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IP&작가 에이전시 블러썸크레이에티브 지영주 대표가 첫 책 『잘될 사람, 잘 키울 사람』을 출간했다. 블러썸크레이에티브는 크레에이터 에이전시 기업으로 작가들의 개인 활동과 IP(판권) 등을 알려 창작자의 권익을 확대하는 일을 하며 현재 김영하, 김중혁, 김초엽, 박상영, 김금희, 장류진, 천선란 작가 등이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영주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블러썸엔터테인먼트의 공동 대표이자 블러썸크레이에티브와 자이언트북스를 운영하고 있다. 『잘될 사람, 잘 키울 사람』은 자이언트북스의 자기계발서 브랜드 '럭키북스'의 첫 책이다.
작가들에게 소속사가 필요한 이유
대표님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뷰는 거의 안 하셨더라고요.
저희 소속 작가님들이 계시니까 작가님들의 노출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초창기에는 작가님들을 계속해서 영입하는 중이었고 약간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그리고 어떤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 언론에 노출되는 건 애매해서 조금 자제한 부분도 있었어요.
책은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메모 형식으로 글을 써온 건 좀 오래됐어요. 회사를 처음 만들 때, 이 길이 맞나? 그런 고민을 하게 되잖아요. 계속 메모로 생각을 정리해왔는데,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분들을 영입하러 미팅하면 조심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으셨죠. 걱정이나 고민을 많이 갖고 계신데 누구에게 털어놓기는 조금 애매한 부분도 있어서, 쉽게 말씀을 못하시더라고요. 나름 패턴이 생긴다고 할까요? 수요가 쌓이니까 저에게 어떤 것을 궁금해 하시는 지가 파악되더라고요. 책이라는 게 실제로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내 생각을 전할 수 있는 효용이 있잖아요. 굳이 대면해서 만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이야기를 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잘될 사람, 잘 키울 사람』. 제목이 굉장히 희망적입니다.
제목을 정하는 게 되게 어렵더라고요. 제가 한 가지 일만 했으면 쉽게 제목을 정했을 텐데, 여러 가지 일을 했어고 하다 보니까 '내가 뭘 하는 사람이었지?'라는 질문을 자꾸 하게 됐는데 결국은 사람이었어요.
블러썸크리에이티브에서 '자이언트북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임프린트 '럭키북스'에서 책이 나왔어요.
자이언트북스가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아직까지는 소설, 에세이 등 문학 책만 출간해서요. 제 책은 비문학이니까 자이언트북스에서 나오면 결이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임프린트를 만들었어요. 제가 일하는 방식이 어떤 돌을 하나 놓더라도, 그 돌이 어떤 꼬리표를 만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거라서 또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자명을 '지대표'라고 쓴 것도 비슷한 이유일까요?
아, 일을 오래해서 '지대표'라는 호칭으로 많이 불렸어요. 어딜 가면 사람들이 그냥 "지대표~ 지대표~"라고 불러서 너무 익숙했고,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거리를 두고 싶었어요.
박상영 작가님의 소설 『믿음에 대하여』 작가 후기에 대표님 이름이 언급됐었죠.
책이 나오고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웃음) 박상영 작가님이 소설가가 되기 전에 광고 회사에서 일하셨잖아요. 저는 기업에서 광고주 입장으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작가님과 같은 시기에 일하지는 않았지만 업계를 잘 알고 계셨어요. 후기에 제 이름을 쓰시겠다고 해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는데, 또박또박 써 주셨더라고요. 감사했죠.
삼성전자에서 오래 일하셨죠?
네, 삼성그룹에서 최초로 여성 직원을 500명 뽑았던 기수에 입사했어요. 국내 영업 본부 광고 마케팅 쪽에서 10년 정도 일했어요. 제가 여러 부서 사람들과 같이 일했던 터라, 그때 사회생활을 많이 배웠어요.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도와주신 분, 고마운 분 들이 정말 많아요.
광고 제작 현장에도 자주 계셨으면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잘 아셨겠어요.
그렇죠. 그때 했던 일과 지금 하는 일의 종류가 다르지 않아요. 광고주와 소속사, 입장만 다른 거죠. 신제품을 만들면 이 물건을 광고하기 위해 미디어를 컨택하고, 모델을 섭외하고, 드라마에 PPL을 넣는 모든 작업을 했던 터라 접점에 있는 거죠. 당시 저희가 광고 모델로 캐스팅했던 사람이 배우 김태희, 전지현 님이었어요.
블러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공동 대표가 되셨을 때, 업계 분들은 놀라셨겠어요.
신기해 하는 분들이 많았죠.(웃음)
문학을 워낙 좋아하셔서 스스로를 '성공한 덕후'라고 생각하신다고요.
제가 독자로서 작가님들을 많이 따라다녔어요.(웃음) 신간이 나오면 북토크 행사가 많이 열리잖아요. 그러면 행사장에 찾아가서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다 왔어요. 그러다 김중혁, 김연수 작가님이 '소설리스트'라는 홈페이지를 만드셨잖아요. 당시 제가 드라마 제작 쪽 일을 하고 있었던 터라 이동진 영화 평론가님과 <이동진의 캠프 시네마>라는 콘서트를 만들었는데 그 행사에 김중혁 작가님이 오셨고, '소셜리스트'와 같은 창작자 집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작가님들은 자신이 작품을 쓰는 창작자이기 때문에 다른 창작자들의 일이나 작품에 의견을 내는 게 어렵잖아요. 그래서 어떤 창작집단을 운영해줄 사람의 필요성을 느끼고 계셨는데, 그 자리에 제가 있었던 거죠. 찍힘을 당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던 거예요.(웃음)
재밌는 인연이네요. 작가 매니지먼트 설립은 곧바로 이뤄졌나요?
블러썸크리에이티브를 등록한 건 2014년인데, 제대로 일하기 시작한 건 2016년이에요. 2016년부터 작가님들을 정식으로 영입하고 활동을 시작했어요.
복합적인 활동이 필요한 시대
김영하, 편혜영, 김중혁, 배명훈, 김금희, 김초엽, 장류진, 박상영 등 소설가뿐 아니라 최민지, 소복이, 김지영 등 그림책 작가님들도 블러썸크리에이티브 소속 작가시죠. 장르를 확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저희가 유명한 작가님들만 캐스팅한다고 생각하시는데요. 김초엽 작가님 같은 경우는 첫 책을 출간하시기 전에 만났어요. 잡지에 연재한 작품을 읽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이 작가님을 만날 수 있냐? 수소문해서 연락을 드려 만났는데 "저를 왜요?" 하는 반응이었어요.(웃음) 그럼 저는 말씀드렸죠. "일단 작가님 작품이 너무 좋다, 우리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혼자 하는 것보다는 함께 하는 게 좋지 않냐? 백지장도 맞들면 낫지 않습니까?"라고요. 장류진 작가님도 첫 책 『일의 기쁨과 슬픔』이 나오고 나서 얼마 안 돼서 만났어요.
섭외하는 기준이 유명세가 아닌 작품인 거였네요.
그렇죠. 지금도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소설만 보고 있는 게 아니라 그림책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하면서 '이 작가님과 우리 크리에이티브가 만나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답이 나오면 작가님을 찾아 뵙고요.
신작 출간에 관해서는 여전히 출판사와 직접 소통하는 작가들이 많은데요. 소속사가 담당하는 부분과 작가 개인이 맡는 부분은 어떻게 나눠져 있나요?
일단 가이드라인이 있어요. 예를 들어 책 출간 자체는 출판사, 편집자와 긴밀히 소통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작가님들이 직접 진행하시고요. 그 외적인 활동 즉 매체 인터뷰, 북토크, 강연 외 행사들은 저희 회사의 PD님들이 맡고 있어요. 각 PD마다 담당하는 작가님들이 있고요. 매체나 기업에서 작가님들께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싶어도 연락처를 몰라서 타이밍을 놓칠 때가 많아요. 저희 소속 작가님들은 일단 컨택 포인트가 분명하니까 소통이 빠를 수밖에 없는데요. 저희가 하는 일의 70% 정도는 거절인 것 같아요. 작가님들이 작품 집필 때문에 기타 활동을 못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때는 소속사에서 적절히 연락 드리죠. 사실 우리도 누군가가 살짝 무리한 부탁을 하면 거절해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 않잖아요.
개인 SNS를 운영하지 않는 경우에는 컨텍 포인트가 더욱 필요하죠.
작가님들께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어떤 자리에 계셔야 한다"는 거예요. 이분들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면, 누군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어떤 일을 함께 하고 싶을 때 바로 연락할 수 있죠. 그리고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하는지가 없으면, 마구잡이로 연락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창구가 필요해요.
소속사에 들어가면 수익을 나눠야 하는데,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 이상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작가님들이 미안해 하신 부분도 있었고 망설이시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이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크리에이티브만 했다면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기존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진행하는 부분이라 부담감이 덜했어요. 그리고 제가 작가님들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말 계산이 안 나왔거든요. 발생하는 비용들을 충당할 수 있는가? 지속적으로 소화할 수 있느냐가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쓰임이 되게 중요한 사람인데 지금은 먼저 연락도 많이 주시니까요.
일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시라고요.
고민은 오랫동안 하는 편인데 일단 시작하기로 마음먹으면 최대한 빨리 움직여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하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삼성전자 광고팀에서 일할 때, 회사가 막 성장하는 단계였거든요. 일할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일을 빨리 끝내면 새로운 일이 계속 오더라고요. 당시 미디어 업계도 세분화되기 시작했던 때라 PPL광고를 넣기 위해 드라마 대본을 산처럼 쌓아 놓고 많이 봤어요. 어느 장면에 몇 초를 노출해야 할지를 제가 결정해야 하는 거예요. 많은 실무를 담당했는데 그때 일하면서 제가 만든 단어가 '이유리즘'이에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어떤 새로운 일을 해도 언젠가는 다 쓴다는 거예요. 지금 제가 블러썸크리에이티브와 자이언트북스를 운영하면서 그때 얻은 노하우가 큰 힘이 됐어요. 신의 계시로 제가 이 일을 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떤 경험을 품고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결실이 어느 순간 발현되는 거라 생각해요.
독자로, 작가들의 소속사 대표로 책을 읽다가 저자가 된 소감도 궁금합니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까 정말 다르다는 걸 절절히 느꼈어요. 편집자님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깨달았고요. 책을 쓴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구나, 이 일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지금까지 하시는 작가님들을 더욱 존경하고 응원하게 됐어요.
그동안 '잘될 사람들'을 많이 발굴하셨는데,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잘될 사람일수록 약속에 진심이에요. 더 잘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사람일수록 함부로 약속하지 않고 이미 한 약속을 허투루 여기지 않아요. 그리고 잘될 사람들은 질문에 그치지 않아요.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그 해답을 찾아가요. 심지어 타인이 보기에 더 잘될 필요가 없을 만큼 잘된 뒤에도 이런 행동은 계속돼요. 또 하나, 잘될 사람은 적어도 10년을 한 곳에, 같은 분야에 쌓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3개월, 6개월씩 나누어서 여기저기에 흩뿌리지 않고 천천히 토대를 닦고 얼마만큼의 넓이와 높이를 만들지 생각해요. 저는 같은 일을 오래 한 사람만이 비로소 큰 물길을 알아본다고 생각해요.
추천사를 나영석 PD, 차태현, 정소민 배우가 써주셨어요.
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써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오랫동안 관계를 맺은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었어요. 정소민 배우님은 글을 정말 잘 쓰시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연습하고 있는 분이시거든요. 촬영에 가면 동네 책방에 달려갈 만큼 책에 관해 애정도 많아요.
『잘될 사람, 잘 키울 사람』을 쓰면서 상상했던 독자들은 누구인가요?
'내가 이걸 할 수 있겠어? 아무것도 지금 없는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평사원일 때 끊임없이 했던 생각이거든요.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을 때 처음은 되게 기쁘지만 과도기가 있잖아요. 진짜 잘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그 무렵에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작가님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예전과는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출판이라는 업계 안에서만 경쟁했다면 지금 우리 문학은 드라마, 게임이랑 경쟁하고 있거든요. 한 사람이 콘텐츠를 보면서 소비하는 시간의 어떤 총량이 있는데, 우리가 그 총량 범위 내에 들어가야 하니까요. 작품을 쓸 때,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다양한 루트를 연다는 생각으로 복합적인 활동을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요즘 젊은 작가님들은 워낙 잘하시는데, 예전에 등단하신 작가님들도 적극적으로 하시면 어떨까 싶어요. 왜냐면 예전에는 글이 도달한 후에 그 글의 저자를 알게 됐다면, 요즘은 방향이 달라졌으니까요. 내가 누군지를 독자들에게 알리는 활동도 정말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블러썸크리에이티브는 어떤 프로젝트에 더 집중하게 될까요?
제가 처음 크리에이티브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상담을 드렸던 분이 봉준호 감독님이세요. 그때 감독님이 <옥자> 시나리오를 쓰실 때인데, 제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미국은 문학 작가들이 소속사를 갖고 항상 움직이는데 우리는 아직 없어서 아쉽다"고 하셨어요. 당시만해도 정말 돌덩어리에 계란을 던지는 느낌이었는데 2016년을 기점으로 지식 재산권(IP) 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2023년부터 풀고 싶은 건, 더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이에요. 제가 꿈꾸는 세상은 "엄마, 나 작가 되고 싶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래, 그 일 돈 잘 벌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세상이거든요.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더 다양한 형태의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자이언트북스의 2023년 목표는 무엇인가요?
올해 첫 책으로 자이언트 픽 엔솔러지 시리즈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가 출간됐어요. 이유리, 김서해, 김초엽, 설재인, 천선란 작가님이 참여한 작품인데요. 자이언트 픽은 일년에 한 번, 매해 첫 달에 선보일 예정이에요. SF, 판타지, 순문학. 혹은 문예지, 단행본, 웹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님들의 작품이 사랑 받았으면 좋겠고,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이름으로 첫 책을 내는 신인 작가들의 장편 소설이 시리즈로 나올 계획이라 올해는 정말 더 바빠질 것 같아요.
*지영주(지대표) 현 블러썸엔터테인먼트의 공동 대표이자 국내 최초 IP & 작가에이전시 블러썸크리에이티브의 대표이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삼성전자에 공채로 입사해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였고, 20여 년간 잘될 사람을 찾고 잘 키우는 일을 해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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