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지난 월드컵 기간부터 사람들의 입에 종종 오르내리는 명언이다. 하지만 세월엔 장사가 없다 했던가. 오십 정도 되면 체력도, 기운도 꺾이고야 만다. 인간관계도 점점 폭이 좁아지고 세상의 변화는 따라가기 벅차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나야 할 오십이라는 생의 반환점. 이대로 나이 탓만 하기엔 우리에겐 아직 남은 나날이 많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조급함과 불안, 두려움 없이 인생 2막을 잘 살아내는 법을 알고 싶다. 무려 5년간 사색하며 집필했다는 새 책, 『오십에 시작하는 마음 공부』를 펴낸 인문학 멘토 김종원 작가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이제까지 많은 독자들이 자녀를 위한 인문 교육서로 작가님을 만나왔는데요. 이번에는 나이를 훌쩍 올려 완전히 어른들을 위한 책을 내셨어요. 서른, 마흔도 아니고 특별히 '오십'이라는 시기에 주목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물론 모든 나이가 각각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오십이라는 숫자는 조금 더 특별합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시면 쉽게 아실 겁니다. 마흔까지는 열정적으로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오십이 되면서 삶에 대한 의지를 잃거나, 되는대로 살게 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되죠. 그래서 다른 때보다 오십 이후에는 더욱 만나는 사람과 사용하는 언어, 주변을 대하는 태도를 조심해야 합니다.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쌓여서 나머지 삶을 이끌며 우리의 인생을 결정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죠. '나의 언어와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내가 곧 만날 미래의 삶을 결정한다'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흔들리는 마음을 잘 보살펴야 하죠.
『오십에 시작하는 마음 공부』는 조선 시대 문장가인 ‘연암 박지원’의 글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원래 괴테 등 서양 문학과 인문학에 정통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 책은 한국 고전 속 인물을 주목하셔서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이 보신 '인간 박지원'은 어떤 인물이었나요?
자기 삶을 멋지게 살았던 사람이에요.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오십 이후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바로 자신의 기분을 불쾌하게 만드는 말과 일을 무시할 줄 아는 사람이었죠.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자신의 기분을 잘 보살폈던 사람입니다. 기분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결국, 그날그날의 기분이 모여 인생을 결정하는 태도가 되기 때문이죠. 듣기만 해도 불쾌한 기분이 드는 말을 하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최대한 피하는 게 자신을 위해서 좋습니다. 연암은 자신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그들에게서 벗어나 '나 자신'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입니다.
책에서 말씀하신 5가지 지적 자본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슬기로운 오십 이후의 삶을 위해 '꾸준한 배움', '밝은 안목', '말의 내공', '지적 판단력', '단단한 내면'을 당부하셨는데, 각각의 의미를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연암은 자신의 삶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며 글을 쓰는 일상을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훗날 자신처럼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고 싶다면 다음 다섯 가지 '지적 자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죠. 먼저 지성의 기반이 될 기초 체력인 '꾸준한 배움'을 내면에 담아야 하고, 실용적 삶의 기준이 되는 '밝은 안목'을 갖춰야 합니다. 이어 불가능의 경계를 허무는 '말의 내공'을 배워야 하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분명하고 명쾌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돕는 '지적 판단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단단한 내면'을 더해서 더 큰 자신을 만들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가질 수 있죠. 이런 다섯 가지 지적 자본이 일상의 글쓰기와 맞물리면 자연스럽게 오십 이후의 삶은 자유롭고 빛날 것입니다.
요즘은 인간관계 등에서 받은 상처로 '불안', '후회' 같은 부정적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 공부로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최고의 마음 공부 도구로 제가 추천하는 건 필사와 낭독입니다. 좋은 문장을 하나하나 쓰면서 우리는 걱정과 고민을 그 자리에 벗어 놓을 수 있고, 자신이 필사한 것을 낭독하면서 앞으로 나갈 지적인 힘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특별히 각각의 소주제를 마무리할 때마다 그 주제를 일상에서 흡수할 수 있게 돕는 문장을 따로 배치했습니다. 연암의 글을 필사하고, 자신이 필사한 글을 낭독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을 괴롭히는 수많은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연암이 글쓰기를 통해 오십 이후의 삶을 빛낸 것처럼, 여러분도 연암과 내가 함께 구상한 그 글을 필사하고 낭독하며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십에 시작하는 마음 공부』에 소개하신 연암의 글 중에서 작가님이 뽑은 최고의 문장은 무엇이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려주세요.
우리는 누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을 팔아서 돈을 법니다. 이 굴레에서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는지 정확히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오십 이후의 삶에 후회와 고통을 최대한 남기지 않을 수 있어요. 연암도 이에 동의하며 이렇게 외칩니다.
"아무리 세상을 강렬하게 비추는 태양이라도, 나무를 태우거나 쇠를 녹일 수는 없다. 빛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그 빛을 돋보기에 모아야 비로소 강한 힘이 발생해 무언가를 태울 수 있다."
바로 이번 책에서 제가 꼽는 최고의 문장입니다. 그는 뜨거운 음성으로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반복해서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죠.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정신입니다. 연암이 강조한 것처럼, 지금까지 여러분이 반복한 누군가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 혹은 누군가에게 선택받기를 바라며 분투한 시간이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다면, 생각을 바꿔 이제는 자신의 행복만 선택하며 살아야 합니다.
자신의 행복을 선택하는 삶, 참으로 멋집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작가님 개인적으로는 어떤 '오십 이후의 삶'을 꿈꾸시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저는 오십 이후 이 문장 자체가 될 겁니다.
"자신을 굳게 믿고 강하게 의지하라. 이제는 자신만을 위해 살아라. 세상의 행복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만나라. 더 큰 세상이 아닌, 더 큰 나를 만나라."
구체적인 계획은 이렇습니다. 현재 저는 1년에 1권만 읽는 독서(괴테가 쓴 책만)를 하고 있지만, 오십 이후에는 한 권에 투자하는 시간을 더 늘려서 2년에 1권을 읽을 겁니다. 또한, 현재 저는 매년 6권 이상의 책을 발간하며 75권 정도의 책을 냈지만, 오십 이후에는 1년에 1권의 책만 낼 예정입니다. 모든 부분에서 더 느리게, 그러나 더 깊어질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오십을 맞이하는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제가 여러분께 드릴 말씀은 이것 하나입니다.
"제발, 글쓰기를 시작하세요!"
조금 더 쉽고 빠르게 글을 쓰며 사는 삶을 살고 싶으시다면, '더 나은 방법 찾기 일기'를 쓰시길 추천합니다. 오십 이후에 벌어지는 모든 방황은 반드시 더 좋은 길을 찾는 순간이어야 합니다. 매일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서 일기를 쓰면서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까지 찾아서 쓰면, 그 시간과 과정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가 없겠죠. 일기를 쓰며 하루하루 나아지는 자신의 생각과 가능성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에게 기적을 선물하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의 매일이 기적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김종원 다양한 연령층에 인문학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활동하는 인문 교육 전문가. 철학, 문학, 자기 계발, 자녀 교육 등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로서 수십 권의 책을 썼다. '당신이 당신의 눈 그리고 가슴과 머리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를 모토 삼아 누구나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인문학적 영감을 일깨워줄 글을 매일 1편 이상 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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