넘어가며, 실제 현장의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그려낼 수 없는 핍진성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만일 미경을 작가 본인으로, 또 『황 노인 실종사건』을 작가의 개인적 서사로 판단한 뒤 책을 읽는다면 다시금 당혹스러움을 느낄 테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이런 믿음을 품고 소설의 결말을 쫓아가다 보면, 결국은 하나의 결론에 다다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실과 거짓의 지분이 아니다. 소설의 핵심은 황 노인의 실종이 대체 어떤 '진실'을 가리키고 있는가다.



사회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들을 마주하고 그들을 기록하는 구술생애사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장편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십수 년간 구술생애사 작업을 하다 보니 화자들의 생애사에 다른 구멍과 틈을 만들어 픽션으로 변형하면 작가로서 다루고 싶은 의제들을 확장하는 글이 나올 수 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 이번 장편 소설 집필은 구술생애사 작가이자 다른 장르의 글도 계속 써온 사람으로서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소설은 한 여성 노인의 생애 구술을 주재료로 하면서, 최근 저와 사회의 관심사인 늙음과 죽음을 생애 내력과 관점이 다른 두 여성 주인공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애 전반의 희로애락과 보람과 좌절, 긍(肯)과 부(不)에 대한 반추와 해석을 통해 서사적이고 육체적인 생의 마무리를 스스로 찾아가는 주인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저서들과 이번 소설은 집필 과정이 달랐을 것 같은데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요?

7년 전 작업해둔 한 여성 노인의 구술생애사를 아끼고 묵혀두면서, 작가의 생애 경험과 관점을 적극적으로 추가해 숙성시킴으로써 소설이라는 다른 장르의 글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니 구술생애사와 이번 소설의 차이는 작가의 생애 경험과 관점을 글의 다른 한 축으로 삼았다는 것이겠지요.

이번 소설을 집필하시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가난과 고통, 늙음과 죽음에 대한 사회의 보편적 인식과 고정 관념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 주제에 대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필요하다면 논란과 논쟁의 마당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들, 특히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정과 태도, 노인 복지 제도와 현장, 자유죽음, 공영장례 등에 대해 칼날을 가는 마음으로 제 소신을 예민하게 벼리며 밀고 나가고, 독자들을 불편하게 할 만한 의제와 문장과 단어들도 숨기거나 뭉뚱그리지 않고 글에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에 대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논란을 만들어볼 기회가 많이 생기기를 기대합니다.

노인들의 삶과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작가로서든 활동가로서든 생활인으로서든 제 주요 관심사는 '가장자리'입니다. 노인, 특히 가난한 노인들의 늙음과 죽음은 우리 사회의 주요한 가장자리 중 하나입니다. 늙음과 죽음은 모든 생명의 생태적 순환 과정입니다. 게다가 고령 사회에서 노쇠와 죽음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와 정치의 공통 의제이자 문젯거리입니다. 2008년부터 2016년 말까지 노인 복지의 현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많은 노인의 삶과 생애, 현재의 구체적인 여건과 생각들을 직접 대면하고 듣고 관찰하며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4년 동안 제 부모의 노쇠와 죽음을 최대한 곁에서 관찰하며, 제 관점과 태도뿐 아니라 남매들과의 공동 돌봄 과정도 정리해왔습니다. 저 역시 올해 만 65세로 노쇠의 단계를 살아내며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황 노인 실종사건』을 통해 독자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다른 질문들에서 답한 것 같아 여기서는 간단히 정리합니다. 빈곤과 고통, 가족과 타인 혹은 사회, 늙음과 죽음 등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통상적이고 보편적인 인식에 적극적으로 이견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다음 작품도 집필 중이신지요? 있다면 내용이 궁금합니다.

현재 에세이집 원고와 단행본으로 묶일 단편 소설들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놓았고, 내년 중 출간될 예정입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홈리스행동 생애사 팀'과 함께 공동 작업한 여성 홈리스 구술생애사 책도 내년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그와 별도로 여성 홈리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장편 소설을 준비하고 있고, 다른 단편 소설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구술생애사라고 하면 일반 대중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구술생애사라는 직업에 대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반적인 인터뷰와 어떻게 다른가요? 또, 생애사에 등장하는 이의 생각과 작가의 생각·서술을 어떻게 치밀하게 동화시키거나 구분하시는지요?

'구술'이라는 단어에는 계급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직접 쓰기 어려운 사람들, 그러니 많이 배우지 못하고 많이 갖지 못한 사람들이 구술생애사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지,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화와 질문을 통해 떠오르지 않거나 묻어두거나 일부러 밀쳐두었던 기억까지 가능한 한 끌어올리는 작업이며, 생애의 보람과 기쁨을 넘어 어두움과 상처도 주목하고자 합니다. 

사람의 진정한 힘은 자기 안의 어두움과 상처에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렇게 끌어올린 기억과 해석들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화자와 청자가 함께 재해석하는 일이 제 구술생애사 작업에는 중요합니다. 재해석 과정에서 사적 존재를 넘어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화자를 함께 확인하고 빈곤이나 고통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의제로 다루며, 이며 나만의 고통뿐 아니라 함께 고통받았던 타인들과의 연결도 찾아나가는 작업이지요. 그런 면에서 제가 하는 구술생애사 작업은 화자 자신을 넘어 타인을 이해하고 역지사지하는 작업이며, 과거를 통해 현재의 나를 확인함으로써 화자 자신과 독자의 미래를 기획하는 작업입니다. 



*최현숙

1957년생. 구술생애사 작가이자 소설가.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서 노인 돌봄노동에 몸담으면서, 본격적으로 구술생애사 작업을 하게 되었다. 최근 3년 서울역 근처에 살면서 홈리스 관련 활동과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황 노인 실종사건
황 노인 실종사건
최현숙 저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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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