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인은 당신의 법보다 정의롭다 - 이재익 :『41』
『41』의 주인공 정태는 강력계 형사다. 그는 동료 형사 제훈과 함께 연쇄살인사건을 수사 중이다. 사건이 진행되며 그들이 찾은 실마리는, 사건의 피해자가 공통적으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의문의 극점에 이르러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려고 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41』에 등장하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그의 행동을 비난할 것인가, 옹호할 것인가?
201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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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와 <부러진 화살>. 두 작품의 공통점에 대해 묻는다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떠올릴까.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 물론 맞다. 그렇다면 헐리우드 영화 <모범시민>은 어떠한가. 세 작품이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게 된 이유가 무엇이고, 극장으로 발길이 향하도록 만든 것은 무엇인가. 흥행을 가능하게 한 ‘그 어떤 것’의 존재와 힘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부패가 되었건 태만이 되었건 그 이유가 무엇이든, ‘경찰과 사법 권력에 대한 불신’이 그곳에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이제 이 리스트에 소설 『41』을 추가하려 한다.
법과 제도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이재익 작가의 신작 소설 『41』은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지금 당신의 머릿 속에 어렴풋이 기억나는 실제 그 사건이 맞다. 소설의 제목에 감추어진 진실은 우리를 경악케 한다. 사건에 가담한 가해자의 숫자다. 마흔한 명. 지금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면 다시 한 번 경악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전과가 남은 가해자는 아무도 없다. 마흔한 명 중 단 한 명도.
지난해 10월, KBS 뉴스를 통해 보도된 내용이다. 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알게 된 이재익 작가는 ‘법과 제도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의문을 가졌다. 『41』은 그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우리 사회에 되돌려주기 위해, 의문의 극한까지 몰아간 작품이다.
『41』의 주인공 정태는 강력계 형사다. 그는 동료 형사 제훈과 함께 연쇄살인사건을 수사 중이다. 사건이 진행되며 그들이 찾은 실마리는, 사건의 피해자가 공통적으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의문의 극점에 이르러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려고 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41』에 등장하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그의 행동을 비난할 것인가, 옹호할 것인가?
희생 당하는 어린 아이들의 억울함에 관심을 갖게 된다
『41』 출간 후 가진 독자와의 만남의 자리에 작가는 방송인 허수경씨와 동행했다. 프로듀서와 DJ로 만나 오랜 시간 이어 온 인연이었다.
허수경 :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괴롭고 힘들었어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이렇게 자세히 알지는 못했었거든요. 여러분들도 이 사건에 대해 들어는 보셨어도 ‘그런 일이 있었지’ 어렴풋하게 기억나실 거에요. 이렇게 자세한 내막을 알지는 못하셨을 텐데요. 물론 (성폭행)사건 이후의 이야기는 작가가 의지와 의식을 담아서 쓴 내용이지만, 앞부분은 엄연한 사실로 존재하는 사건이잖아요. 그게 너무 충격적이어서 며칠을 잠을 못 잤어요. 눈만 뜨면 자꾸 생각이 나구요.
작가는 『41』을 통해 억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힘이 없고 아직 세상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더 비극적인 삶으로 끌려들어가는, 그렇게 ‘희생’을 당하는 어린 아이들의 억울함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어느 기지촌 소녀의 사랑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작가의 전작 『아이린』에서도 이러한 그의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학대 받는 아이들은 자기 잘못으로 학대받는 것이 아니다. 주변의 상황들로 인해 억울하게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해자들은 혼이 나지 않은 거에요.
“범죄라는 것이 의도성과 반복성이 중요하잖아요. 책에도 언급했지만, 놀랍게도 가해자들 중 몇몇은 이런 식의 범죄가 두 번째였어요. 한 번의 실수 또는 한 번의 충동을 못 이겨서 저지른 범죄가 아니었다는 거에요. 이미 이전에 비슷한 식의 성폭행을 하고 솜방망이 처벌로 훈계를 받은 후에, 또 두 번째 범행을 저질렀단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 정도라면 분명히 법적으로 중형을 받아야 마땅한 사안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재익 작가는 우리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 중에 많은 것들은 혼나서 배우는 것들이라고 했다. 이렇게 하면 큰일 나는구나, 이렇게 하다가 매를 맞는구나, 이렇게 하다가 벌금을 내는구나, 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태어나길 착하게 태어나서 알려만 줘도 습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런데 이 가해자들은 혼이 나질 않은 거다’. 그들을 혼내야 할 제도와 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이다.
그의 현실 인식과 비판이 너무도 옳은 것이기에, 이어지는 솔직한 고백이 문제적 발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만약 『41』의 이야기가 실화라면, 사실은 주인공 정태가 연쇄살인범을 천천히 잡아주기를 바랬어요. 빨리 안 잡혔으면 했어요. 그래서 응징을 당해야 될 친구들이 있다면 절반 정도는 응징을 당했으면,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영화로 만나게 되면 제가 의도했던 파급력이 생기겠죠.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아마도 많은 소설가들이 기뻐할 것이다. 이재익 작가도 예외는 아니다. 더군다나 그는 이미 영화 <질주>, <목포는 항구다> 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경력이 있지 않은가.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영화와 관련된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기에 영화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쓰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 『41』이 영화화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건 당연히 영화죠. <도가니>도 작년에 나온 소설이 아니라 몇 년 전에 출간된 것인데, 영화화되면서 사건이 재조명 되었잖아요. 지금도 『41』에 대한 판권 문의가 많이 오고 미팅도 하고 있는데, 영화로 만나게 되면 그때는 제가 의도했던 파급력이 생기겠죠. 그렇게 되더라도 억울함이 100% 풀어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봐서라도 좋은 방향으로 구도나 제도가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 친구를 꼭 만났으면 좋겠어요.
정의를 구현하라고 권력을 위임해 줬더니 정의를 은폐하거나 외면하더라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아닌 ‘민간인’이 직접 정의를 실현하고자 나선다면 어떠한가, 라는 질문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설사 그 방법이 살인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지적 역시 날카롭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까지 그러한 질문과 지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현실이 아프고 안타깝다. 신선하지 않다는 반응이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똑같은 질문과 지적을 던지는 작가들의 의도가 고마우면서도 안쓰럽다.
마지막으로 『41』에 담아 전하는 이재익 작가와 허수경씨의 바람을 전한다. 그들의 외침을 잠시라도 가슴에 담아두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방관자에 불과하다는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허수경 : 『41』이 정말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저는 화가 났던 대상이 ‘밀양 망신 다 시킨다’고 했던 경찰이었어요. 순위를 매기라면 그들이 제일 밉더라구요. 가해자를 빼내려고 한 부모들이나 변호사보다도 미웠어요. 오히려 사건 이후의 그러한 반응에 더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들이 많이 소문을 내주셔서 이 책을 통해서 그 사건을 더 깊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재익 : 지금 어딘가에 피해자가 살아 있어요. 살아 있다고 저는 믿거든요. 살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처음 작가의 말을 썼을 때 원래 썼던 내용은, 이 친구를 찾기 위해서 『41』을 쓴 목적도 있다는 거였어요. 비밀리에라도 그 친구와 연락이 닿았으면 좋겠어요. 이 소설의 인세라든지, 영화화 될 경우 얻게 되는 수익을 그 친구에게 지원하고 싶어요. 기부라는 말은 너무 거창한 것 같구요. 다행히 방송국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쌓은 인맥들도 있기 때문에, 이 친구를 위해 필요한 사람들을 소개해 줄 수도 있구요. 한마디로 말하면 이 친구를 꼭 만났으면 좋겠어요.
법과 제도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이재익 작가의 신작 소설 『41』은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지금 당신의 머릿 속에 어렴풋이 기억나는 실제 그 사건이 맞다. 소설의 제목에 감추어진 진실은 우리를 경악케 한다. 사건에 가담한 가해자의 숫자다. 마흔한 명. 지금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면 다시 한 번 경악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전과가 남은 가해자는 아무도 없다. 마흔한 명 중 단 한 명도.
더구나 피의자들은 지금 직장인이나 군인, 대학생으로 별 문제없이 살아가고 있는 반면 피해 여학생은 사건 후 서울로 전학을 시도했지만 ’성폭행 피해자’라는 이유로 전학을 거부당하는 등,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었고 지금은 가출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 (이하 생략) | ||
지난해 10월, KBS 뉴스를 통해 보도된 내용이다. 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알게 된 이재익 작가는 ‘법과 제도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의문을 가졌다. 『41』은 그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우리 사회에 되돌려주기 위해, 의문의 극한까지 몰아간 작품이다.
『41』의 주인공 정태는 강력계 형사다. 그는 동료 형사 제훈과 함께 연쇄살인사건을 수사 중이다. 사건이 진행되며 그들이 찾은 실마리는, 사건의 피해자가 공통적으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의문의 극점에 이르러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려고 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41』에 등장하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그의 행동을 비난할 것인가, 옹호할 것인가?
희생 당하는 어린 아이들의 억울함에 관심을 갖게 된다
『41』 출간 후 가진 독자와의 만남의 자리에 작가는 방송인 허수경씨와 동행했다. 프로듀서와 DJ로 만나 오랜 시간 이어 온 인연이었다.
허수경 :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괴롭고 힘들었어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이렇게 자세히 알지는 못했었거든요. 여러분들도 이 사건에 대해 들어는 보셨어도 ‘그런 일이 있었지’ 어렴풋하게 기억나실 거에요. 이렇게 자세한 내막을 알지는 못하셨을 텐데요. 물론 (성폭행)사건 이후의 이야기는 작가가 의지와 의식을 담아서 쓴 내용이지만, 앞부분은 엄연한 사실로 존재하는 사건이잖아요. 그게 너무 충격적이어서 며칠을 잠을 못 잤어요. 눈만 뜨면 자꾸 생각이 나구요.
작가는 『41』을 통해 억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힘이 없고 아직 세상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더 비극적인 삶으로 끌려들어가는, 그렇게 ‘희생’을 당하는 어린 아이들의 억울함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어느 기지촌 소녀의 사랑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작가의 전작 『아이린』에서도 이러한 그의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학대 받는 아이들은 자기 잘못으로 학대받는 것이 아니다. 주변의 상황들로 인해 억울하게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해자들은 혼이 나지 않은 거에요.
“범죄라는 것이 의도성과 반복성이 중요하잖아요. 책에도 언급했지만, 놀랍게도 가해자들 중 몇몇은 이런 식의 범죄가 두 번째였어요. 한 번의 실수 또는 한 번의 충동을 못 이겨서 저지른 범죄가 아니었다는 거에요. 이미 이전에 비슷한 식의 성폭행을 하고 솜방망이 처벌로 훈계를 받은 후에, 또 두 번째 범행을 저질렀단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 정도라면 분명히 법적으로 중형을 받아야 마땅한 사안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이재익 작가는 우리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 중에 많은 것들은 혼나서 배우는 것들이라고 했다. 이렇게 하면 큰일 나는구나, 이렇게 하다가 매를 맞는구나, 이렇게 하다가 벌금을 내는구나, 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태어나길 착하게 태어나서 알려만 줘도 습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런데 이 가해자들은 혼이 나질 않은 거다’. 그들을 혼내야 할 제도와 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이다.
그의 현실 인식과 비판이 너무도 옳은 것이기에, 이어지는 솔직한 고백이 문제적 발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만약 『41』의 이야기가 실화라면, 사실은 주인공 정태가 연쇄살인범을 천천히 잡아주기를 바랬어요. 빨리 안 잡혔으면 했어요. 그래서 응징을 당해야 될 친구들이 있다면 절반 정도는 응징을 당했으면,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영화로 만나게 되면 제가 의도했던 파급력이 생기겠죠.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아마도 많은 소설가들이 기뻐할 것이다. 이재익 작가도 예외는 아니다. 더군다나 그는 이미 영화 <질주>, <목포는 항구다> 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경력이 있지 않은가.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영화와 관련된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기에 영화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쓰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 『41』이 영화화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건 당연히 영화죠. <도가니>도 작년에 나온 소설이 아니라 몇 년 전에 출간된 것인데, 영화화되면서 사건이 재조명 되었잖아요. 지금도 『41』에 대한 판권 문의가 많이 오고 미팅도 하고 있는데, 영화로 만나게 되면 그때는 제가 의도했던 파급력이 생기겠죠. 그렇게 되더라도 억울함이 100% 풀어지지는 않겠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봐서라도 좋은 방향으로 구도나 제도가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 친구를 꼭 만났으면 좋겠어요.
정의를 구현하라고 권력을 위임해 줬더니 정의를 은폐하거나 외면하더라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아닌 ‘민간인’이 직접 정의를 실현하고자 나선다면 어떠한가, 라는 질문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설사 그 방법이 살인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지적 역시 날카롭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까지 그러한 질문과 지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현실이 아프고 안타깝다. 신선하지 않다는 반응이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똑같은 질문과 지적을 던지는 작가들의 의도가 고마우면서도 안쓰럽다.
마지막으로 『41』에 담아 전하는 이재익 작가와 허수경씨의 바람을 전한다. 그들의 외침을 잠시라도 가슴에 담아두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방관자에 불과하다는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허수경 : 『41』이 정말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저는 화가 났던 대상이 ‘밀양 망신 다 시킨다’고 했던 경찰이었어요. 순위를 매기라면 그들이 제일 밉더라구요. 가해자를 빼내려고 한 부모들이나 변호사보다도 미웠어요. 오히려 사건 이후의 그러한 반응에 더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들이 많이 소문을 내주셔서 이 책을 통해서 그 사건을 더 깊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재익 : 지금 어딘가에 피해자가 살아 있어요. 살아 있다고 저는 믿거든요. 살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처음 작가의 말을 썼을 때 원래 썼던 내용은, 이 친구를 찾기 위해서 『41』을 쓴 목적도 있다는 거였어요. 비밀리에라도 그 친구와 연락이 닿았으면 좋겠어요. 이 소설의 인세라든지, 영화화 될 경우 얻게 되는 수익을 그 친구에게 지원하고 싶어요. 기부라는 말은 너무 거창한 것 같구요. 다행히 방송국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쌓은 인맥들도 있기 때문에, 이 친구를 위해 필요한 사람들을 소개해 줄 수도 있구요. 한마디로 말하면 이 친구를 꼭 만났으면 좋겠어요.
- 41 이재익 저 | 네오픽션
1997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계속해온 이재익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그동안 SBS 라디오 피디와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병행하면서 여러 소설을 통해 다양한 소재와 주제 의식을 선보여온 작가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이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우리 사회가 감추고 있는, 지금껏 외면하고 있었던 어두운 단면을 『41』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41』을 통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법’이라는 시스템이 사회적 약자에게 얼마나 불합리하고 부조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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