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왕국을 배경으로 돈의 탄생에서부터 뉴딜까지 경제의 기본 원리를 풀어낸 교양 만화 『개미나라 경제툰』이다. 경제를 보는 눈의 필요성은 누구나 절감한다. 그러나 은근히 막막하다. 잘 정리된 입문서도 경알못에게는 여전히 넘기 힘든 산. 그래서 젊은 작가 '무선혜드셋'은 생각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경제 이야기를 그려 보자!'
깜찍한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의 조합, 맛깔나는 설명, 적절히 터지는 드립과 풍자, 10대 아들과 40대 아빠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완벽한 경제 만화를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개미나라 경제툰』은 경제툰이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 교양 만화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경제툰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개미왕국'이라는 배경 설정도 흥미로운데요?
'돈을 어떻게 모아야 할까'보다 '모은 돈을 어떻게 불려 나갈까'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고들 하지요. 방법으로는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 채권 등이 있고요. 전문적이든 비전문적이든 투자를 업으로 삼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물가가 많이 오를 때 금리를 올리는 이유, 화폐 사용이 보편적인데도, 나라에서 굳이 금을 사서 보관하는 이유 등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해요.
누군가는 그럽니다. 그걸 굳이 알아야 하냐고요. 맞습니다. 굳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으면 재미가 있죠. '개미왕국'이라는 배경을 설정한 건 인간을 중심으로 다루면 너무 뻔해질 거 같아서였습니다. 인간이 투자에 실패해 모든 돈을 잃고 가난해지는 모습은 너무 절망적이어서 보는 사람마저 가슴이 아파 오지만, 귀여운 개미가 돈을 잃고 펑펑 우는 모습은 가슴 아픔과 동시에 웃기는 면도 존재하지요. 그런 양면성을 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독자들 사이에서 '작가가 경제 전문가 아니냐'는 추측이 많아요. 실제 어떤 분이신가요? 자료는 어디서 찾으시고 어떤 식으로 공부하세요?
경제 전문가는 아니고요. 공대 3학년을 다니고 현재 휴학 중인 사람입니다. 전자기파니 라플라스 방정식이니 뭐니 듣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들을 공부하다가 도망쳤습니다. 경제툰에서 사용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제가 정한 철학은 '과도하게 세부적인 영역까지 들어가지 말고 좀 더 크게 크게 익히자'였어요. 그래서 개론서로 많이 쓰이는 『맨큐의 경제학』부터 읽기 시작했죠. 그 외에도 경제 관련 서적을 여럿 구매하면서 공부했습니다.
정보를 찾을 때에는 공신력이 부족한 곳은 피하고, 전문가들의 공인된 정보를 주로 보는 편입니다. 부득이한 경우 맥락을 파악하는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위키를 보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얻은 정보를 절대로 그냥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찾아보면 인터넷에 정보가 정말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고학력의 전문가들이 말 그대로 마구마구 퍼주시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가짜 정보도 많아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듯합니다.
오랫동안 연재를 진행한 작품으로 알고 있어요. 연재하시는 동안 기억에 남는 응원이나 사연이 있다면요?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현업 선생님들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대부분 제 만화를 교육에 활용해도 되냐는 문의였어요. 만화를 시작한 목적이 학습이었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 참 반가운 메시지였죠.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교탁 옆 큰 스크린에 제 만화가 떠 있을 생각을 하면 좀 부끄럽기도 하면서 그 광경을 직접 보고 싶기도 해요.
학부모들이 제 만화를 아이들에게 잘 보여 주고 있다는 메시지도 종종 받았어요. 말할 것도 없이 굉장히 뿌듯했죠. 실제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분들의 이야기도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제가 정확한 용어를 모르고 설명했던 어떤 경제 현상에 그분들이 부가 설명을 더해 주시기도 했죠. 참 많이 배웠습니다. 학교에서 교수님한테 배울 땐 이해가 잘 안 됐는데, 제 만화로 보니 단박에 이해하게 됐다는 댓글이나 반응에도 늘 기분이 좋고요.
책을 보면 돈의 탄생은 물론 공매도, 채권 같은 주제까지 다루고 계신데요. 비전공자로서 어렵진 않으시나요? 어떤 부분이 제일 까다로웠나요?
주식은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분야지만, 의외로 그 개념을 오해하거나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저한테도 이 분야가 제일 어려웠습니다. 처음엔 무슨 원리로 돌아가는지도 잘 몰랐고, 주변에 주식하는 분들에게 물어봐도 애매모호하게 대답하시더라고요. 그중에서 '내 돈 1천만 원을 다 잃어 봐야 주식 좀 해본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어떤 분이 정말 기억에 남고요.
나름의 답을 얻은 지금도 제가 알고 있는 게 정말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정말 주식 투자할 일이 있다면 주변에서 최대한 많은 조언을 구하는 게 좋겠어요. 제 소신대로 했다가는 패가망신할 것 같아 솔직히 조금 두렵습니다. '통화량 조절'도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지금도 겨우 이해하는 수준입니다. 금리나 채권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한다는 게 영 와 닿지 않았거든요. 제 목표는 '내가 최대로 이해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알아낸 건 알아낸 대로,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솔직담백하게 알려드리는 걸 책에서도 목표로 했습니다.
『개미나라 경제툰』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나 컷을 꼽는다면요?
많은 개미들이 출연했고, 하나하나 다 애착이 가지만 세 친구 정도를 뽑아 볼 수 있겠네요. 여왕 개미와 바보 개미, 재무대신 개미입니다. 여왕 개미는 독자들이 다들 예쁘고 귀엽다고 말해주셔서 일부러 더 많이 출연시킨 것도 사실이에요. 바보 개미는 학습 만화에 으레 등장하는 포지션이에요. 질문을 해서 설명을 시작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친구지요.
어떤 분이 댓글을 통해 '바보 개미 이해력이 너무 좋은데, 실은 바보 개미 아닌 거 아님?' 이렇게 의견 주신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재무대신 개미'는 이 만화에서 가장 고생한 친구예요. 나중에 외전이라도 따로 그려줘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또, 안경 개미가 나오는데, 만화 내내 설명만 해대서 싫어하는 분도 있겠다 싶습니다. 작가인 저도 그 친구만 나오면 텍스트 양이 많아져서 '이걸 어떻게 다 예쁘게 집어 넣나'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작가님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살아남기> 시리즈, <보물찾기> 시리즈에서 영향을 꽤 받았어요.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이나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부가적으로 상식을 알려주는 형식 등을 거기서 배우기도 했죠.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무인도에 떨어진 사람들이 진주를 화폐 삼아 작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만화가 있었어요. 이 만화가 '개미왕국'이라는 배경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줬어요. 이번에 『개미나라 경제툰』을 같이 작업한 출판사 한빛비즈에는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같은 교양 만화가 꽤 많은데요. 연재하는 내내 정말 많이 참고한 작품들이에요. 저보다 앞서 연재했던 선배들인데다가, 반응도 꽤 좋았던 책들이라 저한테는 모범적인 교보재였죠. 그래서 더 안심이 되었고요.
차기작은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가요?
경제툰 시즌2를 구상하고 있어요. 시즌2에서는 더 최근의 일 그리고 실사례를 더 많이 다루고 싶어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경제적으로 더 많은 사건이 아주 촘촘히 일어났으니까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일본의 버블 붕괴, 하이퍼인플레이션 탓에 지폐가 휴지보다 가치가 없어진 짐바브웨의 경우 등등 소재가 넘쳐날 정도죠. 그렇지만 이런 사건들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됩니다. 비판하면서 배울 점을 억지로 끌어내기보다는 건조하게 앞뒤 사정을 설명하게 될 것 같습니다.
* 무선혜드셋 '헤'드셋이 아니라 '혜'드셋이다. 유튜브에서 경제 다큐멘터리나 경제 관련 영상을 즐겨 보다가 만화로 그려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주목표는 틈새시장 엿보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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