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실 작가가 그린 마트료시카 이야기
다정한 글과 서정적인 그림이 들려주는 『마트료시카』 이야기는 우리 영혼에 깊은 잔향을 남긴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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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화려한 마트료시카 인형. 인형이 인형을 품는 독특한 구조에 신비로운 이야기가 갖추어졌다. 저 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가장 작은 인형, 가장 어린 영혼을 비추어 한 사람의 내면을 표현했다. 유은실 저자는 마트료시카 이야기를 오랫동안 생각하며 내 안의 아이를 줄곧 불러냈다. 그 아이에게 그리움과 고마움을 느끼며, 단단한 목각 인형에 깃든 여린 영혼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다정한 글과 서정적인 그림이 들려주는 『마트료시카』 이야기는 우리 영혼에 깊은 잔향을 남긴다.



'마트료시카'를 소재로 이야기를 쓰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마트료시카를 처음 만난 곳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러시아 인형이라고 가르쳐 주었죠. 처음 본 날 매료되었어요. 그리고 가끔 상상했어요. 아주 추운 나라 러시아로 여행을 가서, 그 인형을 사는 나를. 문학 청년이 되어 내면에 침잠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자주 마트료시카가 떠올랐어요. 지난 시간이 각자의 얼굴을 가지고 겹겹이 쌓여 있는 것 같았죠. 입이 없는 가장 작은 인형이 마트료시카의 중심이듯, 저의 중심도 까마득히 어린 '나'고요. 내 안의 그 작은 존재가 동화로 저를 당긴 것 같아요. 이제라도 입이 되어 달라고.

데뷔 초반엔 장편 동화로 썼어요.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어요. 오랫동안 묻어 두었죠. 2017년에 그림책 원고로 개작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가진 마트료시카 서사는 그림책의 글이었어요. 그걸 장편 동화라는 형식에 넣었으니 어긋난 거죠. 최근에도 여전히 어긋난 형식을 찾아 헤매긴 합니다. 마트료시카가 나오게 되니 좀 느긋해지네요. "20년쯤 지나면, 그것도 제 형식을 찾아 이 세상에 나올 수도 있지 않겠어?" 하면서요.  

그림의 서사에 대한 작가님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어떤 장면을 가장 좋아하셨는지요?

울림이 큰 그림이에요. 제가 쓴 문장보다 그림의 울림이 더 커진 채, 교정지가 제게 왔어요. 겁이 났어요.

"아, 이건 내가 시작한 건데... 그림책 작가 김지현의 명작이 되어 나타나 버렸네! 그림을 해치는 글이 되면 어쩌지? 이 울림을 건드리지 않게 교정지 잘 봐야겠다. 조사 하나도."

모든 장면이 좋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첫째와 일곱째 각각의 서사를 한 쪽씩 할애해 풀어낸 부분이었어요.

그림에서 꼭 표현되었으면 하셨던 것은 무엇인가요?

마트료시카의 이야기지만, 온 생애의 이야기입니다. 너무 어둡지만도 너무 밝지만도 않았으면 했어요. 우리 인생처럼요. 잘 표현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입 없는 막내가 마트료시카의 중심인 것도 잘 표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또한 잘 해내셨다고 생각합니다.

마트료시카는 잃어버린 아이를 다시 품고 '가득 차네. 가득 차고 넘치네'라고 노래합니다. 작가님의 영혼을 결정적으로 채워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의 마지막 문장은 '사랑해야 한다.'입니다. 뜬금없으면서도 앞의 서사와 기막힌 연결이에요. 작가가 하나하나 눈을 맞추고 '후' 불어서 마트료시카를 세상에 내보내잖아요? 저를 만드신 분이, 사랑으로 저에게 그런 생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와의 만남을 가면 독자들이 인생관을 물어요. 그럼 이렇게 대답해요. 나는 사랑받고 사랑하기 위해 존재한다. 결국 사랑이 저를 채웁니다.


독자의 연령을 구분하진 않습니다만, 어린이 독자가, 어른 독자가 각자의 시간에서 느꼈으면 하는 것이 있으실까요?

어린이 독자들은 충만하게 몰입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놀이와 예술에. 어른 독자들은 살아온 시간이 많아서 겹이 많지요. 아픈 겹도 많을 겁니다. 그 아픈 겹들이 현재의 시간과 함께 겹치는 순간이 많을 겁니다. 겹치는 순간이 발목을 잡고요. 그 순간들을 잘 살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밖의 어린 존재들을 책임질 수 있는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도 생기니까요. 쓰고 보니 저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네요.

그림책과 동화 혹은 청소년소설 작업을 하실 때 특별히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청소년 소설은 표지 외에 그림 작가와 함께 가는 부분이 없습니다. 유년 동화에선 간혹 그림으로 충실히 풀어내어, 한두 단어 정도를 덜어 내는 일이 있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제가 서사를 장악합니다. 무너지지 않는 서사의 구조물을 혼자 쌓아야 한다는 무게를 집니다. 그림책 글 작업은 많이 다릅니다. 팀워크입니다. 아무리 공들여 쓴 문장이라도, 그것이 그림 서사로 잘 풀어졌으면 다 덜어 내야 합니다. 그걸 전제로 쓴다는 게 근본적으로 다르지요. 함께 서사를 쌓기에 어깨가 덜 무겁습니다.

글을 쓰실 때 내 안의 아이를 만나기가 수월하신 편인가요? 아닐 때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힘듭니다. 일고여덟 살 아이들을 주 독자로 상정한 동화를 쓸 땐, 그 즈음의 제 사진을 작업 책상 유리 밑에 깝니다. 걔한테 부탁합니다. 나 좀 도와달라고. 이런 식으로 어린 저를 불러냅니다. 동유럽을 여행한 선배와 가족을 통해 마트료시카 3개를 수집했습니다. 내 안의 아이를 불러내려고 그걸 만지작거리는 날도 있습니다. 한때는 어린이가 쓴 일기나 문집을 빌려 필사하기도 했습니다. 동화 창작에 몰입할 땐 어른과 너무 긴 대화를 하지 않기도 했어요. 아동청소년문학은 늘 어렵습니다. 한 번도 자신이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유은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동화 『일수의 탄생』, 『내 머리에 햇살 냄새』, 『드림 하우스』, 『우리 동네 미자 씨』,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만국기 소년』, 『멀쩡한 이유정』, 『나도 편식할 거야』, 『마지막 이벤트』, 청소년 소설 『변두리』, 『2미터 그리고 48시간』, 『순례 주택』, 그림책 『나의 독산동』 등을 썼다. 『만국기 소년』으로 한국어린이도서상을, 『변두리』로 제6회 권정생문학상을 받았다.




마트료시카
마트료시카
유은실 글 | 김지현 그림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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