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아 작가는 현재 어린이·청소년 문학계에서 다음 작품이 궁금한, 주목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단편 동화 「한 사람을 위한 방게 탕수육 그리고 딤섬」으로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받고, SF 단편 「두근두근 딜레마」가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작으로 선정되었으며, 단독 단행본뿐 아니라 동화집 『레벨 업 5학년』(공저)과 청소년 소설집 『탈출』(공저)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작가의 첫 번째 청소년 소설집 『자아 찾기ing』는 '나'를 찾아가는 물음을 담은 일곱 편의 이야기로, 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작가의 오랜 탐구에서 시작된 책이다.
『자아 찾기ing』를 소개하기에 앞서, 작가님께서 그동안 어떤 이야기를 써 왔는지 궁금한 독자분들이 있을 듯해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엔딩의 호러물을 많이 썼습니다. 귀신처럼 낯설고 두려운 존재들의 뿌리가 대부분 '그리움'에 있고, 작품으로 상실감을 함께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문학은 당연하게 사는 '삶'에 의문을 던지는 게 큰 목적이지만, 저는 같이 고민해 볼 문제보다 위로와 공감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상황에 따른 개인의 감정을 많이 다루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움, 상실감... 『자아 찾기ing』 원고를 처음 읽었을 때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각각의 단편이 무척 흥미로운데, 공통의 정서가 소외감, 상실감이라고 느껴졌거든요. 누군가 예고도 없이 사라졌거나, 나의 과거를 지워야 하거나, 내가 나를 잃어버리거나... 그러한 과정을 통해 '나를 알아 가는 하나의 흐름'을 팽팽히 잡아 가고요. 이렇게 정체성에 대한 청소년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인간의 문제 중 가장 힘든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자신을 건사하고 그 와중에 알고 싶지 않은 자신의 밑바닥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결핍이나 소외를 겪지만, 같은 감정을 우울하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감정을 털어 낼 방법이 저마다 다르고 정답도 없지만, 모른 척하지 않고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정리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제 청소년 시절을 한마디로 표현할 단어를 찾는다면 '불안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그 불안함이 저에게 남아 있고요. 저에 대해 들여다보는 게 두려워서 피하고 있다가 단편을 하나하나 써 가면서 저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주제가 '정체성'이 되었습니다.
제 질문이 진지하게 이어지다 보니 독자분들이 행여 '내용이 좀 무거운가?'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전혀요. 몰입감 보장! 재미 보장! 페이지가 어찌나 술술 넘어가던지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청소년 또래 묘사나 대화 부분이 자연스러웠다는 점이에요.
그 나이를 다 겪은 어른이 청소년인 척 말하는 작품만은 쓰고 싶지 않아서 제 나이를 작품에서는 절대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도서관에서 친해진 아이들에게 뭐가 재미있고 뭐가 화가 나는지 잘 물어보는 편이에요. 화제가 되는 이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듣고요. 중요한 점은, 조언하고 싶어도 물어보기 전까지 듣고만 있어야 해요. 감정을 자기가 토로하고 나면 알아서 답도 찾으니까요.
책에서 또 한가지 인상적인 점은 고전과 신화의 재해석이나 차용 등이 눈에 띈다는 점입니다. 먼저, 「모던 서동요: 슈크림 볼 소녀는 없다」 이야기를 해 볼게요. 제목에서부터 서동요에 반기 드는 느낌이 들었어요. 상실되어 버린 선화의 정체성을 도모해 가는 과정이 현실적이었고요.
이 이야기를, 제가 초등학교 때 <삼국유사>를 읽고 처음 접했어요. 선화 공주가 헛소문에 궁궐에서 쫓겨났다는 것에 무척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니, 부모님이 딸의 진실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니요. 게다가 그 헛소문을 퍼뜨린 당사자와 결혼하다니, 제겐 용서할 수 없는 결말이었어요. 그 점은 지금도 변함없어서, 언젠가 재해석한 작품을 꼭 쓰고 싶었습니다.
이어서 「세이렌이 울리는 밤」 또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 '세이렌'이 모티브가 되는 작품입니다. 등장인물들은 세이렌의 정체성을 괴물로 인식하지 않고 그들의 선택과 삶을 존중하지요. 이야기를 읽을 때, 이야기를 쓰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점이 있다면요?
저는 다수의 평온한 삶을 위해 소수의 침묵을 강요하는 게 가장 위험하고 폭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상황에 자신이 기분 나쁘다고 하면 이기적인 걸까 고민하는 청소년을 종종 만났는데요. 원하지 않는 상황을 거부하고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을 거절하는 게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일은 아니라는 걸 「모던 서동요: 슈크림 볼 소녀는 없다」를 통해 말하고 싶었고, 「세이렌이 울리는 밤」에서는 먼 곳으로의 전학이나 이민처럼 어쩔 수 없는 경우로 헤어지게 되더라도 잘 살아냈으면 하는 응원을 보내고 싶었어요.
어릴 때는 부모가 선택한 지역으로 가서 살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어제까지 단짝이었던 친구와도 하루아침에 결별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그랬고요. 그리고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괴물일 수 있지만, 일단 친구가 되면 괴물이 아니고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점도 말하고 싶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자아 찾기ing』가 독자분들에게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시는지요?
주제를 드러내는 것만큼 가독성에 신경을 썼습니다. 특별히 드러난 문제가 아니라도 충분히 힘든 일이 많은 나이의 친구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만나게 될 작가님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집니다. 2023년 새해 계획도 들려주세요.
마감을 넘긴 이야기를 얼른 잘 끝냈으면 좋겠고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모던 서동요: 슈크림 볼 소녀는 없다」 처럼 심청이도 재해석해 보고 싶어요. 저는 늘 심청이가 자살을 기도했던 것이 아닐까 의심해 왔거든요. 새해라고 해서 큰 의미를 두고 시작하는 편은 아닌데, 올해부터는 좀 더 계획적으로 작품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 최상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물거품을 선택한 인어공주 이야기는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인어공주가 왕자의 심장을 찔러 피로 다리를 씻고 다시 바다로 가 매 순간 피로 얼룩진 자신과 왕자를 떠올리는 이야기야말로 진정한 슬픈 결말이 아닐까. 많은 이야기들의 엔딩에 대해 생각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작가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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