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간된 책들 중 가장 멋진 표지는 무엇이었을까? 디자이너 5인이 꼽은 올해의 북커버는 과감하고 담백하고 아름답다.
(진행 : 기낙경)
박우혁 디자이너
나카가와 히데코 저ㅣ포스트페이퍼
표지만 보고도 소장하고 싶어진 책이다. 스페인 여행 사진집이리라 짐작하고 펼쳤는데, 제목 그대로 타파스 요리책이었다. 이렇게 예쁜데 실용서라니,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올해는 『TAPAS』뿐 아니라 촉각으로 말을 거는 작고 아름다운 책들이 눈에 띄었다. 프란츠의 『야생 숲의 노트』, 어반북스의 『문장수집가』, 작업실유령의 『비정량 프렐류드』 등등. 모두 고가의 묵직한 장서에서 접하던 패브릭 클로스, 특수지를 입힌 하드커버 양장 제본의 핸드북들이다. 고급 사양이지만 책값은 무척 합리적이라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대형 출판사가 아닌 소규모 독립 출판사들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수공예적 방식을 과감히 택하는 경향 또한 흥미롭다. 커버를 쓰다듬고 페이지의 감촉을 느끼는 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는, 진짜 애서가들이 만든 책이다.
— 안서영(스튜디오고민 그래픽 디자이너)
박소영 디자이너
최민 저ㅣ열화당
옛 시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한글 활자체와 종이, 후가공 없는 담백함이 저자와 이 책에 어울려 보인다. 올드 스타일 숫자와 회색빛 종이가 복고풍에 부합하기도 하지만, 세련미도 더해 주기에 전반적으로 조화롭다. 표지는 열화당 책답게 단정하고 기품 있다.
— 전용완(그래픽 디자이너)
전용완 디자이너
성다영 저ㅣ봄날의책
<봄날의 시집> 시리즈로 나온 세 권의 시집. 권누리의 『한여름 손잡기』, 김복희의 『스미기에 좋지』, 성다영의 『스킨스카이』 모두 기존의 출판 디자인 문법과는 달리 많은 것을 덜어낸 디자인이 조용하면서도 과감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표지에서 텍스트와 이미지로 책에 대해서 설명하기보다 그림 하나로 책의 분위기를 느끼고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이 함축적인 표현을 하는 '시'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시집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 김민해(돌베개출판사 디자이너)
워크룸 프레스(김형진, 유현선 디자이너)
문석민, 신예슬, 오민 저ㅣ작업실유령
악보에서 음표는 북 디자인에 있어 타이포그래피와 닮았다. 악보집은 대개 관습적 형식을 따르는데, 『비정량 프렐류드』 악보집의 디자인은 대칭적 고전성을 교묘하게 비튼 보수적 즉흥 연주라 할 수 있겠다. 로마자 제목과 새 일러스트레이션만으로 장식된 표지, 한글 제목만 고집한 책등, 정물화로 채워진 면지, 질감이 다른 두 개의 본문 종이가 만들어낸 선율이 아름답다.
— 이재영(6699프레스 그래픽 디자이너)
박소영 디자이너
이갑수 저ㅣ열화당
글자 열한 자와 종이 한 장으로 192쪽 분량의 본문 내용을 모두 담았다. 충만한 빈 공간이란 이런 것 아닐까?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어떻게 메시지로 변환될 수 있는지 경험하게 하는 표지다.
— 나종위(그래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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