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끔찍한 범죄를 당한 14인
이 책은 성소수자에게 적대적인 문화 속에서 살아가다가 혐오 범죄로 희생당한 열네 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스프링클은 희생당한 이들이 우리의 이웃이거나, 급우이거나, 직장동료거나, 친구일 수 있었던 보통 사람들이라면서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저지되었는지, 그들의 삶이 어떻게 야만적으로 끝났는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글ㆍ사진 엘프에디터
201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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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는 한국 사회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심도 있는 담론보다는 화제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오늘 독자들에게 선보일 책은 그래서 더 새롭고 놀랍다. 『누가 무지개 깃발을 짓밟는가』는 성적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끔찍한 범죄를 당했던 희생자 14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성적소수자에 관한 단순한 논의를 넘어 궁극적으로 인권과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스티븐 스프링클 교수는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가르친다. 그는 인권을 깊이 생각하는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17일 저녁 홍대 리브로에서 독자들을 만난 스프링클 교수는 한국에서 책을 낸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책은 그의 개인적인 동기에서 비롯되기도 한 것이다. 신학교 교수로 재직 중 커밍아웃을 한 그는 수차례 혐오범죄의 위협을 받아야 했다. 그가 이날 강연에 참석한 독자들에게 들려준 사람들의 이야기는 스프링클 교수의 노력과 열정의 산물이다. 그는 많은 시간과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사건 조사에 매달려,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반 성소수자 혐오 범죄’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쳤다. 이 날은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가 함께했다. 그는 얼마 전 동성결혼식을 올린 화제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통역은 스프링클 교수의 동료인 강남순 교수가 맡았다.

스프링클 교수는 이 책에 나오는 한 희생자의 엄마의 말을 언급하며 이야기의 시작을 열었다. 15살의 어린 나이에 죽임을 당한, 나바호 인디언 소년의 엄마가 스프링클 교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Please remember my child.” (부디 내 아이를 기억해주세요)

이들의 바람을 담은 스프링클 교수의 오랜 열정 끝에 성적소수자 14명은 우리의 기억 속에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스프링클 교수는 이 책의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그 이야기가 우리에게 연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책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단지 흥밋거리가 아니라, 우리의 구체적인 삶과 연결되는 이들이다. 일과 희망 그리고 꿈을 공유하는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들은 바로 우리의 이웃, 친구, 형제일 수 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1982부터 지금까지 약 13,000명이 성적소수자라는 이유로 피해와 죽임을 당했다. 사회적 편견이나 개인적인 절망감으로 자살한 이도 수천 명에 이른다. 스프링클 교수는 이들의 죽임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고통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 두 명의 이야기를 청중에게 전한다. 라이언(7장)과 사키아(8장)의 이야기였다. 인종도, 환경도 달랐던 이들의 죽음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성적소수자를 향한 극단혐오로 희생되었다. 이는 단지 개개인에 대한 죽임이 아니라, LGBT 공동체를 향한 강한 메시지라고 스프링클 교수는 말한다. 표적살인을 통해 LGBT 공동체에게 경고와 협박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가해자들이 갖는 편견은 별안간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왜곡된 편견과 증오감을 주입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의 비극이 아니라, 이 이야기들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담는지 봐야한다는 것이 스프링클 교수의 생각이다.

한국은 특히 성적소수자에 대한 언급이나 커밍아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스프링클 교수는 이를 두고 위험이 잠재되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말하기 싫어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추천하는 것은 벽장(closet)에서 나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사랑하고 즐김으로써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바로 그가 그랬듯이 말이다.

스프링클 교수가 만난 희생자의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이런 말을 했다.

“Don't let this happen to anyone else child.”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사회전체가 이런 인식을 하게 될 때 훨씬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강연 내내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았던 스프링클 교수는 편협하고 무지한 누군가가 짓밟아 놓은 무지개다리를 다시 잇는 희망의 건설자였다. 스프링클 교수에 이어 김조광수 감독이 입을 열었다. 그는 이 책을 읽으며 또 다른 종류의 혐오범죄를 떠올렸다고 했다.

“빨갱이라는 명목으로,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약한 존재들이다. 이들에 대한 혐오의 생각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환산되면, 가해자들은 또 다른 대상을 찾을 것이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금 당장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이 이야기를 외면해버린다면 우리는 더 많은 혐오범죄의 희생자들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이 책을 선뜻 읽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자신과 같은 성적소수자들의 이야기가 끔찍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피해 기록이야말로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알아야한다고 생각해 책을 읽었고, 추천사를 썼다. 그리고 읽는 중에 자신도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독자들도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읽어줄 것을 부탁했다.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스프링클 : 2000년, 혐오범죄 방지 법안이 처음 등장했다. 당시 성적소수자에 대한 고용, 거주의 문제 등을 보호하는 법이 없었다. 나는 그 때 시의회에 가서, 차별방지법에 대한 토론에 참여했다. 400여명이 모여 토론을 벌이는 터라 나에겐 2분 정도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핵심만 이야기했다. "성적소수자들의 권리가 보호되어야한다“

그 후, 집에 온 나는 보이스 메일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내가 어디로 출근하고 언제 오는지 다 알고 있고,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의 신조차도 나를 끔찍하게 여길거라는 폭언과 함께 어느 날 집에 다시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도 있었다. 두려움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피해를 당하진 않았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성적소수자들의 고통과 위협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조사를 하다가 그들에 대한 혐오범죄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함을 알게 되었다.


김조광수(이후 김) : 나조차도 이런 위협은 받지 않았다. 트위터, 메일 등으로 욕설은 많이 받아봤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성적소수자들이 이러한 협박에 위축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일거다.

스프링클 : 당신이 위협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그래도 결혼식 때 오물투척 사건 이후로는 누군가가 나에게 친절하게 한다든가, 차를 태워준다고 하면 혹시 염산 같은 것을 뿌리지는 않을까 두렵다.

이 책의 2장을 통해 성경의 레위기, 로마서를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반론하는 근거도 이 부분이다. 신학자로서 이에 대한 반론이 가능한지?

물론이다. 비단 이 두 구절뿐만이 아니다. 사실 성서에는 동성 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 모세라는 중요한 인물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예수도 마찬가지였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예수가 아닌 딴 것만 보고 있다.

문제는 성서 자체가 아니라, 성서해석이 많이 왜곡되어있고, 본문과 다른 내용도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레위기 18, 20장이 그렇다. ‘남자가 여자와 자는 것처럼 남자와 남자가 자는 것은 죄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사실, 이 책은 그 뿐 아니라 ‘혼합섬유를 입어도 중한 죄’라고도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죄를 안 지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좌중 웃음) 성서를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는 사람들이라면 왜 혼합섬유로 된 옷을 입고, 새우를 먹는가? (레위기에는 새우 등의 생물을 먹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레위기에는 밭에 각기 다른 종자를 심으면 안 된다는 구절도 있다.

그 당시 성서는, 누가 누구와 사랑하고 잔다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라 깨끗하고 순전한 것이 포인트였다. 순수성에 대한 메타포로써 이교도 신앙과 본래의 신앙을 섞지 말라는 의미로 봐야한다. 즉, 동성애라기보다는 이단, 이교도에 대한 구절이다. 따라서 지금의 우리에게 적용될 수 없다고 본다. 성서를 잘 안다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진짜 그들이 원하는 것에 한 구절만을 맞추는 행위를 하고 있다.

또한, 로마서 1장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가장 흔하게 인용된다. 그런데 성서에는 레즈비언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용인되어도 괜찮은 것인가? 바울은 비자연적인 내적욕구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여자가 공부하던 행위는 비자연적이었다. 그것이 지금에 적용될 수 있을까?

바울 역시 레위기 저자처럼 우상숭배와 이교사상에 관심을 두었다. 창조주가 아닌 창조물에 관심을 두는 행위를 한탄한 것이다. 전후맥락을 읽어보면, 우상숭배에 대한 다양한 양태를 언급하는데, 오직 우상숭배에 대한 것이 하나님의 의에 반하는 행위였다. 나는 텍스트를 매우 조심스럽게 읽을 것을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교회나 대학 안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의 말을 들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방안이 있는지?

: ‘혐오는 범죄다’라고 얘기해줘야 한다.
스프링클 : 같은 맥락이다. 증오는 항상 옳지 않다.(Hatred is never all right.) 농담처럼 얘기한다 해도, 그 사람에게 불편하고 거북하고 고통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고 싶은지 물어볼 것 같다.
: 일부에서는 혐오도 권리이며,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인권억압, 인권축소는 권리가 될 수 없다.

스프링클 교수는 책의 일곱 번째 장의 주인공인 라이언 스키퍼의 죽음 후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계획된 혐오범죄에 의해 79번 칼에 찔려 죽은 라이언 스키퍼. 그를 죽인 가해자는 살인을 통해 라이언을 이 세상에서 지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아무도 그의 죽음에 관심 갖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웃과 가족들은 미국 전역을 다니며, 성적 소수자 아이들이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를 기억하기 위해 라이언의 형은 자신의 딸의 이름을 라이언 스키퍼로 지었다. 새로운 라이언 스키퍼(brand-new)는 살아서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가 스프링클 교수에게 한 말처럼 라이언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My son has not died in vain). 그를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용기 있는 노력이 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만들었다. 이처럼 더 이상 성적취향의 문제로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나아가 그 어떤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당하는 일이 없도록 이 사회를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용감한 14명의 성적 소수자들, 그들의 용감한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기로 한 당신의 결심이 그 용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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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무지개 깃발을 짓밟는가 스티븐 스프링클 저/황용연 역 | 알마
이 책은 성소수자에게 적대적인 문화 속에서 살아가다가 혐오 범죄로 희생당한 열네 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스프링클은 이 책에서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럽고 소중했던 한 생명이 거부와 무지라는 돌밭에서 자란 폭력으로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낱낱이 보여준다. 성소수자 혐오범죄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매튜 셰퍼드를 비롯해 꽃도 피워보지 못한 어린 나이에 혐오범죄로 생을 마감한 어린 소년에 이르기까지 증오로 사라져간 이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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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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