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즐기던 것이 돈이 되는 시대다. '엔터테인먼트'의 사전적 의미는 '오락'이지만, 단순히 재미로만 엔터를 논하기엔 한참 부족하다. 드라마, 영화, K팝, 게임, 플랫폼 등 엔터 산업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비즈니스는 나날이 그 규모를 키워가면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대중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글로벌 머니가 모여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일상 속 즐거움이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고, 수익으로까지 이어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성덕 애널리스트가 알려주는 친절한 투자 가이드 『엔터주 머니전략』과 함께 흥미진진한 엔터 산업의 세계로 떠나보자!
'엔터 산업'이라고 하면 왠지 K팝 아이돌이나 SM, 하이브 같은 대형 연예 기획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엔터주 머니전략』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산업군을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엔터 산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최근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산업은 아무래도 연예 기획사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엔터'라는 산업 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분야의 산업군과 기업이 속해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 우리가 보고 듣고 즐기는 모든 문화생활을 포함한 산업군을 엔터 산업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연예 기획사가 음악 산업을 담당한다면, 채널 공급자인 PP와 OTT, 드라마 제작사는 드라마 산업을, 극장 사업자는 영화 산업을, VFX 사업자들은 실감형 콘텐츠, 메타버스 산업을 담당하는 거죠. 대분류는 엔터 산업으로 묶이지만, 그 안에서도 다양한 산업과 기업들이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엔터주 머니전략』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엔터 산업의 다채로운 매력이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중에서 최근에 특히 저자님의 관심을 사로잡는 분야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최근에 제가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산업은 연예 기획사인데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SM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매일 같이 쏟아지는 공시와 뉴스에 대응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던 것 같아요. 주식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는 해당 기획사의 아티스트들과 학창 시절을 함께해왔던 팬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입장에서 추억이 깊은 회사의 주인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 앞으로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 A부터 Z까지 모든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며 매일매일 스펙터클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꼭 경영권 인수가 아니더라도 연예 기획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 현지 걸 그룹 데뷔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 때문인데요. 산업의 또 다른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획사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큽니다.
저자님을 수식하는 단어 중에 '성덕 애널리스트'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덕질에 일가견 있으시다고요?
부끄럽지만 제 덕질의 역사를 조금 풀어보면, 본격적인 덕질의 시작은 동방신기 때부터였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포토 카드도 없던 시절이었는데요. 여러 장의 앨범과 테이프 구매는 물론 브로마이드 수집은 당연했고, 공개 방송도 열심히 다니며 덕심을 키워왔습니다.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NCT와 세븐틴이고요. 트와이스, 뉴진스도 좋아합니다. 사실 모든 아티스트를 좋아해요.(웃음) 제 주말 루틴이 하나 있는데, 주말마다 음악 방송을 꼭 본방으로 챙겨보는 거예요. 얼마 후에 유튜브에 다 올라오기는 해도, 본방으로 봤을 때의 생생함이 또 다르거든요. 저의 덕질 레이더를 확대하기 위함도 있지만, 요새 새로 데뷔한 아티스트가 누가 있는지 트렌드 파악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전문성을 갖고 그 분야에 일하는 직업인이 되셨네요. 원래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을 꿈꾸셨나요?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고, 실적을 추정해 투자 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해서 내 이름을 건 리포트가 시장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참 멋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증권사 리서치 센터에 RA(Research Assistant)로 입사했지만, 미디어·엔터 산업을 담당하게 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업을 맡게 되면 누구보다 잘 알고, 또 잘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래서 다방면으로 열심히 준비한 결과 미디어·엔터 산업 담당 애널리스트로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덕업일치'라는 말이 있잖아요. 세상에 마냥 즐겁기만 한 '일(Work)'이라는 게 존재할까 싶지만, 그래도 평소 좋아하는 엔터 분야에서 일하며 좋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하다 보니 힘들어도 덜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일을 하다 보면 오히려 제가 더 신나서 '시장에 이런 의견을 알리는 리포트를 써야겠다', 혹은 '이렇게 저평가된 종목이 있어? 이렇게 산업이 변해간다고?' 하는 변화를 체감하면서 더 활기차게 일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2021년에 연예 기획사 산업을 분석했을 때,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 NCT라는 그룹과 버블이라는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낮았어요.
제가 실제로 NCT 덕질을 해보고 버블을 써보니까 판매량 지표도 급성장하고 있고 6개월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해 충분히 화제성 높을 이슈인데, 왜 아무도 모르지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산업 리포트를 작성했고, 세미나를 수없이 다니면서 관련 내용을 시장에 많이 알렸습니다. 하나 자부할 수 있는 건, 제가 여의도에 버블이라는 팬 플랫폼을 알리는 일등공신이었지 않나 싶은데요.(웃음) 이렇게 제가 덕질을 해보고 느꼈던 내용이 시장에서도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이 되고, 주가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때 굉장한 보람을 느껴요.
반면에 힘든 점도 있을 텐데요.
음악을 듣거나 드라마를 볼 때 저도 모르게 '이번 앨범은 몇만 장 정도 팔릴까?', '공연장 규모는 어느 정도지?', '이번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얼마일까', '이 작품이 어디에 팔렸고 마진은 얼마나 되려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감상하게 된다는 점이랄까요? 이런 부분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현실 속에서 제가 지치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좋아서 찾아본 내용들이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누구보다 빠르게 트렌드에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엔터 산업에 관심이 있지만 투자하기를 주저하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투자'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이 참 큰 것 같아요. 그런데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분야부터 시작해보는 겁니다. 일명 '덕질 투자'를 시작해보는 건데, 드라마를 보다가 너무 재밌으면 드라마 제작사를 덕질해보고, 아티스트가 너무 좋으면 연예 기획사를 덕질해보는 거예요. 덕질을 하다 보면 기존에는 눈에 띄지 않던 이벤트들이 하나둘 보이게 되고, 그 대상을 더 잘 알기 위해 주변 환경까지도 같이 찾아보게 되거든요.
물론,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익을 내고 항상 시장을 이기는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기죠. 투자 판단은 신중하게 하되, 그냥 평소에 좋아하는 분야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가 투자의 시작이에요. 덕질이 투자로 이어진다면 충분히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에서 미디어·엔터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자타공인 '성덕 애널리스트'로서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 디테일한 종목 분석이 강점이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기 위해 엔터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자 노력하며, 이를 통해 완성된 생생한 분석 리포트로 시장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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