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은 허블 출판사 초월 시리즈가 네 번째로 선보이는 책이다. 초월 시리즈는 순수 문학과 장르 문학의 경계를 초월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소설보다: 봄 2023』 수록 「사랑과 결함」에서 가족과 연인 관계의 다면성에서 비롯한 균열을 치열하게 탐구하며 올 봄 많은 독자들을 만난 예소연 작가가 이번에는 인간 밖으로 소설의 경계를 확장한다. 비인간 주체 로봇 고양이 '치즈'는 인간보다 먼저 이 세계의 종말을 예견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가장 고군분투하는 존재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의 '다이진'과 함께 올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고양이 로봇 치즈의 활약이 돋보인다.
고양이에게 다정하며 단 것을 좋아하는 '창', 유년 시절부터 군인에게 사격 기술을 배운 '아샤', 직접 여행 패키지를 만들어 사람들을 사막으로 이끄는 '말리'에 이르기까지 생생하고 독특하면서 고유한 인물들이 소설에 더 정이 가게 하는데요. 이번 소설의 인물을 만드시면서 특히 공들이신 부분이 있을까요?
사람들은 각자의 기억에 의존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스스로 삶의 당위성을 열심히 성립해간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물론 그렇고요. 그래서 인물이 여기까지 오게 된 '삶의 당위'를 열심히 '해명'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인물 하나하나가 선택하지 않은 배경과 삶의 경로에 휘말려, 어떤 존재가 되어버리고 그 존재는 또 다른 존재를 만나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그런 예기치 않은 일상의 순간들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대부분의 삶은 정말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데, 세계는 자꾸 그것을 개인의 '선택'으로 말미암은 결과처럼 포장하잖아요. 자매들의 다채로운 과거를 통해 각자의 고유성에 천착하면서도 세계와 불화하는 모양을 그리는 데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시나요? 소설에서 로봇 고양이 '치즈'가 세 주인공을 간택하는 장면이 몹시 재미있었습니다. 혹시 작가님께서도 길냥이와의 우정을 나눈 경험이 있으시거나 고양이를 반려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지금 한 명의 동거인, 한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짠순이'는 장흥에서 길을 떠돌고 있던 페르시안 고양이입니다. 길냥이 시절 밥을 주던 아저씨가 짠하다고 '짠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그 이름을 그대로 받아 부르고 있답니다. 자기 이름은 확실하게 알아듣는 것 같아요. '손!' 하면 손도 줍니다. 지금 함께 산 지 1년이 넘었는데 밤마다 저와 동거인 사이에서 매일 간을 보면서 오늘은 누구 방에서 잘지 고민한답니다.
소설에 나오는 음식들이 침이 고일 정도로 맛깔납니다. 모닥불 감자 구이, 추운 밤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생강차, 텃밭에서 갓 따온 신선한 산딸기, 나무 스푼으로 떠먹는 따뜻한 옥수수 수프... 주인공들에게 더 먹이고 싶은 음식이 있으시다면요?
정말 좋은 질문이에요! 소설 내내 아샤와 창, 말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거의 먹이지 못하고 굶주린 채 여행을 시킨 것이 못내 안타까웠거든요. 그래서 먹일 수 있다면 따뜻한 국물에 만 국수를 먹이고 싶어요. 추운 사막의 밤, 모닥불을 피우고 뜨끈한 국물과 함께 부드러운 면을 술술 목구멍으로 넘긴다면 '아샤'와 '창', '말리'가 모두 행복해하겠죠? 이가 좋지 않은 창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식사가 될 것 같네요.
『사막의 고양이와 자매들』을 쓰시면서 영감을 얻은 영화나 소설 작품이 있으실까요? 또 할머니 용병이라는 독특한 발상을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소설은 2017년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22회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한 <가장 값싼 군인을 삽니다>라는 영화를 보고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시에라리온 용병의 한 달 임금이 250달러라는 데 아주 큰 충격을 받았어요. 자본과 전쟁이 맞물렸을 때 가난한 인간의 목숨은 정말 보잘것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리고 그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마로니에 광장에서 페미니즘 시위가 한창이었어요. 그 시위 한가운데 '페미'가 떴다며 유튜브 영상을 찍는 남자도 있었고요. 아수라장이었고, 굉장히 참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때 그 장면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서 '여성 용병'을 주인공으로 만들자고 마음을 먹었죠. 또 제가 할머니 캐릭터를 굉장히 좋아해요. 시간의 무게를 견딘 채 살아온 할머니들이 가진 고유한 서사에 매료되는 편이에요. 그렇게 '할머니 용병'이 탄생했답니다.
농업용 AI 로봇이라는 본분을 초월해 진화하는 고양이 로봇 '치즈'는 귀여우면서도 섬뜩합니다. '치즈'가 고양이 '태비'로 인해 가장 선명하게 각성하는 감정이 고통과 사랑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고통과 사랑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랑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존재는 무척 다성적인 모양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끝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이해할 수 없음'으로 인해 관계 사이에 공백이 생기며, 어쩌면 우리는 그 공백을 사랑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저는 저 같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절대로 사랑하지 못 할 것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너무 싫을 것 같아요.(웃음)
*예소연 2021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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