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4시간 편의점에서 일하며 틈틈이 쓴 글로 책을 내기 시작해, 이제는 엄연한 에세이스트이자 칼럼니스트로 자리매김한 봉달호 작가. 편의점에서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고 생생하게 풀어내온 그가 이번엔 일상을 넘어 '삶'이란 기나긴 무대 위에서 가게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어릴 적 부모님이 운영한 시골 점빵부터 현재 자신의 편의점까지 흘러온 장사의 연대기를 돌아보며, '가게'라는 곳에 깃든 인생과 가족과 시대를 추억하는 자영업 에세이 『셔터를 올리며』의 저자 봉달호 작가를 만나보았다.
작가님을 처음 만나는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5개의 편의점을 운영해봤고 4권의 에세이집을 펴낸 봉달호입니다. 원래 "본캐는 편의점주, 부캐는 작가"라고 말해왔는데, 이제 본캐와 부캐가 헷갈리기 시작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편의점 점주로 11년 차, 작가로는 6년 차를 맞는군요. 그동안 '에세이스트'라고 불리는 것을 좀 과분하다 생각했는데, 이제 네 번째 에세이집까지 냈으니 스스로 에세이스트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간 편의점에서의 일상을 담은 책을 내오셨는데, 이번엔 쓰신 책은 조금 다릅니다. '나를 키운 가게'라는 키워드로 인생과 시대를 돌아보는 이야기인데요. 이 책은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출판사 팀장님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이번에 책이 나온 다산북스 팀장님이 신문에 실린 제 에세이를 보고 한번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참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고 회고록을 써보는 게 어떻냐고 물으셨죠. 제 나이에 무슨 회고록인가 싶어, 반쯤 농담으로 받아들였지요.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어차피 에세이라는 장르는 자기 서사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고, 내 인생을 통해 무언가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을 통해 인생을 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를 키운 것은 무엇일까, 그런 인생의 기준점을 생각해보니 부모님과 제가 숱한 가게를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다음 날 팀장님에게 전화를 했지요. '나를 키운 작은 가게들'이라는 주제로 책을 써보겠다고.
『셔터를 올리며』에는 아홉 개의 가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편의점을 제외하고, 그중 한 곳을 지금 다시 운영해볼 수 있다면 어떤 가게를 선택하시겠어요?
책에서는 떡볶이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음식'이라고 썼는데, 다시 운영할 수 있다면 분식점을 해보고 싶어요. 우리집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다시 시작해보자는 희망을 꿈꾸었던 시기였고, 앞치마를 둘러맨 엄마를 보면서 용기를 가졌던 시기였어요. 손님들과 추억도 많고요. 물론, 팔지 못하고 남은 떡볶이와 오뎅을 매일 먹어야 한다는 고통이 있긴 하지만요.(웃음)
'가게'에 대한 책을 쓰기 전과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달까요. 이번에 책을 쓰면서 그동안 우리 가족들이 살았던 곳, 가게가 있던 자리를 둘러봤어요. 이렇게 살아왔구나, 여기에서 내가 자라서 오늘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면서, 굉장히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내게 무언가를 가르쳐주셨다는 생각을 특별히 해본 적 없는데, 나는 엄청난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라왔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이 이토록 행복하고 자신을 키우고 위로하는 과정이란 사실 또한 새삼 깨달았습니다.
작가님의 아버지께서 지금은 또 다른 가게를 운영하고 계신 것 같아요. 아버지의 다음 행보도 왠지 궁금해집니다. 처음 편의점을 운영하시겠다던 그때처럼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이 많나요, 아니면 아버지의 도전을 온전히 응원하게 되었나요?
에세이에 종종 아버지 이야기를 씁니다. 그래서 "당신 아버지, 참 재밌는 분인 것 같더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어떻게 보면 제 팬보다 아버지 팬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칠순이 넘은 연세에도 여전히 호기심이 넘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시려는 의욕에 가득 찬 분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우지요. 얼마 전 미국의 작은 도시에 식당을 차리셨어요. 식당 오픈하기 전에 다른 식당에 주방장으로 들어가 몇 개월간 알바를 하기도 하셨어요.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시는데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면서 활기차게 살아가고 계십니다.
『셔터를 올리며』에는 담지 못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가게가 있나요?
중국에서 미용실을 3개 운영했습니다. 이번 책 『셔터를 올리며』에는 잠깐 언급하기만 했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그때 이야기를 더 자세히 써보고 싶기도 합니다. 당연히 미용사와 스텝은 모두 중국인이었지요. 대부분 벽촌에서 돈을 벌려고 도시에 올라온,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청년들이었습니다. 그들과 부대끼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 세계 어디에나 있는 살아가려 몸부림치는 청년들의 사연을 풀어보고 싶습니다.
『셔터를 올리며』를 읽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독자 중에도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각자가 '나를 키운 가게들'에 대한 추억이 있겠지요. 기억을 더듬고, 부모님을 생각하고, 밥벌이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나도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의욕을 북돋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저도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야기의 즐거움을 함께 나눠요.
*봉달호 편의점주, 에세이스트.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둥으로 단연 '가게'를 꼽는다. 현재 자영업자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부모님과 내가 운영하거나 지나온 가게를 헤아려보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그런 숱한 가게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셈이다.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영수증 뒷면, 라면 박스 귀퉁이, 휴대폰 메모장 등에 틈틈이 썼던 글들이 책으로 묶여 나오며 작가가 되었다. 이젠 편의점 점주라는 직업보다 '작가'라는 호칭으로 더 알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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