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대개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육아 능력’을 가진 존재, 아빠는 대개 육아에 서툴고 소극적인 존재로 이해된다. 그렇지만 태어날 때부터 엄마인 사람도, 아빠인 사람도 없다. 출산과 육아 공부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뮤지컬로, 방송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상훈이 아빠로 성장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썼고, 책을 냈다.
“놀라셨겠지만, 책을 냈습니다(웃음).”라며 수줍게 인사를 한 정상훈, 그는 이날만큼은 ‘작가’라는 이름으로 사람들 앞에 섰다. 9호선 신논현역 역사 안에 위치한 크레마라운지에서 만난 정상훈은 시종 유쾌했지만 때로는 아주 진지하게 자신의 경험과 육아에 대한 생각을 펼쳤다.
『아빠, 나 어떻게 키울래요?』는 다음 스토리볼에 연재했던 글을 묶은 책이다. 아이 둘의 아빠인 저자는 남자가 아는, 알아야 할 육아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전했다. 연재 제안을 받았을 당시 50회를 자신했던 저자에게 연재는 첫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50회는 제가 힘들 거라고 하기에 20회로 약속을 하고 시작했어요. 처음 3회는 쓸 만했어요. 스물다섯 가지 제목의 목록을 만들어놨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뒤의 것을 갖다 쓰게 되고(웃음) 나중엔 쓸 게 없어서 정말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연출산을 원했던 아내를 따라 병원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받은 정상훈은 ‘이게 뭐지? 내가 알아야 할 이유가 있나?’라는 생각부터 흥미를 느끼게 된 순간까지를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재미있더라고요. 왜 이건 몰랐지, 알았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죠. 막연히 알면서 아는 척 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진짜 모르는데도 말이에요. 저 또한 그랬어요. 아이 키우는 건 그냥 하면 되지, 생각했거든요. 세상이 바뀌었는데 제가 받았던 교육을 제 아이한테 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게 어디 있어요. 출산, 육아 공부도 안 하고 사랑만 가지면 다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키우면 안 되잖아요. 출산 교육을 받으면서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되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들은 막상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배워야 했고, 배우는 과정에서 재미도 느꼈다. 육아 서적도 많이 읽고, 열심히 공부했다는 정상훈은 “나중에 교육 잘 시키면 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참여하면 훨씬 더 낫지 않을까”라는 자신의 생각을 강조했다. 육아에 있어 남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모르기 때문에 못하는 거예요. 알아가면서 행복한 것이 엄청 많잖아요. 남자 분들 기계 좋아하시죠? 하물며 기계를 알아가면서도 재미를 느끼는데 왜 육아를 짐작으로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경험한 교육, 여러 공부가 저를 좋은 아빠로 키워준 것 같아요.”
정상훈에게 궁금한 이야기들
출산과 육아에 대해 여자도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로서 걱정되는 건 없었나?
저도 걱정이 많았어요. 남자들은 몰라서 하는 포기가 많아요. 아이 안는 거 꽤 어려워요. 쉽지 않아요. 재우는 건 더 힘들어요. 남자들은 거의 못 재워요. 그에 대한 노하우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실습을 통해 교육하는 것도 많고요. 책으로만 공부해도 부족하죠. 백과사전 같은 건 라면 받침으로 사용하게 돼요.(웃음) 저는 아이 낳은 친구네 집에 많이 놀러가서 아이 봐주고 한 번 안아보고 친구의 고충도 듣고 했어요.
교육 받으러 다닌 것도 어찌 보면 아내의 설득 덕분이에요. 저도 너무 가기 싫었는데 아내가 비싼 교육을 신청하는 바람에 돈 생각 때문에 간 거죠. 그게 그만큼 가치가 있더라고요. 젖 물리는 교육까지 다 받았어요. 아이가 잘 못 빨면 염증이 생겨서 우울증 걸리는 산모도 꽤 있다고 하더라고요. 기본적이지만 진짜 중요한 내용들이잖아요. 이런 것을 알고 있으면 얼마나 편하겠어요. 아이와 유대관계도 훨씬 좋아지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너무 좋아요. 집에 빨리 들어가게 되고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점점 아빠를 싫어해요. 엄마가 아빠를 싫어하기 때문이죠.(웃음)
공공장소에서의 예절 교육, 어떻게 하나?
솔직하게 말씀 드릴게요. 예전엔 식당에 갔을 때 아이들이 막 뛰어 놀고 소리 지르고 하면 ‘애들 교육 어떻게 시키는 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지금은 제가 그런 상황이 됐잖아요. 다 이해합니다.(웃음) 어쩔 수가 없어요. 제 아내 방법이 저는 좋은데요. 아이들은 금방 잊어버리더라고요. 아내는 끊임없이 얘기를 해요. 그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더라고요. ‘지금 여기서 뛰면 안 돼’하면 ‘왜?’이래요. 잘 설명해주면 알겠다고 하고 자리에 앉지만 조금 있으면 또 뛰어요. 그럼 꾹 참고 다시 설명해주죠. 계속 얘기하다보면 알아듣더라고요. 중요한 건 이랬다저랬다 하면 안 돼요. 일관성 있게 혼내야 해요. 또 엄마는 혼을 내고, 아빠는 받아준다, 이것도 잘못된 거예요. 강아지랑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서열을 분명하게 해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5살짜리가 할아버지의 뺨을 때려요. 그 뒤로는 걷잡을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빠도 잘못했으면 분명히 혼내야 하고, 대신 그 뒤에는 안아주고 왜 혼을 냈는지 정확히 얘기해주고, 귀찮게 해야죠.
22개월 아이의 아빠다. 아빠로서 아이가 엄마를 더 따르는 데 서운함이 있다. 아이와의 유대감을 키우는 방법이 있나?
놀이가 가장 중요해요. 놀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 다양한 놀이들이 유대를 쌓아주는 방법이에요. 가장 좋은 하나가 목욕 같은 거예요. 신체 접촉을 하는 거죠. 자장가 불러주는 것도 그렇고요. 22개월이면 밥, 잠, 아픈 것 셋 외에는 떼쓰는 이유가 없어요. 아빠가 밥 먹일 수 있죠. 잠도 아빠가 계속 재워보면 좋겠죠.
놀이도 다양하게 개발하는 게 좋아요. 아이와 맞고, 나와 맞는 놀이를 찾아야 해요. 술 먹고 들어온 다음 날도 놀아줘야 하는데 너무 힘들죠. 그때는 시체놀이라든지 누워서 할 수 있는 놀이를 하면 돼요.(웃음)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런 게 필요해요. 힘드니까요.
저자처럼 10살 차이나는 남자와 결혼 예정이다.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의 장점이 뭔가?
나이 있으면 좋아요. 안정감도 있고요. 철이 들려면 나이가 좀 있어야 해요.(웃음) 주위에 결혼한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곁에서 다양한 얘기를 많이 듣잖아요. 때문에 노하우를 많이 알고 있을 수 있죠. 좋아요.
무엇보다 저는 나이, 이런 것보다 착한 사람이 좋아요. 내가 어떤 실수를 해도 감싸주고,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요.
배우 활동을 하고 있다. 긴 무명 시절이 있었으니 후배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지금까지처럼 계속 버티세요. 좀 더, 조금 더 버티면 언젠간 정말 좋은 일이 있어요. 지금은 물론 굉장히 힘들어요. 저도 그런 시기가 있었는데요. 그걸 버틸 수 있는 힘은 이 직업에 대한 사랑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돈이 없어서 걸어 다닌 적도 꽤 많아요. 왜 이러는지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것들이 우리에게 밑거름이죠. 나중에 무대에서 그게 나와요. 그런 감성이 쭉 나와서 좋은 연기가 돼요. 조금 버티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대신 버티시는 동안 공부도 많이 하시고, 많이 보시고, 많이 들으시고 하면 좋은 배우가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첫째에게는 육아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경우가 많지만 둘째는 안 그런 경우도 많다. 균형 잡힌 둘째 육아 방법이 있다면?
둘째가 식탐이 많아요. 많은 둘째들이 식탐이 많다 하더라고요. 본능이거든요. 그걸 보면 잘 먹는다, 가 아니라 좀 애잔하더라고요. 제 것을 지키기 위해 씹지도 않고 먹는 거예요. 사랑의 배분은 잘 모르겠어요. 저도 그게 참 힘들더라고요. 둘째를 신경 쓰면 첫째가 둘째를 때리거나 그래요. 그래서 첫째를 혼내지만 그것대로 첫째에게 또 미안해지더라고요. 미안해서 첫째한테 잘해주면 둘째는 또 밥을 먹어요.(웃음) 미안해짐의 연속이더라고요. 그런데 그러다보면 또 어느 정도 자랐어요. 지금은 둘이 너무 잘 지내요. 손까지 붙잡고 다니고요. 앞으로도 고민은 계속 있겠지만 부모가 현명하게 상황에 맞는 대처, 교육을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관계에 맞는 교육법이 분명 있으니까요.
자녀 계획이 있나? 더 마음이 가는 자녀가 있진 않은가?
셋째 계획 물론 있습니다. 어떤 아이가 더 예쁘거나 그런 건 없더라고요. 이 아이한테 이만큼 사랑을 줬으니 저 아이한테도 이만큼 주자, 저 아이에게 사랑을 너무 많이 줬다, 이렇게는 안 되잖아요. 사랑은 아이들이 느끼는 거지 내가 준다고 해서 받는 건 아니에요. 부모가 그렇게 사랑했는데도 아이는 부모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아이들이 느끼게 하는 게 더 중요한 교육 방식인 것 같아요. 사랑한다면 얘기하고, 표현해야죠. 표현을 많이 해주는 게 좋은 교육이 아닌가 싶습니다.
뮤지컬 배우인데, 노래 한 소절 불러 달라.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지만요. 얼마 전 <맨 오브 라만차>라는 공연이 끝났어요. 돈키호테에 관한 얘긴데요. 그 중 관객 여러분에게 가장 소중하게 얘기하는 것 중 하나가 있어요. 명대사인데요.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사람입니다.”라는 대사예요. 너무 좋아하는 대사고요. 앞으로 그런 분들이 되길 희망하고 바랍니다. 저도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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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어떻게 키울래요? 정상훈 저 | 매일경제신문사
2015년 상반기를 대표하는 유행어의 주인공! 요즘 가장 바쁜 남자! 배우 정상훈의 수식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는 너무나도 ‘평범한’ 아빠라는 사실! 술 좋아하고, 게으르고, 지저분하고, 또 술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데다가, 술 한 잔 얼큰하게 하고 들어온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옷방 구석에 숨어 자는! 이처럼 평범한 아빠가 두 아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소소하지만 한없이 사랑스러운 상훈이네 집 일상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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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
차한
2015.11.11
lyj314
2015.11.11
레임
2015.11.11
인터뷰 보니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