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포기하는 아이와 결국 해내는 아이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최근 『회복탄력성의 힘』을 출간한 지니 킴 박사는 하버드대 재학 당시 진행한 프로젝트와 20년 넘게 미국의 교육 현장에서 만난 수만 명의 아이들을 통해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행복감이 높은 아이들은 모두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긍정성, 자기 신뢰, 자기 조절력 같은 회복탄력성의 자원을 아이의 삶에 뿌리내리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니 킴 박사에게 교육과 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버드에서 영유아 회복탄력성을 전공하고, 아동발달 석사 학위를 받으셨고, 컬럼비아대에서 유아특수교육 석사와 유아교육학 박사를 취득하셨는데요. 아이의 발달에 이렇게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학사는 뉴욕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했어요. 주로 커리큘럼과 교육 방법론에 대해 배웠죠. 그런데 학교에서 이론으로 배운 것을 실제 학교 현장에 나가서 적용하려다 보니 변수가 많더라고요. 대학에서 배운 것은 일반적인 아이를 기준으로 한 교수법이었는데, 교육 현장에 나가면 발달이 제각기 다른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게 되죠. 결국 더 효율적인 교수법을 지속적으로 찾아야만 했고, 이 과정 안에서 다양한 발달 양상을 보이는 아이들을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하버드 대학원에 진학해 '영유아 회복탄력성'과 '아동발달'을 공부하게 되었고, 이어서 교직을 병행하며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유아특수교육'을 공부하게 되었죠. 덕분에 다양한 발달 양상을 보이는 아이들 입장이 되어 왜 특정 교수법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맞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발달의 다양성을 이해함으로써 아이들 고유의 특성에 맞는 교수법을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이 된 셈이죠.
미국의 공립, 사립학교에서 교사로 15년, 디렉터로 6년, 총 21년간 교직 활동을 하셨는데요. 한국의 교육과 미국의 교육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한국은 주로 선생님이 말하고, 학생들은 듣는 주입식 교육인데 반해 미국은 아이들의 생각을 많이 듣는 데서 출발해요. 질문에 맞는 정답 하나를 찾기보다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학생들의 생각을 서로 나누며 토론하고 비판하는 형식으로 흘러갑니다. 그만큼 발표할 기회가 많고, 그룹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수업도 많아요. 저는 주로 2세부터 초등 2학년까지의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이미 영유아 시절부터 이런 교육 방식에 익숙해지죠.
이런 학교 교육 방식은 사실 미국 부모들의 양육 방식과도 맞닿아 있어요. 한국의 부모님들이 대개 아이에게 지시적으로 말하는 것에 반해, 미국 부모님들은 아이의 의견을 묻고 직접 결정하도록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죠. 아이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프리스쿨(유치원)에서도 아이가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하면 'Show and Tell(아이가 주제를 정하고 그에 대해 직접 발표하는 수업 활동)'을 통하여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해요. 이런 교육 덕분에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게 됩니다. 설령 틀린 답을 이야기해도 그것을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요. 이런 긍정 마인드나 자기 신뢰성은 회복탄력성의 거름이 되죠.
이번에 『회복탄력성의 힘』이라는 책을 출간하셨어요. 회복탄력성은 어른에게도 매우 중요한 주제인데요, 특별히 어린 시절에 회복탄력성을 키워줘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책에서 회복탄력성이 학습 능력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책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회복탄력성은 긍정성, 자기 신뢰, 그리고 자기 조절이 밑받침이 되어야 키울 수 있는 능력이에요. 그런데 이 3가지 요소는 단시간에 습득할 수 있는 역량이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수많은 반복과 연습, 경험을 통해서만 기를 수 있거든요.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도 있듯이, 약한 어른을 강하게 바꾸는 것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강하게 키우는 것이 더 쉽죠.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주는 것이야말로 아이가 인생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 나아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역경은 언제, 어디서, 어떤 크기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죠. 그리고 역경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서 인생이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습이란 단지 정보를 암기하고 시험을 잘 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공부 정서가 밑받침되어야 하는데, 잘 안 풀리는 문제에도 끈기를 가지고 매달려보는 자세, 노력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때 좌절감에 휘둘리지 않고, 그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자세, '실수해도 괜찮아, 다시 해보면 돼'라는 자세, 이런 것들이 회복탄력성이 좋은 아이들의 특징이죠. 이렇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가짐, 긍정 정서가 학습에 큰 영향을 미치지요.
아동 발달을 깊이 공부하셨고, 교육자로 오랫동안 일하셔서 자녀를 키우고 교육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학생인 두 딸을 양육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육아 철학이 있으실까요? 육아를 좀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마음 자세에 대한 조언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저도 교육자이기에 앞서 엄마이기에 아이를 키우고 교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교육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직접 가르쳐봤으니 분명 유리한 부분은 있겠지만, 저 또한 인간이기에 기분이 안 좋거나, 몸이 힘들거나, 일상이 너무 바쁜 이유 등으로 생각과 다른 말이나 행동을 하기도 해요. 그래서 다른 엄마들과 똑같이 지속해서 배우며 노력해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두 딸 양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부분입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을 지며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자기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태도 말이죠.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고, 그 행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발전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항상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해요. 좋은 습관들이 모여 삶의 태도가 되고, 삶의 태도가 곧 그 사람을 정의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육아는 주변의 도움 없이 오롯이 부부가, 특히 엄마가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크지요. 그래서 아이 키우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육아를 좀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마음 자세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육아에는 한 가지 답만이 존재할 수 없어요. 넘쳐나는 교육 정보에서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걸러내는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카더라 뉴스 말고, 남들의 목표가 아닌, 나와 내 아이에게 맞는 육아 방식을 구축해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가정이 같은 상황일 리 없고, 모든 아이의 발달 양상이 같을 리 없죠.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오롯이 내 아이만을 보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육아법을 만들어나가세요. 그러면 그 시기를 좀 더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애들은 정말 금방 커서,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거든요.
너무 애쓰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나치게 노력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한 살이 되면, 부모 나이도 한 살인 셈입니다. 부모도 처음이니 실수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예요. 책에서도 언급한 말인데, '실패'를 영어로 'Fail'이라고 하죠. 저는 이 말을 이렇게 풀이해요. 'First Attempt In Learning(배우기 위한 첫 시도였을 뿐이다)'. 초조함을 뒤로하고 아이와 함께 배워나간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육아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회복탄력성의 힘』을 독자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간단히 소개해주시고, 첫 책을 출간하신 소감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부에서는 회복탄력성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아이들 안에 잠재되어 있는지, 회복탄력성이 좋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예시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설명해봤어요. 2부에서는 현실적인 팁으로 회복탄력성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 담아보았습니다. 회복탄력성에 대한 이해는 1부, 실전에 적용하는 방법은 2부로 바로 넘어가 볼 수도 있겠습니다.
중학교 2학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으니 올해로 한국을 떠난 지 딱 30년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책을 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미국 학교에서 디렉터를 하며 지내고 있었을 거예요. 코로나가 극심하던 때 양육을 위해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인연들이 찾아왔어요. 한국의 부모님들을 위한 책을 출판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고, 아무래도 첫 책이다 보니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교육자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미국에서 처음 교사를 시작했을 때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현장에서 바로 적용이 되지 않아 고민이 많았어요. 대학원에 진학해 더 깊이 공부했지만 늘 어딘가 부족함을 느꼈죠. 교실에서 만나는 너무나 다양한 아이들의 양상은 책에서 배운 것과는 참 많이 달랐으니까요. 그래서 초임 시절에는 멘토의 필요를 절실하게 느꼈어요. 저는 다행히 컬럼비아 교육대학원 시절의 한 모임에서 큰 도움을 받았어요.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교직 생활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던 저경력 교사들의 모임이었는데, 여러 주제에 관해 토론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힘을 합쳐 고민을 해결해나갔어요.
21년간 교육자로서 교사, 행동 치료사, 학부모 교육을 많이 진행했어요. 학교에서 교사나 치료사가 아무리 아이를 잘 지도한다고 해도 부모님들과 한 팀이 되지 않으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교사와 부모를 위한 강의와 워크숍들을 다양하게 만들어나가면서 제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교사들에게는 이론과 교육 현장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도움을, 부모님들에게는 내 아이에게 맞는 양육 로드맵을 그려나가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니 킴(Jeanie Kim) 뉴욕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론으로 배운 것을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하려다 보니 변수가 많았다. 대학에서 배운 것은 대부분 일반적인 아이를 기준으로 한 교육 방법론이었는데, 학교에서 실제 만나는 아이들은 제각기 다른 발달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더 효율적인 교수법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하버드대에 진학해 영유아 회복탄력성 전공으로 아동발달 석사를, 컬럼비아대에서 유아특수교육 석사와 유아교육 박사를 취득했다. 덕분에 특정 교수법이 왜 어떤 아이들에게는 맞지 않는지 알 수 있었고, 발달의 다양성을 이해함으로써 아이들 고유의 특성에 맞는 교육 방법들을 고안해나갈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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