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클래스] 자연의 에너지를 먹는다 - 『마크로비오틱 밥상』 이와사키 유카
관심이 높아진 마크로비오틱의 매력을 알리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유카 씨. 11월의 마지막 날, 광화문 라퀴진에서 채널예스 독자들과 함께 맛있는 밥상을 차렸다. ‘이와사키 유카의 쿠킹클래스’. 그야말로 미크로비오틱했던 그날의 주방을 공개한다.
200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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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식 먹고 건강해지자’는 모토 아래 새로운 건강 트렌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유통되는 건강한 단어 웰빙, 전통적이고 다양한 식생활 문화를 추구하는 슬로우푸드, 로하스, 오가닉 등등. 트렌드는 패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타일 있게 건강을 챙기고 싶은 ‘트렌드세터(trendsetter)’라면, 양파 꼭지를 칼로 뎅겅 잘라내고, 채소 다듬는다고 뿌리부터 단칼에 베고 있는 옆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 줄 줄은 알아야 한다.
“뿌리까지 먹는 게 마크로비오틱이에요.”
어디서 들어본 말이라고? 그렇다. 이 대사를 기억하고 있는 당신, 마크로비오틱이라는 주문처럼 낯선 단어를 친숙해하고 있는 당신, 아마 드라마 <스타일>을 떠올렸을 터. 극 중 셰프 서우진(류시원 역)이 파를 다듬는다며 다짜고짜 칼을 들이대는 이서정(이지아 역)에게 ‘엣지’ 있게 날리는 대사다. 드라마에서 서우진의 정확한 직책은 무려 ‘국내 최초 마크로비오틱 한식 셰프’다. 밤 시간마다 보는 사람 식욕(만) 돋우던 그 각양각색의 요리들, 당시 박기자의 모델 뺨치는 패션과 더불어 뭇 여성들의 눈길을 끌었더랬다.
뿌리까지 먹는다는 말은, 마크로비오틱의 중요한 특징을 잘 드러낸다. 마크로비오틱은 식품을 통째로 먹어 자연이 지니고 있는 생명, 에너지를 고스란히 섭취하는 건강법이다. 크다, 위대하다는 의미의 Macro, 생명이란 뜻의 bio, 그리고 기술, 방법의 뜻을 지닌 tic이 합쳐져 생명을 최대한 살리는 건강법이라는 뜻. 일본의 장수 건강법에서 유래했고, 마돈나와 톰 크루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기는 식생활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 열풍이 일었다.
드라마 <스타일>에서 류시원의 요리 자문을 맡았던 이와사키 유카 씨가 국내 처음으로 『마크로비오틱 밥상』이라는 요리 책을 집필했다. 드라마 방영 이후 관심이 높아진 마크로비오틱의 매력을 알리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유카 씨. 11월의 마지막 날, 광화문 라퀴진에서 채널예스 독자들과 함께 맛있는 밥상을 차렸다. ‘이와사키 유카의 쿠킹클래스’. 그야말로 미크로비오틱했던 그날의 주방을 공개한다.
이것이 바로 마크로비오틱 정신!
‘한국말을 무척 잘한다’는 소개를 받으며 등장한 이와사키 유카 씨. “여러 연령층의 독자가 와주셔서 기쁘고, 남자 분도 계셔서 설렌다.”라며 웃는다. 오늘의 메뉴는 두부 화이트소스 도리아. “이렇게 먹는 게 마크로비오틱이에요.” 극 중 서우진의 대사는, 그의 사부 이와사키 유카 씨의 평소 말투가 아닐까. 요리를 시연하는 유카 씨의 말끝마다 마크로비오틱이란 말이 빠지지 않는다. 차근차근 조리법을 설명하면서도 유독 강조하는 것은 조리하는 정신, 재료를 다듬는 마크로비오틱 정신이다.
‘음양조화, 신토불이, 자연생활, 일물전체’ 이것이 바로 마크로비오틱의 4대 원리다. 모든 음식과 현상에는 음양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치우침 없이 밸런스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음양조화’. 대부분의 식품은 음양을 골고루 지니지 못해 조리를 하거나 다른 식품과 섞어 섭취함으로써 그 기운을 조절해야 한다. 상승, 퍼짐, 넓어지는 기운이 ‘음(陰)’의 성질이고, 버섯이나 채소의 윗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응축하고 딱딱한 기운이 ‘양(陽)’의 성질로 채소의 뿌리 부분을 들 수 있는데, 이때의 음양은 정해진 성질이 아니라 그때그때 어우러지는 식품에 따라 성질이 달라질 수 있다. 개개인 맞춤식 음양조화가 가능하다는 말씀. 이런 음양의 조화는 재료를 손질할 때 꼭 염두에 둬야 하는 원리다. “어떻게 음식의 기와 에너지를 고스란히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해야 돼요. 재료를 썰 때는 비스듬히 썰거나 부채꼴 모양이 좋아요. 그래야 식품의 양성과 음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거든요.” 볶음밥에 들어갈 양파를 저밀 때도 아래와 위, 겉과 안의 음양이 한 조각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세로로 칼집을 낸 후에 가로로 자른다. “그냥 자르는 것과 생각하고 자르는 것은 달라요.” 유카 씨가 연신 강조하는 말이다.
마크로비오틱의 나머지 원리인 ‘신토불이’는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수확된 제철 음식을 먹자는 것이고, ‘자연생활’이란 말 그대로 인공적인 것은 피하고 유기농, 천연 조미료를 사용하자는 것. 마지막 원리인 ‘일물전체’는 하나의 식품은 통째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먹을 수 있는 부분은 다 먹자는 얘기다. 이 원리들의 공통점은 식품을 생명력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식사 전의 ‘잘 먹겠습니다’와 식사 후의 ‘잘 먹었습니다’의 인사를 꼭 하게 되고 그 의미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음식을 먹기 전에 몸이 음식물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는 의미도 있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로부터 음식의 형태로 생명력을 얻고 있기 때문에 그 생명체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p.59)
“연근에 비타민과 무틴, 탄닌이 들어 있어요. 그런데 이런 영양소만 따로 빼내 합친다고 그걸 연근이라고 할 수 있나요? 아니죠. 생명,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영양소만으로는 연근이 안 돼요.” 그러니까 연근은 연근이기 때문에 연근이란 말씀. 이때 연근을 연근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마크로바틱이 주목하고 있는 식품의 생명력, 에너지다. “버릴 것 없이 쓰자”는 말은 식품이 지닌 최대한의 생명력을 흡수하자는 얘기다. 실습이 시작되고 테이블을 돌아다니던 유카 씨는 멈춰 설 때마다 이렇게 외쳤다. “아니에요, 다 자르지는 마세요! 색 변한 부분, 못쓰는 부분만 잘라내세요. 껍질은 최대한 얇게 벗겨 내세요.” 이것 참, 알뜰한 요리법이다.
식품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음식에 반영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방법은 조리 중에 손을 덜 대는 것이다. “음식을 하는 사람의 복잡한 기운이 요리에도 들어갑니다.” 불에 올려뒀으면, 익을 때까진 최대한 적게 손대는 것이 관건이다. 음식을 볶을 때도 재료를 프라이팬 바닥에 펼쳐놓은 후, 한꺼번에 몰아 뒤집는 것이 식품의 원기를 해치지 않는단다. 손을 덜 대라고는 했지만, 전기 기계를 쓰는 것보다 에너지 흐르는 사람 손을 거치는 게 낫다. 두부와 소금, 기름과 초청을 넣은 비닐봉지를 손으로 비벼서 소스를 만드는 유카 씨. “전기 기계는 정말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요. 음식의 기에 영향을 주겠죠? 그건 사람 몸에도 영향을 주는 거예요.” 재료와 사람의 기가 교감하는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조리법.
자연 고유의 맛이 삶을 바꾼다
소스의 점성은 찹쌀가루를 가열해서 만든다. 밀가루보다는 현미 튀밥을 권한다. 유카 씨의 주방에서는 이렇게 대부분의 재료가 신토불이, 자연생활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제가 아토피 때문에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하게 되었거든요. 밀가루를 안 쓰는 음식이니까요.” 고대 히포크라테스 선생도 말씀하셨다. ‘질병은 음식과 환경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며, 섭식방법을 바로 잡으면 질병은 고칠 수 있다’고. 유카 씨가 바로 그 증인이다. 건강을 회복한 것은 물론이고, 삶의 태도까지 바뀌게 되었단다. “마크로비오틱을 시작하면서 섭리에 따라 살아보려고 노력하면서 자연에서 배우고 얻고 느낀 것이 아주 많아졌다. 그 덕분에 아름답다고 감동을 받을 일도 많아지고 그때마다 나의 마음도 맑아지는 느낌을 얻는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p.57)
싱싱한 제철 채소로 조리한 볶음밥, 그 위에 두부를 이용한 화이트소스를 얹고, 잘게 다진 현미 튀밥을 뿌렸다. 튀밥은 바삭한 식감을 위한 것으로 빵가루로 대체해도 좋다. 이제 오븐에 넣고 표면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굽기만 하면 된다. 오븐 안에서 고소한 냄새가 새어 나오는 동안 이용해 유카 씨는 당근 케첩과 채소 피클도 시연했다. 당근 케첩을 만들 때에도 유카 씨는 조리법보다 재료를 다듬는 데 더 목소리를 높였다. “당근 꼭지에 칼을 넣고 45도로 돌리면, 검게 못 먹는 부분만 잘라낼 수 있어요. 아무리 잘라내도 꼭지가 있으면 당근이든 양파든 줄기가 계속 자라요. 여기가 생명력이 가장 강한 부분이니까, 꼭지 부분은 최대한 사용하는 게 좋아요.” 당근 케첩이나 야채 피클에 들어가는 모든 채소 재료들은 부채꼴 모양으로 썰어 같은 모양, 같은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게끔 한다. 야채 피클은 건포도를 넣은 소스를 끓여 채소 위에 뿌리고 하룻밤 담가두면 된다. 밤사이에 건포도에서 단물이 나와 설탕 없이도 달짝지근한 맛을 낼 수 있다. 정제된 감미료는 최대한 줄이고, 재료가 품은 자연의 맛을 한껏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재료의 선택과 손질이야 요리의 기본임에도 불구, 유카 씨가 유독 강조하는 까닭은 음식이란 단순히 재료의 모음이 아니고, 먹는 행위는 배고픔을 달래고 끼니를 때우는 것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마크로비오틱에서 인간은 자신이 먹었던 음식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생선을 자주 먹는 일본 사람이 생선처럼 입이 두드러지게 뻐드렁니가 많듯,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돼지처럼 콧김이 세지고, 닭고기를 자주 먹는 사람은 닭처럼 수선스럽고 목소리 톤도 높아진다고 한다. 또 주식으로 쌀을 먹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동양 사람들은 인사를 할 때 벼 이삭처럼 고개를 숙이고, 주식으로 밀을 먹는 서양 사람들은 인사를 해도 보리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이렇듯 음식은 사람의 신체나 정신에 크게 영향을 미쳐 겉으로도 드러난다. 때문에 음식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p.35) 이렇게 보자면 나의 식습관은 내가 선택한 하나의 생활 방식인 셈이다.
“이거 60cc면 얼만큼이에요?”
“큰 걸로 네 큰 술이요.”
시연이 끝나고 실습이 이어졌다.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한 명은 소스를, 한 명은 밥을 담당해 두부 화이트소스 도리아를 만들어본다. 주방이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조리 도구와 기름통이 손과 손을 넘나들고, 진행 과정을 꼼꼼히 카메라에 담느라, 아까 메모해 둔 내용을 살피느라 참석자들은 분주해졌다. 유카 씨의 높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맞아요, 맞아요! 아, 이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잊지 않고 강조하는 말 “여러분, 차분~한 마음으로 하세요!”
음식을 대체하는 데에는 유연하지만, 음식 도구를 대체하는 것에는 신중하다. “나무 주걱이 없는데, 다른 걸로 해도 될까요?” 유카 씨는 고개를 저으며, 얼른 자신이 쓰던 주걱을 씻어 건넨다. 나무 주걱, 나무 강판을 쓰는 까닭 역시 재료에 담겨 있는 토양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실습을 시작하고 오래지 않아 여기저기서 오븐이 열린다. 도리아 그릇들이 속속 오븐 속으로 투입된다.
육하원칙만 기억하면, 당신도 마크로비오틱 요리사!
마크로비오틱의 핵심은 육하원칙으로 정리해보자. (누가?)당신이 (언제?)제철에 (어디서?)당신네 지역에서 나는 (무엇을?)친환경 식품을 (어떻게?)뿌리고 껍질이고 버릴 것 없이 싹~ 드시면 (왜?)몸과 마음의 건강을 얻을 것이니라. 마크로비오틱에서는 바로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행여나 주방에 현미 튀밥이 없고, 조청이 없다고 해도 돈 워리, 비 헬씨(Be healthy)다. 저 여섯 가지 원칙만 기억한다면, 우리는 어떤 주방에서도 마크로비오틱 식탁을 차릴 수 있다. 마크로비오틱하게 조리할 수 있으니까.
조리 시연 중, 순서를 꼼꼼히 받아 적는 참석자들에게 유카 씨가 이런 이야기를 건넸다. “사람마다 맛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요. 레시피는 100퍼센트 믿지 마세요. 먹는 사람 입맛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서 요리해야 맛있는 음식이 나옵니다.” 거기에 하나 더, 원재료의 맛과 에너지를 고스란히 살려서 요리하는 것.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우리는 그런 맛있는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다. ‘마크로비오틱 요리는 먹는 것이 곧 다이어트’란 말, 예사말은 아닌 것 같다. 조미료 일색인 주변 식당에서 마크로비오틱 밥상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고로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니까. 허나 마냥 허황된 말도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쉽고 간편하니까. 요리엔 꽝인 나도 재료 껍질 덜 깎아내고 정성 어린 기운 담는 노력은 해볼 만하다 싶다. ‘오늘 저녁엔 나도 마크로비오틱 요리사!’라고 외치며 자연의 기운을 밥상 위에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유카 씨의 일거양득 마크로비오틱 예찬으로 오늘의 강의를 마친다.
마크로비오틱으로 영양 균형을 맞추면 영양 보조제를 따로 먹을 필요도 없고, 면역력도 높아져 가벼운 발열이나 감기로 병원에 가는 횟수도 줄어든다. 또한 식품 재료가 가진 고유한 맛을 살리는 조리법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요리를 할 때마다 조미료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음식을 선택하는 기준도 명확하기 때문에 괜히 이것저것 사는 일도 없어진다. 마크로비오틱을 생활화하면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모야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p.111)
“뿌리까지 먹는 게 마크로비오틱이에요.”
뿌리까지 먹는다는 말은, 마크로비오틱의 중요한 특징을 잘 드러낸다. 마크로비오틱은 식품을 통째로 먹어 자연이 지니고 있는 생명, 에너지를 고스란히 섭취하는 건강법이다. 크다, 위대하다는 의미의 Macro, 생명이란 뜻의 bio, 그리고 기술, 방법의 뜻을 지닌 tic이 합쳐져 생명을 최대한 살리는 건강법이라는 뜻. 일본의 장수 건강법에서 유래했고, 마돈나와 톰 크루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기는 식생활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 열풍이 일었다.
드라마 <스타일>에서 류시원의 요리 자문을 맡았던 이와사키 유카 씨가 국내 처음으로 『마크로비오틱 밥상』이라는 요리 책을 집필했다. 드라마 방영 이후 관심이 높아진 마크로비오틱의 매력을 알리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유카 씨. 11월의 마지막 날, 광화문 라퀴진에서 채널예스 독자들과 함께 맛있는 밥상을 차렸다. ‘이와사키 유카의 쿠킹클래스’. 그야말로 미크로비오틱했던 그날의 주방을 공개한다.
이것이 바로 마크로비오틱 정신!
‘한국말을 무척 잘한다’는 소개를 받으며 등장한 이와사키 유카 씨. “여러 연령층의 독자가 와주셔서 기쁘고, 남자 분도 계셔서 설렌다.”라며 웃는다. 오늘의 메뉴는 두부 화이트소스 도리아. “이렇게 먹는 게 마크로비오틱이에요.” 극 중 서우진의 대사는, 그의 사부 이와사키 유카 씨의 평소 말투가 아닐까. 요리를 시연하는 유카 씨의 말끝마다 마크로비오틱이란 말이 빠지지 않는다. 차근차근 조리법을 설명하면서도 유독 강조하는 것은 조리하는 정신, 재료를 다듬는 마크로비오틱 정신이다.
‘음양조화, 신토불이, 자연생활, 일물전체’ 이것이 바로 마크로비오틱의 4대 원리다. 모든 음식과 현상에는 음양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치우침 없이 밸런스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음양조화’. 대부분의 식품은 음양을 골고루 지니지 못해 조리를 하거나 다른 식품과 섞어 섭취함으로써 그 기운을 조절해야 한다. 상승, 퍼짐, 넓어지는 기운이 ‘음(陰)’의 성질이고, 버섯이나 채소의 윗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응축하고 딱딱한 기운이 ‘양(陽)’의 성질로 채소의 뿌리 부분을 들 수 있는데, 이때의 음양은 정해진 성질이 아니라 그때그때 어우러지는 식품에 따라 성질이 달라질 수 있다. 개개인 맞춤식 음양조화가 가능하다는 말씀. 이런 음양의 조화는 재료를 손질할 때 꼭 염두에 둬야 하는 원리다. “어떻게 음식의 기와 에너지를 고스란히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해야 돼요. 재료를 썰 때는 비스듬히 썰거나 부채꼴 모양이 좋아요. 그래야 식품의 양성과 음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거든요.” 볶음밥에 들어갈 양파를 저밀 때도 아래와 위, 겉과 안의 음양이 한 조각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세로로 칼집을 낸 후에 가로로 자른다. “그냥 자르는 것과 생각하고 자르는 것은 달라요.” 유카 씨가 연신 강조하는 말이다.
마크로비오틱의 나머지 원리인 ‘신토불이’는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수확된 제철 음식을 먹자는 것이고, ‘자연생활’이란 말 그대로 인공적인 것은 피하고 유기농, 천연 조미료를 사용하자는 것. 마지막 원리인 ‘일물전체’는 하나의 식품은 통째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먹을 수 있는 부분은 다 먹자는 얘기다. 이 원리들의 공통점은 식품을 생명력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식사 전의 ‘잘 먹겠습니다’와 식사 후의 ‘잘 먹었습니다’의 인사를 꼭 하게 되고 그 의미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음식을 먹기 전에 몸이 음식물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는 의미도 있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로부터 음식의 형태로 생명력을 얻고 있기 때문에 그 생명체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p.59)
“연근에 비타민과 무틴, 탄닌이 들어 있어요. 그런데 이런 영양소만 따로 빼내 합친다고 그걸 연근이라고 할 수 있나요? 아니죠. 생명,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영양소만으로는 연근이 안 돼요.” 그러니까 연근은 연근이기 때문에 연근이란 말씀. 이때 연근을 연근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마크로바틱이 주목하고 있는 식품의 생명력, 에너지다. “버릴 것 없이 쓰자”는 말은 식품이 지닌 최대한의 생명력을 흡수하자는 얘기다. 실습이 시작되고 테이블을 돌아다니던 유카 씨는 멈춰 설 때마다 이렇게 외쳤다. “아니에요, 다 자르지는 마세요! 색 변한 부분, 못쓰는 부분만 잘라내세요. 껍질은 최대한 얇게 벗겨 내세요.” 이것 참, 알뜰한 요리법이다.
식품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음식에 반영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방법은 조리 중에 손을 덜 대는 것이다. “음식을 하는 사람의 복잡한 기운이 요리에도 들어갑니다.” 불에 올려뒀으면, 익을 때까진 최대한 적게 손대는 것이 관건이다. 음식을 볶을 때도 재료를 프라이팬 바닥에 펼쳐놓은 후, 한꺼번에 몰아 뒤집는 것이 식품의 원기를 해치지 않는단다. 손을 덜 대라고는 했지만, 전기 기계를 쓰는 것보다 에너지 흐르는 사람 손을 거치는 게 낫다. 두부와 소금, 기름과 초청을 넣은 비닐봉지를 손으로 비벼서 소스를 만드는 유카 씨. “전기 기계는 정말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요. 음식의 기에 영향을 주겠죠? 그건 사람 몸에도 영향을 주는 거예요.” 재료와 사람의 기가 교감하는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조리법.
자연 고유의 맛이 삶을 바꾼다
소스의 점성은 찹쌀가루를 가열해서 만든다. 밀가루보다는 현미 튀밥을 권한다. 유카 씨의 주방에서는 이렇게 대부분의 재료가 신토불이, 자연생활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제가 아토피 때문에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하게 되었거든요. 밀가루를 안 쓰는 음식이니까요.” 고대 히포크라테스 선생도 말씀하셨다. ‘질병은 음식과 환경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며, 섭식방법을 바로 잡으면 질병은 고칠 수 있다’고. 유카 씨가 바로 그 증인이다. 건강을 회복한 것은 물론이고, 삶의 태도까지 바뀌게 되었단다. “마크로비오틱을 시작하면서 섭리에 따라 살아보려고 노력하면서 자연에서 배우고 얻고 느낀 것이 아주 많아졌다. 그 덕분에 아름답다고 감동을 받을 일도 많아지고 그때마다 나의 마음도 맑아지는 느낌을 얻는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p.57)
싱싱한 제철 채소로 조리한 볶음밥, 그 위에 두부를 이용한 화이트소스를 얹고, 잘게 다진 현미 튀밥을 뿌렸다. 튀밥은 바삭한 식감을 위한 것으로 빵가루로 대체해도 좋다. 이제 오븐에 넣고 표면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굽기만 하면 된다. 오븐 안에서 고소한 냄새가 새어 나오는 동안 이용해 유카 씨는 당근 케첩과 채소 피클도 시연했다. 당근 케첩을 만들 때에도 유카 씨는 조리법보다 재료를 다듬는 데 더 목소리를 높였다. “당근 꼭지에 칼을 넣고 45도로 돌리면, 검게 못 먹는 부분만 잘라낼 수 있어요. 아무리 잘라내도 꼭지가 있으면 당근이든 양파든 줄기가 계속 자라요. 여기가 생명력이 가장 강한 부분이니까, 꼭지 부분은 최대한 사용하는 게 좋아요.” 당근 케첩이나 야채 피클에 들어가는 모든 채소 재료들은 부채꼴 모양으로 썰어 같은 모양, 같은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게끔 한다. 야채 피클은 건포도를 넣은 소스를 끓여 채소 위에 뿌리고 하룻밤 담가두면 된다. 밤사이에 건포도에서 단물이 나와 설탕 없이도 달짝지근한 맛을 낼 수 있다. 정제된 감미료는 최대한 줄이고, 재료가 품은 자연의 맛을 한껏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재료의 선택과 손질이야 요리의 기본임에도 불구, 유카 씨가 유독 강조하는 까닭은 음식이란 단순히 재료의 모음이 아니고, 먹는 행위는 배고픔을 달래고 끼니를 때우는 것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마크로비오틱에서 인간은 자신이 먹었던 음식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생선을 자주 먹는 일본 사람이 생선처럼 입이 두드러지게 뻐드렁니가 많듯,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돼지처럼 콧김이 세지고, 닭고기를 자주 먹는 사람은 닭처럼 수선스럽고 목소리 톤도 높아진다고 한다. 또 주식으로 쌀을 먹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동양 사람들은 인사를 할 때 벼 이삭처럼 고개를 숙이고, 주식으로 밀을 먹는 서양 사람들은 인사를 해도 보리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이렇듯 음식은 사람의 신체나 정신에 크게 영향을 미쳐 겉으로도 드러난다. 때문에 음식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p.35) 이렇게 보자면 나의 식습관은 내가 선택한 하나의 생활 방식인 셈이다.
“이거 60cc면 얼만큼이에요?”
“큰 걸로 네 큰 술이요.”
시연이 끝나고 실습이 이어졌다.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한 명은 소스를, 한 명은 밥을 담당해 두부 화이트소스 도리아를 만들어본다. 주방이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조리 도구와 기름통이 손과 손을 넘나들고, 진행 과정을 꼼꼼히 카메라에 담느라, 아까 메모해 둔 내용을 살피느라 참석자들은 분주해졌다. 유카 씨의 높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맞아요, 맞아요! 아, 이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잊지 않고 강조하는 말 “여러분, 차분~한 마음으로 하세요!”
음식을 대체하는 데에는 유연하지만, 음식 도구를 대체하는 것에는 신중하다. “나무 주걱이 없는데, 다른 걸로 해도 될까요?” 유카 씨는 고개를 저으며, 얼른 자신이 쓰던 주걱을 씻어 건넨다. 나무 주걱, 나무 강판을 쓰는 까닭 역시 재료에 담겨 있는 토양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실습을 시작하고 오래지 않아 여기저기서 오븐이 열린다. 도리아 그릇들이 속속 오븐 속으로 투입된다.
육하원칙만 기억하면, 당신도 마크로비오틱 요리사!
마크로비오틱의 핵심은 육하원칙으로 정리해보자. (누가?)당신이 (언제?)제철에 (어디서?)당신네 지역에서 나는 (무엇을?)친환경 식품을 (어떻게?)뿌리고 껍질이고 버릴 것 없이 싹~ 드시면 (왜?)몸과 마음의 건강을 얻을 것이니라. 마크로비오틱에서는 바로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행여나 주방에 현미 튀밥이 없고, 조청이 없다고 해도 돈 워리, 비 헬씨(Be healthy)다. 저 여섯 가지 원칙만 기억한다면, 우리는 어떤 주방에서도 마크로비오틱 식탁을 차릴 수 있다. 마크로비오틱하게 조리할 수 있으니까.
조리 시연 중, 순서를 꼼꼼히 받아 적는 참석자들에게 유카 씨가 이런 이야기를 건넸다. “사람마다 맛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요. 레시피는 100퍼센트 믿지 마세요. 먹는 사람 입맛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서 요리해야 맛있는 음식이 나옵니다.” 거기에 하나 더, 원재료의 맛과 에너지를 고스란히 살려서 요리하는 것.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우리는 그런 맛있는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다. ‘마크로비오틱 요리는 먹는 것이 곧 다이어트’란 말, 예사말은 아닌 것 같다. 조미료 일색인 주변 식당에서 마크로비오틱 밥상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고로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하니까. 허나 마냥 허황된 말도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쉽고 간편하니까. 요리엔 꽝인 나도 재료 껍질 덜 깎아내고 정성 어린 기운 담는 노력은 해볼 만하다 싶다. ‘오늘 저녁엔 나도 마크로비오틱 요리사!’라고 외치며 자연의 기운을 밥상 위에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유카 씨의 일거양득 마크로비오틱 예찬으로 오늘의 강의를 마친다.
마크로비오틱으로 영양 균형을 맞추면 영양 보조제를 따로 먹을 필요도 없고, 면역력도 높아져 가벼운 발열이나 감기로 병원에 가는 횟수도 줄어든다. 또한 식품 재료가 가진 고유한 맛을 살리는 조리법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요리를 할 때마다 조미료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음식을 선택하는 기준도 명확하기 때문에 괜히 이것저것 사는 일도 없어진다. 마크로비오틱을 생활화하면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모야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p.111)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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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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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3.28
앙ㅋ
2012.03.27
shinhyeid
2009.12.10
참가하고 유카선생님의 설명들으니까^^ 이해가는 부분도 있더라구요~특히 생명과 에너지가 다 담겨있어야 한다는것! 이해되었어요 ㅎㅎ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참가하고 싶네요~아! 요즘 아침에 두부요거트해먹고있는데 너무 맛있어요~ 든든하기도 하고 ^^ ㅎㅎ 점점더 요리가 즐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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