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각색 사연을 안고 정착한 우주인들의 지구 생존기
저는 세상을 다 안다고 큰소리치는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아요. 그런 사람일수록 편견투성이인 경우가 많거든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하룻강아지'의 눈으로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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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애 작가

아담한 체형 덕에 개집을 분양 받은 '좋은 떡' 님은 하얗고 말랑말랑한 피부를 가진 외계인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에서 '좋은 떡'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배에 커다란 촉수가 달린 손님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속담에서 배배꼽, 날이 쨍한 날 천둥 번개와 함께 불시착한 외계인의 이름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 떠올라 날벼락, 몸이 식물에 가까워 말할 때마다 몸속에 있던 씨앗이 튀어나오는 말이 씨, 존재하는 모든 물건이 공유물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어 슬쩍하는 게 습관인 바늘 도둑, 첫인상이 물의 아이를 연상시킨 가랑비... 『홈스테이는 지구에서』는 곰살맞은 상상과 이야깃거리를 한가득 안겨 준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과 강렬한 표지의 『홈스테이는 지구에서』를 처음 봤을 때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어요. 작가님께서는 완성된 책을 처음 만나셨을 때 어떠셨나요?

제 이야기에 sujan 그림 작가님의 상상력이 더해져 생생한 실체가 된 느낌이었어요. 정말 어딘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스테이는 지구에서'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죠. 이 책이 이야기 속 홈스테이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쉼터가 되면 좋겠어요.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 줄 수 있는 그런 곳 말이에요. 여러분도 지구에서 사는 게 외롭고 지칠 때면 꼭 한 번 들러 주세요.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당신을 두 팔 벌려 환영할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스테이는 지구에서!"

우주에서 온 외계인 방문자를 맞는 지구의 홈스테이라는 설정이 정말 흥미로운데요.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언제부터 준비하셨을까요?

우리집엔 엄청나게 독특하고 별난 아이가 살아요.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죠. 어찌나 말이 안 통하는지 정말 외계인이 아닐까 싶더군요. 그러다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다른 세계에서 온 아이라 이해하기 어려운 것뿐이야. 그냥 세상에 나가기 전까지만, 잠시 우리집에 머무는 거라 생각하자.'

그랬더니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고요. 그 순간,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지구 어딘가에, 우주 여행자들을 위한 홈스테이가 있다면 어떨까? 그러자 공해나 주인장과 공유수, 개성 넘치는 손님들이 저를 찾아오기 시작했지요.

매일 드라마를 챙겨 보는 '바늘 도둑' 님, 동물 백과를 들고 다니며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좋은 떡' 님, 말을 하면 식물이 자라나 늘 조용히 참는 '말이 씨' 님, 그리고 '가랑비'까지 책에는 다양한 외계인 캐릭터가 나오는데요. 이들 중 가장 마음이 가거나 혹은 풀어 내기 너무 어려워서 힘들었던 캐릭터가 있을까요?

속담에서 힌트를 얻어 손님들의 이름을 짓는 건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어느 때보다 정을 듬뿍 쏟았지요. 캐릭터 하나하나가 제 분신처럼 느껴졌거든요. 저도 '바늘 도둑'님처럼 쓸데없이 자식 걱정을 하고, '좋은 떡'님처럼 변신을 꿈꾸며, '말이 씨' 님처럼 말 실수할까 봐 조마조마하니까요. 물론, '가랑비'처럼 까칠하고 뻔뻔하게 세상을 대할 때도 있고요.

특히, '가랑비'는 저와 가장 다른 듯하면서도, 다르지 않은 아이라 마음이 더 쓰였어요.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여리고, 까칠함 속에 남모를 아픔을 숨기고 있는 아이죠. 그래서 거침없는 가랑비가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졌답니다. 여러분도 자신과 닮은 우주 여행자를 한 번 찾아 보세요.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난 포인트가 될 거예요.

『홈스테이는 지구에서』는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 깨달음을 얻고 콤플렉스와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들을 거듭 보여 줘요. 작가님께도 그런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에겐 하루하루가 그런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에도 오해와 편견, 어려움을 이겨내려 애쓰며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상처를 깨끗이 치유하고, 어려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는 것만이 성장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때로는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게 더욱 어려울 때도 있잖아요. 그래서 빨리 극복하라고, 힘을 내라고 등을 떠밀고 싶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천천히 스스로를 들여다볼 여유가 생기길 바라요. 이 책의 주인공 공유수의 말처럼 내 말이, 혹은 내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대신, 차라리 향기로운 꽃이나 풀이 되면 좋겠어요.



주인공 '공유수'가 사고를 쳤다고 자책하는 '말이 씨' 님에게 '사고'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서 그게 아님을 알려 주고 위로의 말들을 건네는 장면이 참 인상 깊었어요. 작가님께는 어떤 장면이 가장 마음에 남았나요.

저도 공유수와 말이 씨 님의 대화가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이 책은 '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공유수가 손님들에게 말뜻을 알려 주기 위해 사전을 찾듯, 저도 작품을 쓰는 내내 단어, 속담, 관용적 표현의 의미를 집요하게 파고들었어요. 그러면서 우리가 흔히 쓰는 '말'에 얼마나 많은 오해와 편견이 담길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지요. 그것들을 비틀고, 뒤집고, 확장해 새롭게 풀어 보고 싶었어요. 외계인 취급을 받는 지구인 공유수와 우주 여행자들의 색다른 시각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믿었으니까요.

'나와 다르다고 편을 가르기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빌어요.'라는 작가의 말을 읽고 마음이 찡했어요. 덧붙여 독자님들께 더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사람들은 편 가르기를 좋아해요. '우리'라는 교묘한 테두리 안에 들어가야 비로소 마음이 놓이고, 그 밖으로 밀려나면 소외감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기도 하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에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해요. 남들과 다르다는 건 그만큼 위험하고 불안한 일인 거죠. 그렇게 생각해 보면, 유수와 가랑비, 준수가 친구가 된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에요. 서로 너무나 다른 존재들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어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유수도, 쌀쌀맞게 걱정을 거절했던 가랑비도, 진심이 담긴 꿈을 이해받지 못했던 준수도.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죠. 특히, 준수는 세상 사람들처럼 함부로 선을 긋지 않는, 선이 없는 아이에요. 그래서 준수 옆에서 만큼은 유수도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죠. 자신이 만일 '외계인'이라도, '우주 먼지'라도 괜찮을 것 같다고 느껴요. 저는 이 든든하고 믿음직한 안정감이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만만치 않은 지구도 꽤 살아갈 만한 곳이 될 테니까요.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그런 듬직한 친구가 되어 주세요.

끝으로 작가님 스스로에게 '속담'으로 이름을 지어준다면? 

'하룻강아지' 정도 될까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은 아직 철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이지요. 동화 작가의 장점이자 단점은 평생 철이 안 든다는 거예요. 저는 세상을 다 안다고 큰소리치는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아요. 그런 사람일수록 편견투성이인 경우가 많거든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하룻강아지'의 눈으로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요.



*장한애

2012년 제10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과 제6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받았습니다.




홈스테이는 지구에서
홈스테이는 지구에서
장한애 글 | sujan 그림
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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