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광활하고 웅장한 자연 곳곳에 숨어 있는 야생 온천을 찾아 '보고(seeing)', '듣는(hearing)'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observing)', '귀 기울이는(listening)' 여정의 기록이다. 이들이 탐방한 온천은 주로 무료 노천 온천이다. 그곳들은 상업 지역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이며, 가난한 여행자와 히피, 장기 여행자가 모이는 곳, 그리고 원주민이 오랜 세월 평화 지대로 여긴 지역이다. 『오프로드 야생 온천』은 미국의 야생 온천을 두루 다니며 미국의 현재 모습과 생태계를 비롯해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와 지역사를 탐구하는, 거대한 영혼을 품은 자연 온천의 세계로 안내한다.
『오프로드 야생 온천』이라, 제목부터 독특한데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저희 부부는 4년 동안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2개국 4개주에 있는 자연 온천 40여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이 책은 그 기록을 한 땀 한 땀 쓴 탐방기인데요. 미국 온천에 가는 길부터 먹고 자는 법 등 기본적인 여행 정보뿐만 아니라, 온천이 품고 있는 지역사와 아메리카 원주민의 생태 사상 등 다양한 이야기를 문화사적으로 풀어 낸 책입니다.
'온천'하면 일본 아닌가요? 미국에도 온천이 있다니 생소한데요. 그것도 자연 모습 그대로요.
미국 서부가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죠. 태평양 해양판이 북미 대륙판 아래로 섭입하면서 이 일대에는 여러 지진대가 형성돼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로스앤젤레스에는 샌안드레아스 지진대가 지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영화 <볼케이노>와 <샌 안드레아스>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심지어 캘리포니아는 지질 활동으로 매년 2인치씩 북미 본토와 떨어져 섬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활발한 지질 활동 때문에 온천이 발달해 있죠. 저희 부부는 그 중에서도 아직 리조트로 만들어 있지 않은 야생 노천 온천을 탐방했습니다.
책을 보니 진짜 야생 온천이네요. 온천이 산 속에, 사막에, 바다 해변에도 있네요!
드넓은 북미 대륙의 크기만큼 온천의 모습도 다양합니다. 산 속을 하루 종일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온천부터 사막 한 가운데 야자수 아래에 있는 오아시스 온천, 해변 모래를 파면 나오는 온천까지 매우 다양하죠. 수천 년간 탄산 칼슘이 쌓여 만들어진 석회암 온천탕도 있습니다. 이런 온천들은 일본, 유럽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죠. 저희 부부는 그런 곳을 만날 때마다 엄청난 희열을 느꼈죠.
온천수 중에서 '첫물'은 지하에서 처음 지상으로 나온 물을 말합니다. 물도 생물과 마찬가지로 공기 밖으로 나오면 그 순간부터 산화됩니다. 그래서 지하에서 처음 지표면으로 나온 온천수가 가장 깨끗하고 효능도 뛰어나다고 합니다. 미국 야생 온천에서는 그런 온천수를 사시사철 무료로 느낄 수 있죠. 이 책은 그것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미국 온천, 그리고 『오프로드 야생 온천』의 또 다른 매력은 뭔가요?
문화사적 관점에서 미국 온천을 다룬 책은 아마도 『오프로드 야생 온천』이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 현지에 온천 가이드북은 있지만 문화사적인 관점에서 쓴 책은 없죠. 일부 지역 신문에서 온천에 대한 여행기를 썼지만, 대부분 유럽 정착민이 원주민의 미개발 지역을 개척해 온천 리조트를 만들었다는 식이죠.
하지만 『오프로드 야생 온천』은 백인의 시각이 아닌 원주민의 시각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온천을 신성한 지역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때문에 온천에 오면 부족간 전쟁을 멈추고, 오로지 치유와 물물 교환만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온천에 들어가기 전에는 온천과 대화를 합니다. 내가 어디가 아프고 어디를 치유해달라고 자연과 소통하는 거죠.
적지 않은 온천이 '누드 온천'이라고 하셨는데요. 혹시 불법은 아닌지요.
미국 자연 온천에서는 옷을 다 벗고 온천욕을 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누드가 곧 불법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누드 자체를 문란하거나 위협적인 행위라고 보지 않죠.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요. 이 때문에 온천 여행을 하다보면 누드 온천욕을 즐기러 온 히피를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드는 선택 사항이니까, 옷을 입고 온천욕을 해도 됩니다.
『오프로드 야생 온천』은 일반 가이드북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네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어가시면 좋을까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 중 하나는 쏟아져 나오는 해외 여행 프로그램과 유튜브 방송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였습니다. 과연 여행자들이 수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인증샷을 찍기 위해 해외 여행을 해야하는가였죠. 그러기에는 지구에 너무 큰 해를 입히는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생태적인 여행 혹은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여행법을 알려주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배출한 탄소가 아깝지 않도록요.
그래서 온천을 중심으로 미국의 어두운 역사와 환경 파괴 현장을 다뤘습니다. 가령, 수영장 물이 더럽혀진다며 수영장 등 오락 시설에 유색 인종이 출입 못했던 역사라든지, 수질 개선 사업에 실패해 디스토피아가 돼버린 호수 '솔튼씨' 등을 소개했습니다. 반대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중시했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사상과 신화 등 생태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이야기도 다뤘고요. 제 책 끝에 이렇게 썼습니다. '야생 온천을 찾아 보고(seeing) 듣는(hearing)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observing) 귀 기울이는(listening) 여정이 되길 바란다'고요. 이 책을 통해 생태적 여행이 무엇인지에 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셨으면 합니다.
* 황상호 한국 청주방송(CJB)에서 방송 기자를 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 현지 <중앙일보>에서 기사를 썼다. 미국 비영리 단체에서 인권 운동을 하다 현재 LA 컬처투어리즘 업체 '소울트래블러17'을 운영하고 있다. 여행지를 다녀온 뒤 그 지역 역사와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는 데 큰 재미를 느낀다. * 우세린 한국에서 방송 기자를 하다 남편을 따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왔다. 한인 비영리 단체에서 수년 동안 가정 폭력 생존자를 돕는 일을 했고, 현재 미국 법률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법률가로 거듭나기 위해 일과 함께 학교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온천 탐방에서는 일정 관리와 숙소 예약, 현장 인터뷰 등을 담당했다. 온천 주변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정리하고 기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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