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느끼는 욕망도 이것과 비슷한 데가 있다. 그들은 자신에게 적당한 가격표를 내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들에게 욕망을 느낀다. 만일 어떤 여자가 너무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는다는 것은 그녀가 달고 있는 가격표를 수용할 수 있는 남자의 폭이 넓다는 의미다.
중세 시대의 전설에서 악한 용을 물리쳐주고 구애를 하는 용사에게 ‘목숨을 구해준 건 고맙지만 그건 좀 곤란!’ 하고 말하는 공주는 없다. 남자들의 무의식 속에서 구애란 능력과 남자다움의 당연한 결과물이며 그것을 거절당하는 것은 존재에 대한 위협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남자가 먼저 구애를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똑같이, 어쩌면 더 거절을 두려워하면서도 남자들은 그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짐을 진다. 그렇게 몇 번의 거절을 경험한 남자들은 다시는 거절을 당하고 싶지 않아진다. 30대를 지나치는 남자들이 20대 초반 때처럼 쉽게 호감을 사랑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은 감정이 메말라서라기보다는 겁이 많아져서다.
여자들은 저돌적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남자들을 싫어한다. 그런 이들은 계산적이고 속이 좁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성큼 다가와 세련되게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거절해도 아무 상관 없을 만큼 당신을 가볍게 생각하는 남자들뿐이다.
한 남자가 백마 탄 기사처럼 다가오지 못했다 해도 일단 당신에게 마음을 표했다면, 그는 아마도 그에 앞서 그 가난한 마음속에서 용을 백 마리쯤 물리치고 입을 연 것일 테다. 그를 받아들일 마음이라면 우선 그의 용기를 인정해주기를. 물론 다음 단계는 그에게 벅차지만 노려볼 만한 아슬아슬한 마음의 가격표를 슬쩍 보여주는 것이다.
-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글 남인숙 | 자음과모음
남인숙은 2004년 출간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를 통해 80만 여성 독자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어냈다. 남인숙이 이번에는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어디서나 여자들과 맞부딪치는 또 다른 인간들의 존재, 여자들의 영원한 숙적이자 영원한 파트너, ‘남자’에 대한 심리분석 에세이를 내놓았다. 저자가 오랫동안 여러 나이대의 다양한 남자들에게 설문조사와 취재 인터뷰를 한 자료와 각종 국내외 심리학 서적과 사회과학 서적이 제공해준 이론으로 틀을 보강한 에세이를 토대로 하였고 중국 고전소설인 『금병매』를 패러디하여 쓴 짧은 소설을 각 챕터마다 집어넣어 보다..
남인숙
소설가, 에세이스트. 1974년 서울 출생. 숙명여대 국문학과 재학 시절부터 방송작가, 자유기고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출간 이후 8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여성 에세이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 베스트셀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2004)를 비롯하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 실천편』(2006), 『여자, 거침없이 떠나라』(2008),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2009),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2010) 등 2030 여성을 위한 에세이를 펴내어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 또한 그녀의 여성 에세이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몽골에 번역 출간되었고 특히 중국에서는 1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보이며 자국 위주의 중국 출판계에서는 드물게 비소설 분야의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을 세우는 등 여자에게 솔직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전해주는 멘토의 지침서로서 언어와 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시대 아시아 여성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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