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때마다 죽음을 보는 남자 이야기
정해연 작가는 신작 『못 먹는 남자』를 통해 평범하게 인간적이면서도, 그런 만큼 변칙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방식의 서스펜스를 선보인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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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 (ⓒ 전소영)

제영은 어느 날부터 음식을 먹을 때마다 타인의 죽음을 보게 된다. 단순한 환각이 아님을 알게 된 제영은 사람을 살려보겠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누구도 구할 수 없었다. 죽음의 적나라한 순간들을 보는 것은 고통이었다. 그러던 중 죽었어야 할 사람 대신 다른 사람이 죽는 상황을 겪는다. 이후, 제영은 죽음을 그만 보겠다는 일념으로 예외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반전 미스터리 『홍학의 자리』를 통해 단숨에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정해연 작가는 신작 『못 먹는 남자』를 통해 평범하게 인간적이면서도, 그런 만큼 변칙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방식의 서스펜스를 선보인다.



『못 먹는 남자』의 '먹을 때마다 죽음이 보이는 남자'라는 설정이 단연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한국 미스터리에서 잘 쓰지 않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를 구상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앞으로 쓰실 작품들에서도 이런 식으로 현실에서 확장된 설정을 계속 구상하실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꼭 '특수 설정 미스터리를 써야겠다'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늘 '어떤 이야기를 해야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을 주로 합니다. 이전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사이코메트리 등으로 '사건이나 죽음이 보인다'는 설정은 있어왔습니다. 그렇다면 그 '보이는 상황'에 어떤 조건을 붙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또한 '그런 능력을 능력이 아닌 고난이나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주인공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끔찍한 일일 테니까요. 또한 운명을 바꿀 수조차 없는 나약함 앞에 좌절하는 인간과 운명을 이용하려는 인간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설정을 이용한 작품을 쓸 수는 있겠지만, 저는 앞으로도 '어떤 이야기가 재밌을까?'를 먼저 생각할 것 같습니다.

작품 속에서도 언급됩니다만, 삶을 지속하기 위해 꼭 필요한 '먹는 행위'와 '죽음'이 곧바로 연결된다는 설정이 강렬합니다. 이런 아이러니함에서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셨을까요?

죽으려고 간 곳에서 살인마를 만나 살려고 도망친다(『지금 죽으러 갑니다』, 황금가지 펴냄), 유괴를 했더니 살인 용의자가 되어 버렸다(『유괴의 날』, 시공사 펴냄), 내가 안 죽였는데 시신을 직접 치울 수밖에 없다(『홍학의 자리』, 엘릭시르 펴냄). 같은 아이러니함 속에 주인공을 밀어 넣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번 작품 역시 먹어야 살지만 그 순간 죽음을 보고, 그 죽음은 너무나 처참하여 고통뿐이라 먹기를 거부하고, 그럼에도 살고 싶어 절식을 하다 쓰러지기 직전에야 음식을 겨우 먹는 주인공을 썼습니다. 이 작품을 쓰는 내내 이 주인공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그 인생은 대부분 힘들며, 피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그럼에도 살아내야 합니다. 제영의 그런 점은 우리와 같습니다. 인생은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고통의 순간이 올 때, 그럼에도 살아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특수 설정' 뿐 아니라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죽음, 사람들의 사연 등도 주목할 만한 지점입니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주로 얻어오는 곳이 있으실까요?

소설가가 되니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써라', '내가 좋은 소재 줄게', '내 이야기가 진짜 소설보다 재밌다'라고 말씀해주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작가로서 쓰고 싶어지는 이야기는 아니어서 듣고 넘길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딱 한 사람, 저희 작은 언니가 해주는 이야기는 가끔 귀를 솔깃하게 합니다. 이번 신작 『못 먹는 남자』의 중요한 소재는 저희 작은 언니에게서 나왔습니다.

인물들의 경우 주로 이야기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가진 사람을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운명을 사고파는 사람이기 때문에 돈을 많이 가진 사람과 돈이 너무나 필요한 사람들을 쓰게 됐네요. 이왕이면 독자님들의 가슴을 울리는 처절한 사연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또한, 그 사람들이 가진 사연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가져다 댈 수 있는 것인지의 문제를 주인공이 고민하게 하기 위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출간 이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홍학의 자리』가 결말부의 반전이 매력적인 미스터리라면 『못 먹는 남자』는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사건의 서스펜스가 매력 포인트입니다. 두 작품은 사뭇 다르지만 모두 재미있는 스릴러인데요. 이처럼 다양한 톤의 작품을 집필하시면서도 특유의 재미를 잃지 않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늘 재밌는 이야기를 지향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써보면 재밌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파고드는 편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톤앤매너의 이야기가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정해연은 어떤 스타일이다'라고 여겨지는 것보다는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스릴러를 쓰겠지만 블랙 코미디가 될 수도 있고, 가슴 절절한 가족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치를 떨 만한 쓰레기 같은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쓸 수도 있겠죠. 코지 미스터리나 여성을 위주로 한 스릴러를 써보고 싶기도 합니다.

『홍학의 자리』에서도 등장해서인지 '영인시'라는 공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도 이곳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계속 만나볼 수 있는 걸까요?

처음에는 실존하는 도시보다는 독자가 스스로 그려볼 수 있는 공간이 좋겠다 싶어서 가상의 도시 영인시를 만들었습니다. 그 이름을 정할 때 우리나라에 없는 지명을 써야 하겠기에 많이 검색해 보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명을 계속 새로 만들기가 힘들어서 많은 작품에서 영인시를 써왔습니다. 이제 영인시가 아니면 어색해질 지경입니다. 앞으로도 영인시를 많이 쓸 것 같기는 합니다만 거기에는 어떤 공통점도 없을 예정입니다.

작가님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각의 개성이 잘 잡혀 있어 읽을 때 쏠쏠한 재미를 줍니다. 인물을 구상할 때 특히나 공들이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가장 마음에 들거나,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늘 인물이 가진 본성과 반대되는 상황 설정에 인물을 던져 놓는 것을 좋아합니다. 인물을 항상 고민에 빠지게 하고, 자신이 가진 성향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거죠. 그렇게 하려면 사건에 개연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유괴의 날』의 명준입니다. 아마 제가 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서 가장 따뜻하고 밝은 사람이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금은 어리바리하지만 가장 인간성 있는 인물입니다. 만약 내가 쓴 인물들을 실제로 만난다면? 하는 생각을 가끔 하는데, 그때마다 항상 명준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유괴의 날』이 드라마화 되어 곧 방영될 예정입니다. 잠깐 홍보를 하자면 드라마 <유괴의 날>은 ENA 채널에서 9월 13일 9시에 첫 방송이 됩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못 먹는 남자』의 결말 부분이 의미심장한데, 후속작 계획이 있으실까요?

아직 '못 먹는 남자 2'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단은 『못 먹는 남자』가 잘 되어야겠죠. 이후는 그러고 나서 생각할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못 먹는 남자』 출간 이후에는 『유괴의 날』『구원의 날』에 이은 <날> 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선택의 날』의 출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앞선 두 편과 같이 유괴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들은 당연히 올바른 것이어야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훨씬 더 개인적인 이유를 기본으로 선택을 합니다. '올바른 것이어야 하지만 그것이 나의 손해여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정해연

1981년에 태어나 오늘을 살고 있다. 소심한 O형. 덩치 큰 겁쟁이. 호기심은 많지만 그 호기심이 식는 것도 빠르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수상, 2018년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다.



못 먹는 남자
못 먹는 남자
정해연 저
엘릭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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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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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소심한 O형. 덩치 큰 겁쟁이. 호기심은 많지만 호기심이 식는 것도 빠르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2018년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더블》 《유괴의 날》 《구원의 날》 《홍학의 자리》 《누굴 죽였을까》 등을 출간했고, 앤솔러지 《깨진 유리창》 《파괴자들의 밤》 등에 참여했다. 《더블》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은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2023년 《유괴의 날》이 ENA에서 드라마로 방영됐다. 1981년에 태어나 오늘을 살고 있다. 2012년 『백일청춘』으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예스24 e-연재 공모전에서 대상을, 『내가 죽였다』로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지금 죽으러 갑니다』 『홍학의 자리』 『더블』 『못 먹는 남자』 『유괴의 날』 등 다수가 있다. 20대에 로맨스 소설을 썼던 그는 『더블』이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스릴러로 전향하여 ‘놀라운 페이지 터너’ ‘한국 스릴러 문학의 유망주’라는 평과 함께 주목받았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의 장점은 흥미로운 설정과 뛰어난 가독성이다. 특히나 『홍학의 자리』에서는 이제까지 쌓아 올린 경험과 특장점이 집약되어 있다. 곧바로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설정과 가독성은 물론, 매 챕터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완성도 높은 캐릭터와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스릴러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