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플민트라이프] 둘째날_ “황사 따위에 위축되지마, 음악이 있잖아”
집 밖에만 나가도 누런 황사 바람이 파운데이션처럼 얼굴과 온몸을 덮을 것 같은 공포심을 유발했다. 가급적 외출을 삼가란 말에 몇몇 지인은 이날의 공연을 포기했다.
201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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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따위에 위축되지마, 음악이 있잖아”
근 15년간 없던 4월의 폭우가 BML의 첫날을 장식했고, 둘째 날엔 황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근래 없는 최악의 황사라고 뉴스 아나운서들은 입을 모아 강조했다. 집 밖에만 나가도 누런 황사 바람이 파운데이션처럼 얼굴과 온몸을 덮을 것 같은 공포심을 유발했다. 가급적 외출을 삼가란 말에 몇몇 지인은 이날의 공연을 포기했다. 뉴스를 접한 나 역시 비록 상쾌한 마음은 아니었으나, 마스크와 모자 그리고 뮤직 스피릿(!)으로 중무장 한 채 일산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이 글은, 황사가 두려워 둘째 날 뷰민라를 포기한 지인들이 얼마나 멋진 공연을 놓쳤는지 약 올리기 위한 글이다.
황사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소울들이 일산 가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으로 모였다. 팬들은 뷰민라에 대한 응원과 애정을 적은 마스크와 옷차림을 하고 나타나 축제를 즐겼다. ‘원모어찬스’가 개회식으로 둘째 날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지난해부터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오지은과 늑대들’, ‘가을방학’ ‘짙은’ 인디 계의 슈퍼스타들이 이어 무대를 장식했다.
산뜻한 핑크색 짧은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매력적인 그녀, 오지은은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관객 모두를 자리에서 일으켰다. 청아한 목소리로 마음을 설레게 하는 가을 방학의 무대를 보며 우리는 이렇게 외쳤다. ‘I say 가을, you say 방학’ 물론, 곡 분위기에 맞게 조근조근 속삭이며. ‘짙은’은 그야말로 짙은 목소리로, 관객들 마음속에 흔적을 꾸욱 남겼다. 갈수록 무대는 달아올랐다. 이 무대 앞에서 누구도 황사의 ‘황’ 자도 기억해내지 못했다.
이날 가장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던 공연은 바로 ‘이승환 the regrets’ 밴드의 무대였다. “안녕하세요. 이승환 씨가 개인사정으로 출연하지 못해, 대신 오게 된 카피밴드입니다.”라며 재치 있는 인사로 무대에 등장한 공장장님. 아무리 멀리 있어도 무대 위에서 들리는 이승환의 특유의 상쾌한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할 리 없다. 언플러그드 라이브로 진행된 무대는 선선한 날씨에 듣기 좋은 노래들로 꾸려졌다. “여기 오신 여러분~ 황사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노래 중간중간 코멘트에 객석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대기 중 미세 먼지 정도가 다른 날과 비슷하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마세요. 얘들아. 마스크 벗어. 괜찮아.”
학창시절, 자주 찾았던 그의 콘서트장!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많았던 이승환 콘서트는 그야말로 친구들 사이에서 굉장한 자랑거리였다. 그는 마치 콘서트 무대 위에서 발을 땅에 딛고 있지 않은 듯했다. 항상 뛰어다녔고, 무대를 헤집거나 때론 날아다녔다! 하지만 이날의 무대를 보고 있자니, 뛰지 않는 이승환 무대도 신난다. 매력적이다. 멋지다! 「여전히 아름다운지」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주옥 같은 명곡이 아람누리를 감싼다. “89년도에 발표한 곡이에요. 이 노래 다 따라 하면, 여러분은…… 노인네!(좌중 웃음)”
2부라며, 이승환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함께 연주하던 연주자들도 다시 새로운 대열을 이룬다. 금세 락 버전으로 무대가 세팅되었다. 이어지는 명곡들. 「덩크슛」 「세 가지 소원」 「물어본다」 등의 곡으로 무대 열기는 최고조에 다다른다. 그래도 “여전히 내게는 모자란”다는 듯 객석은 이승환의 앵콜 무대를 외쳐댄다. 뷰민라의 무대는 그리 크지 않다. 소규모지만, 무대를 위로 감싸고 있는 객석 구조 덕분에 자리 잡는데 목숨 걸지 않아도 어디서든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가수와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어제는 미처 몰랐던 뷰민라의 매력이 오늘은 속속 눈에 띄기 시작한다.
팬 사인회 장소로 마련된 잔디밭 한쪽에서는 서프라이즈 공연이 열렸다. ‘데이브레이크’가 한쪽에 자리를 잡자 팬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작은 무대를 만들어낸 것. ‘데이브레이크’는 「들었다 놨다」를 라이브로 부르고, 그를 둘러싼 팬들은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함께 어깨를 흔들며 노래를 따라 했다. 다른 무대인 블로썸 하우스에서 국카스텐의 노래가 들려왔다. 2008년 헬로루키 대상을 수상한 국카스텐은 오늘 출연진 리스트에 없던 이름인데? 의아한 마음에 노래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이장혁, 하현우, 니케아 세 사람이 ‘Nu-Folk Movement’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무대에 올랐다. 니케아가 하현우가 소속된 국카스텐의 「비트리올」을 색다르게 부르고 있었다. 훨씬 느리고 좀더 애절하게 부르고 있었다. 화답하듯 하현우가 니케이의 「Girls on the bridge」를 강렬한 음색으로 부른다. 서로의 노래를 두런두런 불러주는 세 사람은 그야말로 작은 소풍에 초대된 연주자들 같았다. 하현우는 “아주 죽이는 노래에요.”라며 국카스텐의 「붉은 밭」을 연주하다 기타를 맨 어깨 끈이 빠지기도 했다. 이것이 라이브의 매력이라며 우리는 함께 웃었다.
이윽고 그가 비장하게 말했다. “제가… 소녀시대 노래를 커버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저의 귀여운 영혼을 죄다 끄집어 내서 부르겠습니다.” 관객은 경악에 가깝게 열광했다. 세 사람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 「Run devil Run」이라니. 파격 그 자체다. 소녀시대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Run devil Run」을 들은 셈. 마지막 곡은 「노킹온 헤븐스도어」 해가 지고 약간 쌀쌀함이 감지될 무렵 흐르는 「노킹온 헤븐스 도어」는 그야말로 잔디밭을, 그 위에 둘셋씩 자리잡은 관객들을 감싸주는 노래였다. 따뜻한 밤.
메인 스테이지에는 박지윤의 무대가 준비되고 있었다. 「바래진 기억에」 「그대는 나무 같아」를 부르는 그녀 특유의 가성, 매력적인 보이스가 객석의 들썩임을 잠시 가라앉혔다. 무려 2년 만에 나타난 박지윤. 관객들은 반가운 마음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유학생활을 했어요. 2년 간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포하고 갔는데 마음대로 안되더라고요. 도와줄 사람도 없고 배고픈 유학 생활을 하고 왔어요.(웃음) 자유를 외치며 떠났다가 이제는 빨래 한 번, 밥 한 공기에도 감사하는 사람이 됐습니다.(웃음)” 곧 나올 새 앨범에는 이날 선보인 밴드와 함께 작업했다고 한다.
이어 블로썸 하우스에서는 ‘몽니’의 공연이, 메인 무대에는 헤드라이너 ‘언니네 이발관’ 무대가 이어졌다. ‘언니네 이발관’은 뷰민라에서 제일 먼저 출연이 결정되어, 일찌감치 무대를 준비해왔다. 최초의 헤드라이너 출연이라는 의미에 부응코자, 엔지니어는 물론 테크니션까지 대동했단다. 마지막 무대인 만큼 객석의 술렁임이 한층 더했다. 밤은 깊어졌고, 그만큼 뷰민라의 분위기도 한층 깊고 따뜻해졌다. 우리는 이런 밤을 보냈다.
근 15년간 없던 4월의 폭우가 BML의 첫날을 장식했고, 둘째 날엔 황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근래 없는 최악의 황사라고 뉴스 아나운서들은 입을 모아 강조했다. 집 밖에만 나가도 누런 황사 바람이 파운데이션처럼 얼굴과 온몸을 덮을 것 같은 공포심을 유발했다. 가급적 외출을 삼가란 말에 몇몇 지인은 이날의 공연을 포기했다. 뉴스를 접한 나 역시 비록 상쾌한 마음은 아니었으나, 마스크와 모자 그리고 뮤직 스피릿(!)으로 중무장 한 채 일산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이 글은, 황사가 두려워 둘째 날 뷰민라를 포기한 지인들이 얼마나 멋진 공연을 놓쳤는지 약 올리기 위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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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소울들이 일산 가람누리 노루목 야외극장으로 모였다. 팬들은 뷰민라에 대한 응원과 애정을 적은 마스크와 옷차림을 하고 나타나 축제를 즐겼다. ‘원모어찬스’가 개회식으로 둘째 날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지난해부터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오지은과 늑대들’, ‘가을방학’ ‘짙은’ 인디 계의 슈퍼스타들이 이어 무대를 장식했다.
산뜻한 핑크색 짧은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매력적인 그녀, 오지은은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관객 모두를 자리에서 일으켰다. 청아한 목소리로 마음을 설레게 하는 가을 방학의 무대를 보며 우리는 이렇게 외쳤다. ‘I say 가을, you say 방학’ 물론, 곡 분위기에 맞게 조근조근 속삭이며. ‘짙은’은 그야말로 짙은 목소리로, 관객들 마음속에 흔적을 꾸욱 남겼다. 갈수록 무대는 달아올랐다. 이 무대 앞에서 누구도 황사의 ‘황’ 자도 기억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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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장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던 공연은 바로 ‘이승환 the regrets’ 밴드의 무대였다. “안녕하세요. 이승환 씨가 개인사정으로 출연하지 못해, 대신 오게 된 카피밴드입니다.”라며 재치 있는 인사로 무대에 등장한 공장장님. 아무리 멀리 있어도 무대 위에서 들리는 이승환의 특유의 상쾌한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할 리 없다. 언플러그드 라이브로 진행된 무대는 선선한 날씨에 듣기 좋은 노래들로 꾸려졌다. “여기 오신 여러분~ 황사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노래 중간중간 코멘트에 객석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대기 중 미세 먼지 정도가 다른 날과 비슷하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마세요. 얘들아. 마스크 벗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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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자주 찾았던 그의 콘서트장!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많았던 이승환 콘서트는 그야말로 친구들 사이에서 굉장한 자랑거리였다. 그는 마치 콘서트 무대 위에서 발을 땅에 딛고 있지 않은 듯했다. 항상 뛰어다녔고, 무대를 헤집거나 때론 날아다녔다! 하지만 이날의 무대를 보고 있자니, 뛰지 않는 이승환 무대도 신난다. 매력적이다. 멋지다! 「여전히 아름다운지」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주옥 같은 명곡이 아람누리를 감싼다. “89년도에 발표한 곡이에요. 이 노래 다 따라 하면, 여러분은…… 노인네!(좌중 웃음)”
2부라며, 이승환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함께 연주하던 연주자들도 다시 새로운 대열을 이룬다. 금세 락 버전으로 무대가 세팅되었다. 이어지는 명곡들. 「덩크슛」 「세 가지 소원」 「물어본다」 등의 곡으로 무대 열기는 최고조에 다다른다. 그래도 “여전히 내게는 모자란”다는 듯 객석은 이승환의 앵콜 무대를 외쳐댄다. 뷰민라의 무대는 그리 크지 않다. 소규모지만, 무대를 위로 감싸고 있는 객석 구조 덕분에 자리 잡는데 목숨 걸지 않아도 어디서든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가수와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어제는 미처 몰랐던 뷰민라의 매력이 오늘은 속속 눈에 띄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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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사인회 장소로 마련된 잔디밭 한쪽에서는 서프라이즈 공연이 열렸다. ‘데이브레이크’가 한쪽에 자리를 잡자 팬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작은 무대를 만들어낸 것. ‘데이브레이크’는 「들었다 놨다」를 라이브로 부르고, 그를 둘러싼 팬들은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함께 어깨를 흔들며 노래를 따라 했다. 다른 무대인 블로썸 하우스에서 국카스텐의 노래가 들려왔다. 2008년 헬로루키 대상을 수상한 국카스텐은 오늘 출연진 리스트에 없던 이름인데? 의아한 마음에 노래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이장혁, 하현우, 니케아 세 사람이 ‘Nu-Folk Movement’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무대에 올랐다. 니케아가 하현우가 소속된 국카스텐의 「비트리올」을 색다르게 부르고 있었다. 훨씬 느리고 좀더 애절하게 부르고 있었다. 화답하듯 하현우가 니케이의 「Girls on the bridge」를 강렬한 음색으로 부른다. 서로의 노래를 두런두런 불러주는 세 사람은 그야말로 작은 소풍에 초대된 연주자들 같았다. 하현우는 “아주 죽이는 노래에요.”라며 국카스텐의 「붉은 밭」을 연주하다 기타를 맨 어깨 끈이 빠지기도 했다. 이것이 라이브의 매력이라며 우리는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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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가 비장하게 말했다. “제가… 소녀시대 노래를 커버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저의 귀여운 영혼을 죄다 끄집어 내서 부르겠습니다.” 관객은 경악에 가깝게 열광했다. 세 사람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 「Run devil Run」이라니. 파격 그 자체다. 소녀시대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Run devil Run」을 들은 셈. 마지막 곡은 「노킹온 헤븐스도어」 해가 지고 약간 쌀쌀함이 감지될 무렵 흐르는 「노킹온 헤븐스 도어」는 그야말로 잔디밭을, 그 위에 둘셋씩 자리잡은 관객들을 감싸주는 노래였다. 따뜻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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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테이지에는 박지윤의 무대가 준비되고 있었다. 「바래진 기억에」 「그대는 나무 같아」를 부르는 그녀 특유의 가성, 매력적인 보이스가 객석의 들썩임을 잠시 가라앉혔다. 무려 2년 만에 나타난 박지윤. 관객들은 반가운 마음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유학생활을 했어요. 2년 간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포하고 갔는데 마음대로 안되더라고요. 도와줄 사람도 없고 배고픈 유학 생활을 하고 왔어요.(웃음) 자유를 외치며 떠났다가 이제는 빨래 한 번, 밥 한 공기에도 감사하는 사람이 됐습니다.(웃음)” 곧 나올 새 앨범에는 이날 선보인 밴드와 함께 작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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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블로썸 하우스에서는 ‘몽니’의 공연이, 메인 무대에는 헤드라이너 ‘언니네 이발관’ 무대가 이어졌다. ‘언니네 이발관’은 뷰민라에서 제일 먼저 출연이 결정되어, 일찌감치 무대를 준비해왔다. 최초의 헤드라이너 출연이라는 의미에 부응코자, 엔지니어는 물론 테크니션까지 대동했단다. 마지막 무대인 만큼 객석의 술렁임이 한층 더했다. 밤은 깊어졌고, 그만큼 뷰민라의 분위기도 한층 깊고 따뜻해졌다. 우리는 이런 밤을 보냈다.
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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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pota2to
2012.11.29
prognose
2012.06.23
책바라기
2011.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