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5일, 홍대 상상언저리에서 『말순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 북 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사소한 말 한 마디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및 저자로써 전직 편집장으로써 서로 다른 입장에서 살펴보는 출간과정 속에 벌어지는 에피소드에 대해 최정원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특별히 이번에는 책의 주인공인 어머니와 책 안에 실린 사진을 찍어주신 유별남 사진작가까지 함께 자리했다.
최정원 작가는 먼저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글을 쓰다가 재밌게 써봐야겠다 싶어서 저희 어머니 이야기를 한 두 편 정도 써봤어요. 주변 지인들이 재밌다고 이 이야기를 써보면 어떻겠냐 제안을 했지만 웃어넘겼어요. 그러다가 술자리를 하다 보니 어머니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사람들이 계속 집요하게 이 글을 써보라고 하는 거예요. 결국에는 지인들이 술자리에서 거의 강압적으로 쓰라고 해서 쓰게 됐어요.”
처음엔 술자리에서 하나 둘씩 꺼낸 사적인 이야기들이 주변 지인들의 압박과 독촉으로 에세이로 탄생한 셈이다. 출판사 편집장이었던 최정원 저자는 자신이 작가에게 독촉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책을 내면서 작가입장이 되어서 독촉을 당하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전했다.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는 다큐나 드라마, 책에서도 많이 볼 수 있고, 엄마가 치매가 걸려서 아들이 간병하면서 쓴 책들도 나왔지만, 어머니와 결혼 못한 아들의 동거이야기는 생소한 이야기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아들과 어머니와의 이야기를 보면서 ‘알콩달콩하다, 신혼부부 같다며, 실제 어머니와의 생활도 궁금해 했다.
“제가 예전에 잡지사에 있을 때 엄마에 대한 글을 청탁하는 코너를 맡은 적이 있어요. 저는 반대로 생각해서 아버지에 대한 글을 청탁했는데 모든 작가들이 멈칫하는 거예요. 반 이상의 작가들이 거절을 했고, 또 바로 승낙을 안 해요. 근데 글을 받고 보니까 엄마라는 존재는 막연하게 엄마=눈물이에요. 그런데 아버지는 아버지=나쁜 사람이에요. 엄마라는 존재는 우리한테 객관적이지 못해요. 항상 주관적이에요. 엄마라는 글을 쓰면서는 눈물은 자동이에요. 이 책을 쓰면서 저도 똑같았어요. 엄마=눈물, 아버지=나쁜 사람인 거죠. 그래서 저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쓰고서 그걸 재밌게 보여주면서 혹은 덤덤하게 쓰면서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하게끔 했어요. 저희 어머니하고 있었던 일을 그래서 하나하나 체크를 해봤어요. 옛날에, 5년 전에, 10년 전에, 최근에 있었던 것을 다 체크해 놓다 보니, 실생활에서 어머니와 살아가는 이야기가 거의 90%인 셈이죠.”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감정적으로 치우쳐 어머니의 슬픔, 고마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덤덤히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오히려 틱틱 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노래도 마찬가지인데 떠나간 연인에 대해 노래를 부를 때 애절하게 부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이소라 씨가 '슬픔 속의 그댈 지워야만 해' 노래를 부르는데 표정이 하나도 없어요. 슬픈 것을 슬프다고 하는 것보다는 슬픈 것을 담담하게 부르고, 그 안에 모든 것을 담으면 그 다음은 독자의 몫인 것 같아요.”
전직 출판사 편집장이라는 이력을 지닌 저자답게 작가의 의도를 자세하고 명확하게 설명해주었다. 또한 책 제목을 지을 때도 제목의 중요성을 알기에 오랜 고심 끝에 지었다고 한다.
“요즘은 제목에 목숨을 걸어요. 소제목, 목차, 띠지 카피까지도요. 일단 제일 중요한 건 제목이에요. 제목을 정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직격탄으로 1차원적으로 보여주는 게 있고, 2번째는 대부분의 제목을 지을 때는 아름답게 더 애절하게 보이기 위해서 은유적으로 더 돌려서 짓는 거예요. 제가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해봤어요. 제가 쓰면서도 제가 어느 순간 편집장이 되어있어서 이 책을 제가 안 쓰고 누군가가 썼을 때 제가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봤어요. 이 책의 제목의 말순씨가 제 어머니 존함이에요. 내용 딱 보니까 아무리 그럴싸한 제목이 나와도 안에 있는 내용이 서로 너무 달라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 이름을 과감하게 내세우고 아예 1차원적으로 가서 독자들에게 이거다라고 보여준 거죠.”
저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어머니와의 관계가 바뀌었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그 시점 이후로 어떤 점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는 엄마랑 말다툼한 적도 없었고 어떻게 보면 엄마랑 저는 서로 연합군이었죠. 아버지 vs 어머니, 저의 구도였죠. 아버지가 안 계시고 나니까 둘이 살아야 하니까 삶이 바뀌기 시작하는 거예요. 어머니랑 티격태격하고 툭툭 던지고, 기분이 안 좋으면 서로 각자 방으로 들어가고요. 사실 신혼부부보다는 13년 된 권태기 부부처럼 살아가고 있어요. 혼자 계시기 때문에 더 잘해드려야 하는데, 마음은 있는데 그게 잘 안돼요. 그래도 항상 어머니가 절 받아 주시니까 여태까지 잘 버티고 있는 거죠.”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을 볼 독자들을 위한 팁을 알려주었다.
“1부는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떻게 삶이 시작되는지 그런 것들을 많이 보여주려고 했어요. 2부는 저희 어머니 인생의 목표가 제가 결혼하는 거예요. 그래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고요. 3부는 지금 제가 결혼은 못 했지만 제가 지금 버틸 수 있는 힘. 우리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나의 삶이 향기롭다. 그리움, 아내에 대한 것, 지금 내가 살 수 있는 힘, 이런 흐름을 알고 읽으시면 더욱 재밌게 읽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이어 유별남 사진작가와도 ‘아직 못 다한 이야기’코너로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추천사를 써주시면서 오랜 지기의 책에 사진을 넣게 해달라고 청했다고 책에 써주셨어요.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두 분을 지켜보셨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 책이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유별남_ 제가 최정원 작가를 만난 게 2006년도예요. 2006년도에 저의 첫 책에 편집한 편집자와 작가의 관계로 만나서 그 해가 딱 지나는 겨울에 사는 동네도 가까워 술을 한잔 하는데 최 작가가 그러더라고요. "이 해가 지나면 우리 친구합시다." 그렇게 친구가 생긴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의 어머니를 뵈었죠. 술을 많이 먹고 그 집에서 잤어요. 근데 아침에 술을 깨고 일어나서 받는 밥상에 제가 감명을 받았어요. 그렇게 조금씩 인연을 쌓아갔어요. 사실 이런 설명도 필요 없을 정도로 저한테는 또 다른 어머님이세요. 그리고 그 어머님의 이야기를 쓰는 제 오랜 지기의 책인데 다른 사람이 사진 찍게 둘 수 있겠어요?? 다들 모두 흔쾌히 제가 찍은 사진을 좋아해주셔서 부족하지만 이 책에 내용을 전달하는데 잘 쓰인 것 같아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 3자의 입장에서 오랜 지기와 그의 어머니를 보셨을 때는 어떠셨나요?
유별남_ 이 책에 어머니랑 저자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잖아요. 둘이 안고 찍는데 저자는 멀뚱멀뚱 어색해하고 힘들어하고 카메라 앞에서 힘듦을 보이는데 어머니는 생전 처음인데도 바로 CF 촬영할 정도로 능숙하게 잘하셨어요. 안 해보셨고 처음인데도 이렇게 잘하시는 이유를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게 뭐냐면 자신을 다 내려놓으신 거죠. 이 책이 잘 된다면 내 부끄럼 다 겉을 테니 마음대로 하라고, 분도 바르시고 옷도 갈아입으시는 모습을 보고 제가 그 때 울컥했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남겨주세요.
최정원_ 책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부탁 드리고 싶은 건 제가 이 책을 쓰면서 느낀 건 딱 하나예요. '내가 너무 어머니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했구나' 단지 '나는 어머니를 많이 생각해, 사랑해' 이러는데 조금 더 세밀하게 어머니를 봤으면 좋겠어요. 어머니도 소녀였고, 여인이었던 것을, 어머니가 항상 받아줄 것이라고만 생각을 해요. 근데 내가 이 말을 던졌을 때 어머니도 한 여자로써 어떻게 마음을 받아들일까 생각해보시면서 어머니의 마음을 좀 더 자세하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 책을 쓰면서 어머니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너무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요. 마음속으로 깊이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머니와 다른 게 많다고, 어머니께 틱틱 거리는 모습도 책에 담겨있지만 또 그만큼 어머니에 대해 관심이 있고, 생각하고 있는 아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자리였다. 출판계에 몸담았던 분답게 에피소드, 제목이야기, 책 내용구성 등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저자만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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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순 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최정원 저/유별남 사진 | 베프북스
70대 소녀 같은 어머니와 40대 결혼 못한 늙은 아들의 동거 생활은 어떨까? 두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며, 꿈꾸며, 사랑할까? 윤수일의 [사랑만은 않겠어요]를 즐겨 부르고, 매일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밤하늘을 보며 눈물 짓는 소녀 같은 어머니.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퇴근한 아들을 위해 두 눈을 부비며 밥상을 차리고, 한정식 집보다 많은 반찬의 도시락을 싸주면서도 국물 없는 한 끼에 미안해하는 변함없는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이제는 오랜 세월 묵혀두어야만 했던 어머니의 아픔에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나이가 된 늙은 아들이 써내려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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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