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리 미노그, 친숙하면서도 유니크한 캐럴 앨범
R&B와 재즈 싱어의 활약이 돋보이던 캐럴 음반계에 오랜만에 팝 필드에서 좋은 앨범으로 연말 선택지를 넓혔다.
글ㆍ사진 이즘
201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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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M과 디스코에 오랜 시간 헌신한 카일리 미노그도 캐럴을 부를 때는 우아하다. 데뷔 후 첫 홀리데이 레코드인 < Kylie Christmas >에서 그는 트랙의 상당수를 잘 알려진 시즌 송의 오리지널 편곡을 재현, 수록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리얼 세션을 활용, 생생한 사운드를 최대한 살리면서 특유의 개성 강한 음색으로 친숙하면서도 유니크한 그만의 캐럴을 완성했다.


클래식한 편성으로 정통 시즌송 분위기를 물씬낸 「It's the most wonderful time of the year」, 「Winter wonderland」와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등에서 전자음을 자양분 삼던 댄스 디바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I'm gonna be warm this Winter」, 「Let it snow」, 「Santa baby」 등 원곡에 충실한 리메이크와 함께 일부 곡에선 그만의 세련된 재해석으로 베테랑다운 감각을 드러냈다. 80년대 신스팝 듀오 야주(Yazoo)의 「Only you」는 영화배우 제임스 코든(James Corden)과 함께 부르는 아름다운 듀엣으로 변신했고, 비슷한 시기의 뉴웨이브 밴드 프리텐더스 (The Pretenders) 원곡의 「2000 Miles」은 오케스트라 편곡을 거쳐 고품격 발라드로 탈바꿈했다. 


평소 카일리 미노그라면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프랭크 시나트라, 이기 팝과의 듀엣도 의외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레코드에 활력을 더했다. 유려한 선율이 돋보이는 「Christmas isn't Christmas 'til you get here」와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선사한 깔끔한 크리스마스 팝 「Every day's like Christmas」는 앨범을 위해 새롭게 제작된 곡으로, 본작이 리메이크에만 의존한 안일한 음반이 아님을 증명하는 훌륭한 트랙이다. R&B와 재즈 싱어의 활약이 돋보이던 캐럴 음반계에 오랜만에 팝 필드에서 좋은 앨범으로 연말 선택지를 넓혔다.


2015/11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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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리 미노그 #Kylie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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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