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종이 위를 달리는 연필의 소리를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분명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글ㆍ사진 이동진
201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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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종이 위를 달리는 연필의 소리를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분명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연필성애자, 에세이스트 정희재 작가의 신작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오늘 여러분이 사랑에 빠질지도 모를 이 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등 일상을 섬세하게 그려낸 책들을 비롯해서 어린이 도서까지 여러 권 쓰셨는데요, 이번 책은 연필에 대한 책입니다. 왠지 작가님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필을 얼마나 사랑하면 연필에 관한 에세이까지 쓰셨을까 궁금한 분들에게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좀 들려주시겠어요


연필을 일상적으로 사용 하면서 연필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일 것 같아요. 저도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연필의 세계를 떠나서 만년필이나 볼펜을 쓴 적도 있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다시 연필을 잡고 글을 쓰다보니까 쓰는 순간이 즐겁고 치유의 경험도 여러 번 했어요.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연필 덕후가 되어 있더라고요. 

 

연필이 겸손해서 좋다, 또 연필의 생애가 철학적이고 우리의 인생과도 닮아있다 라고 표현하실 만큼 연필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데요, 연필 테라피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 연필이 가진 치유능력을 믿으시는 거죠? 


제가 쓸쓸하거나 힘들다 느낄 때, 연필을 들고 2페이지 정도 쓰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힘이 생기더라고요. 연필은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지 않는 필기구이면서도, 원하는 대로 써지고 다양한 필기감이 있는 필기구거든요. 직접 경험을 하다보니까 치유에 관한 능력도 믿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연필이 가진 치유력에 대한 글은 단연 “시간을 건너는 소녀” 편에 나오는 이 질문과 연결이 됩니다. ‘만약 돌아가고 싶은 나이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찌보면 허망하고 실없게 느껴지기도 하는 질문인데요, 이 챕터를 읽고 나서 잠깐 동안 곱씹게 되더라구요. 작가님은 아홉 살 소녀로 다시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을 쓰셨죠


개인적으로 일곱 살 정도에 집이 굉장히 어려워졌고, 어머니는 투병생활을 하셨어요. 저는 그때 막 글자를 배우고, 호기심이 왕성했던 시기였거든요. 이 시기에 제가 연필과 연필의 치유력을 알았더라면 아마도 어머니 옆에서 글을 많이 썼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연필이 종이와 부딪칠 때 나는 특유의 소리가 “어서 떨치고 일어나 힘차게 사세요.”라고 들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어머니에게도 많이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처음 뵙겠습니다. 연필이나 한 자루 깎을까요” 소제목이 유난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챕터에 드디어 등장을 합니다. 연필 애호가, 연필 성애자인 작가님의 연필깎기 노하우, 이른바 연필 깎기 3단계!! 소개해 주시면 어떨까요? 


딱히 노하우는 없고요. 칼과 연필을 쥐고 적당히 깎는 것인데 취향에 따라 심을 다듬을 수도 있고, 무디게 놔둘 수도 있죠. 그리고 나무는 칼로 깎고 심만 연필 깎기에 넣고 다듬는 방식을 쓸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필을 깎으며 느끼는 촉감이나, 연필을 깎을 때 나는 특유의 향기를 즐기시며 깎는다면 훨씬 즐겁게 깎을 수 있으실 거예요. 


시간이 없어서 딱 한 곳만 읽어야 한다면 저는 이 에피소드를 추천하고 싶어요. ‘연필 소믈리에의 연필 선물하기’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연필을 선물하고 선물받고 그러시잖아요? 


그 사람이 어떤 연필이 어울릴까 생각해보는 것이 굉장히 즐거워요. 게다가 연필이 굉장히 고가의 물건은 아니다보니까 주는 쪽도 받는 쪽도 부담이 덜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양쪽 다 만족스러울만한 선물 아이템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제가 연필을 좋아 한다 계속 말하고 다니다보니까 해외에서 유명한 연필을 선물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연필 카페라는 곳에서 선물을 받기도 하는 일도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연필 애호가이자 연필 성애자인 작가님에게 ‘연필’이란


근원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함께하는 친구라고 말하고 싶네요. 연필을 쓰면서 연필 뿐 아니라 주변에 사물들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프롤로그에도 썼는데 ‘연필 한 자루를 가지고 있는 나는 아직 가난한 게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해요. 그런 생각을 통해 소유에 대한 기준도 낮추고, 현재에 감사하며 살아가게 되었어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서 연필에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으면 하고, 연필 테라피의 힘도 느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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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정희재 저 | 예담
우리는 모두 이렇게 영혼의 속도가 일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럴 땐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몸을 움직여 마음을 되찾는 도구는, 바로 ‘연필’이다.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는 하루하루 지친 일상을 다독이는 연필 테라피의 시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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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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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2.28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종이 위를 달리는 연필의 소리를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분명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문장이 마음을 설레이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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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햇살

2014.10.16

늘 수학문제를 풀면서 연필의 맛을 느끼고 있는 수학교사로서..
연필의 사각거림은 늘 편안하게 해주지요..저도 연필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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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당

2014.10.15

애들 연필은 깎아주면서 정작 제가 연필 잡은 지는 오래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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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